[Travel] '원더우먼 할머니'가 반겨주는 이 마을로 나들이 가볼까

입력 2013-09-01 16:53   수정 2013-09-02 11:13

묵호등대마을 논골담길과 묵호항

마을 사람들이 직접 그린 벽화 '눈길'…어촌 마을 옛 이야기 유쾌하게 표현
묵호등대, 영화 촬영장소로 유명…인근 추암 촛대바위·무릉계곡 볼만




강원도 묵호항은 한때 잘나가던 항구다. “거리의 개들도 만 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고, 밤새 불빛이 꺼지지 않는 시절이 있었다. 1980년대 이후 사람들이 떠나고, 불빛도 하나둘 꺼지며 옛 시절 이야기와 희망 없는 미래만 남았던 이곳에 요즘 사람들이 다시 모여든다. 묵호항이 내려다보이는 묵호등대마을에 2010년 논골담길이 만들어지면서 입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마을 이야기 담긴 벽화

논골담길 여기저기 벽화가 있지만, 이곳이 벽화 마을은 아니다. 벽화는 묵호항에 기대어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구현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공공 미술 공동체 ‘마주보기’ 회원들과 마을 사람들은 2010년 잊혀가는 묵호를 재발견하자는 취지로 마음속 이야기를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한쪽에서는 전을 부쳐 먹으며 즐기고, 한쪽에서는 마을 어르신들에게 그림 그리는 방법을 가르쳤다. 논골담길 프로젝트는 이곳에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을 사람들이 직접 그렸다는 데 의의가 있다.

논골1길과 3길, 등대오름길로 구성된 논골담길은 어느 곳으로 올라가도 묵호등대에 닿는다. 거미줄처럼 얽힌 마을 길을 빠짐없이 둘러봐야 묵호등대마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림 하나하나에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묵호등대마을의 역사는 묵호항이 열린 194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험한 뱃일이나 모진 허드렛일을 마다치 않은 사람들이 모여 묵호항이 가까운 언덕배기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시작하면서다. 삼척과 태백의 석탄, 동해에서 생산된 시멘트를 실어 나르면서 묵호항은 전성기를 맞이했다. 사람들이 몰렸고, 언덕에는 벽돌과 슬레이트로 지은 집이 들어찼다. 아랫마을에는 뱃사람들이, 윗마을에는 덕장 일을 하는 사람들이 주로 살았다고 한다.

묵호등대마을의 벽화 가운데 유난히 눈에 띄는 오징어와 명태, 장화는 마을 사람들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언덕의 가장 높은 곳에는 오징어와 명태를 말리는 덕장이 있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묵호항으로 들어온 오징어와 명태를 지게나 빨간 고무 대야에 담아 덕장으로 날랐다.

언덕 꼭대기 덕장으로 오르는 길은 늘 질퍽해서 묵호등대마을 사람들은 “마누라, 남편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산다”고 했을 정도다. 지금은 시멘트 길이지만 당시에는 흙길이어서 논처럼 질퍽거리기 일쑤였다고 한다. 논골이란 이름도 거기에서 유래했다.

논골담길에는 텃밭이 많다. 잡초가 무성한 곳도 있지만, 고추와 가지, 호박 등 묵호등대마을의 소박한 삶을 키우는 텃밭도 제법 보인다. 묵호등대마을의 ‘논골담길 텃밭 재생 프로젝트’는 올해 4년 연속 국가 공모 사업에 선정됐다. 에코, 힐링, 여행, 유산 등의 테마로 채소와 꽃을 소재로 다양한 텃밭을 재생할 계획이어서 논골담길의 풍경이 더욱 화사하고 밝아질 것 같다.

○영화 촬영장소로 유명한 묵호등대

논골담길 정상에는 널찍한 공간과 함께 등대가 하나 있다. 묵호등대가 있는 묵호등대해양문화공간이다.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 시비 너머로 1963년 처음 불을 밝힌 높이 21.9m의 묵호등대 모습이 나선다. 묵호등대의 나선형 계단을 숨 가쁘게 오르면 사방이 탁 트여 일망무제의 바다, 청옥산과 두타산의 백두대간 능선이 거침없이 이어진다.

묵호등대는 영화 촬영 장소로도 유명하다. 1968년 신영균문희가 주연한 ‘미워도 다시 한번’의 촬영지로, 묵호등대 앞마당에는 ‘영화의 고향’ 기념비가 세워졌다. ‘미워도 다시 한번’ 이후 40년이 지나 묵호등대를 알린 드라마가 있으니, 이승기한효주가 주연한 ‘찬란한 유산’이다. 묵호등대에서 길을 따라 내려가면 드라마에 나온 출렁다리를 만난다. 출렁다리에서 해안도로로 내려가거나 다리를 건너 직진하면 서울 남대문의 정동쪽에 있다고 알려진 까막바위에 이른다.

추암은 동해시의 가장 남쪽에 자리 잡은 해변으로, 삼척시의 증산해변과 이웃해 있다. 장엄한 일출 광경이 애국가 방송 화면의 첫 장면을 장식하면서 일출 명소로 알려진 곳이다. 추암 촛대바위는 예부터 유명했다. 1788년 단원 김홍도가 정조의 명을 받아 그린 화첩 《금강사군첩》에도 등장한다. 《금강사군첩》은 조희룡의 《호산외사》에 나오는 ‘명사금강사군산수(命寫金剛四郡山水)’라는 구절에서 유래한 것으로, 김홍도는 이곳 전망대에 올라 촛대바위와 주변 기암절벽을 상세히 묘사했다. 촛대바위는 전망대에서 보는 것도 좋지만, 추암해변 끝자락에서 보는 것이 더 운치 있다. 한적한 해변 남쪽에는 해안 절벽을 따라 삼척 증산해변까지 데크가 조성돼 산책 코스로 그만이다.

동해는 백두대간의 두타산(1353m)과 청옥산(1404m)을 품고 있는 고장이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던가. 기골이 장대한 두타산과 청옥산의 수많은 골짜기에서 흘러내린 물이 계곡을 이루는데, 신선이 산다는 무릉도원을 본떠 무릉계곡이라 부른다.

1000명이 앉아도 넉넉하다는 무릉반석을 지나 무릉계곡의 대표적인 명소 쌍폭포와 용추폭포까지 다녀오는 트레킹을 빼놓을 수 없다. 삼화사와 학소대를 지나 용추폭포까지 약 3㎞ 거리다. 울창한 숲이 에워싸고 가파르지 않아 쉬엄쉬엄 다녀오기 좋다. 용추폭포에서 하늘문, 관음사를 거쳐 내려오는 코스도 권할 만하다. 가파른 철 계단에 서면 두타산과 청옥산의 굵직한 산줄기와 기암절벽이 쉼 없이 이어진다.

동해=최병일 여행레저 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여행팁

동해 논골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첫째 날은 천곡동굴→논골담길→망상해변→약천문화마을(숙박), 둘째 날은 북평장→추암해변→무릉계곡 순으로 여행하는 것이 좋다. 동해로 가려면 서울고속버스터미널~동해 코스가 하루 20회(오전 6시30분~오후 11시30분) 운행하며 3시간 걸린다. 자가용으로 가려면 동해고속도로 망상 IC→묵호항 방면 우회전→창호초등학교 입구에서 묵호등대 방면 해맞이길 좌회전하면 묵호등대가 보인다.

냄비물회는 오부자횟집(033-533-2676)이 잘한다. 물회나 회덮밥을 먹고 싶으면 일출로에 있는 부흥횟집(033-531-5209)을, 손칼국수는 대우칼국수(033-531-3417)를 찾으면 좋다. 동해시 부곡복개로에 DQ모텔(033-535-2903)과 리사호텔(033-532-1667) 등이 한국관광공사의 굿스테이로 지정된 좋은 숙소다. 캠핑을 원한다면 망상오토캠핑리조트(033-539-3600)를 추천한다. 오는 14~15일 묵호항 일원에서는 동해시 오징어축제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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