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심윤종 "새마을운동 개도국 전파…주민 의식 바꾸는 마중물 될 것"

입력 2013-10-06 18:02   수정 2013-10-06 23:57

'제2 새마을운동'으로 3만弗 시대 열어야
해외 지도자 "새마을운동 배우자" 바람
개발도상국 시범마을 10곳씩 육성할 것

만난 사람 = 이계주 지식사회부 차장




‘새벽 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잘 살아보세, 잘 살아보세.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 가난에 허덕이던 1970년대 전국 방방곡곡에 울려 퍼졌던 ‘새마을 노래’와 ‘잘 살아보세’의 구절이다.

이른 아침 새마을 노래가 확성기에서 흘러 나오면 마을사람들은 너도나도 빗자루로 동네 길을 쓸고, 화단을 정리했다. 초가 지붕은 슬레이트로 바꿨고, 질척이고 좁은 마을 길도 고쳤다. 한국이 빈곤을 극복하고 근대화와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평가받는 새마을운동의 모습이다. 20·30대에겐 낯설지만 중장년층에게는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다시 ‘새벽 종’이 울리고 있다. 이번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다. 미얀마 몽골 우간다 등 개발도상국에 새마을운동을 전파해 글로벌 빈곤 퇴치에 기여하려는 것이다. 지난 6월에는 ‘새마을운동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목록에 등재되는 경사를 맞기도 했다. 새마을운동 국제화는 6월 심윤종 새마을운동중앙회장(72) 취임 이후 가속화하고 있다. 성균관대 총장 재직 때 ‘개혁 총장’으로 활약하다 ‘새마을운동 전도사’로 변신한 심 회장을 서울 대치동 새마을운동중앙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새마을운동을 뭐라고 보십니까.

“1970년대 대한민국의 절대 빈곤을 극복하게 만든 근대화와 경제성장의 원동력입니다. 모든 국민이 참여해 가난을 물리치고 조국 근대화와 국가 발전을 이뤄낸 견인차고요. 각종 개발사업으로 농촌 소득 확대에도 톡톡히 기여했지요. 가장 큰 의미는 근면·자조·협동 정신으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국민적 자신감과 시민의식을 함양시킨 촉매제라는 점입니다.”

▷최근 전개하는 제2의 새마을운동은 어떤 것인가요.

“과거의 새마을운동이 가난 극복을 위한 물질적 잘살기 운동이었다면 ‘제2의 새마을운동’은 삶의 질 향상을 통한 ‘더불어 잘사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 만큼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에 속한다고 볼 수 있지만 시민의식과 행동, 도덕성 등에선 여전히 부족하죠. 사회가 변화하면서 국민의식 변화도 요구되고 있습니다. 그래야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들어설 수 있습니다. 지금은 ‘다시 한번 잘 살아보세’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중앙회는 이런 시대적 요구에 맞춰 삶의 양과 질을 함께 추구하는 선진국형 운동을 펼칠 계획입니다.”

▷제2의 새마을운동에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요.

“가장 큰 문제는 예산입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새마을운동은 정부에서 강력한 지원을 받았습니다. 일선 마을 현장까지도 정부에서 지원금을 내려보냈습니다. 하지만 1980년부터 민간 주도로 전환되면서 정부의 지원금이 사실상 끊겼습니다. 그래서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지부·지회에 지원하는 금액이 턱없이 적습니다. 임기 3년 동안 중앙회의 재정 자생력을 키우는 게 주요 목표 중 하나입니다.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부동산 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익 사업도 펼치려고 합니다.”

▷새마을운동의 해외 진출도 활발한데요.

“2009년부터 안전행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으로 ‘새마을운동 세계화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현재 몽골 네팔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등 13개 개발도상국에 32곳의 시범마을을 육성했습니다. 앞으로는 개도국 한 국가당 최소 10곳 이상의 시범마을을 육성하려고 합니다.”

▷기존 원조 방식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요.

“지금까지 선진국이 주도한 원조는 개발도상국의 자율 의지를 해치고 원조 의존성만 키운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새마을운동은 자조 정신을 강조한 주민참여형 개발 운동의 성공적인 모델입니다. 정부의 투명하고 적절한 개입이 주민의 참여로 상승작용을 일으킨 성공적인 민·관 협력 사업이죠. 물량 위주의 단순 원조에 앞서 새마을운동으로 현지 주민들의 의식을 개혁하면 원조 효과를 훨씬 높일 수 있습니다. 새마을운동은 현지 주민들이 직접 근대화에 나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중물’이라고 보면 됩니다.”

▷해외에서 평가하는 새마을운동은 어떻습니까.

“개발도상국 지도자들이 성남시 분당에 있는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을 찾아 남긴 글귀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은 ‘국가 발전을 위해 새마을지도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고 했습니다. 조셉 보아카이 라이베리아 대통령은 ‘연수원 방문 일정이 한국에서의 가장 중요한 방문’이라고 했고요.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새마을운동을 통해 대한민국을 빈곤에서 극복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의 주요 지도자들이 새마을운동에 대한 가치를 깨닫고, 너나 할 것 없이 새마을운동을 배우려고 합니다.”

▷새마을운동 국제화에서 보완할 점이 있다면.

“새마을운동 국제화는 현재 40여개 기관과 부처에서 제 각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새마을 시범마을 육성사업은 예산이 부족해 국가별로 2개 마을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되면 새마을운동 국제화의 원칙인 ‘경쟁을 통한 발전’이 어렵습니다. 이런 비효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마을운동을 공적개발원조(ODA)의 한 형태로 인식하고 사업 예산도 ODA 사업비에 편성해야 합니다. 국무총리실 산하에 새마을운동 ODA 태스크포스(TF)팀이 구성돼 있지만 예산권이 없습니다. 예산을 담당할 컨트롤 타워가 필요합니다. 개발도상국 정부가 새마을운동에 대한 이해와 의지가 부족한 점도 고민입니다. 해당 국가 정부들이 새마을운동을 여전히 단순한 원조의 한 형태로만 인식하고 있는데, 이래선 효율을 높이기 쉽지 않거든요. 이런 인식은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앞으로도 현지 대사관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홍보하는 게 중요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관심은 어느 정도입니까.

“박 대통령이 새마을운동에 정서적으로 매우 우호적이어서 제2의 새마을운동을 추진하는 데 큰 힘을 주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현장에서 새마을운동 관련 내용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겐 큰 힘이 되죠.”

▷새마을운동중앙회를 잘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중앙회는 1970년대 관 주도로 추진한 새마을운동을 민간 주도로 전환하기 위해 1980년 설립됐습니다. 이후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의 자원봉사, 1998년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금모으기 운동 등 국가적 행사 및 재난 발생시 자원봉사 활동에 앞장서 왔다고 자부합니다. 중앙회는 시·도지부와 시·군·구 지회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회원 수가 210만명에 달합니다. 개별 단체 회원 수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을 거예요. 이 가운데 새마을지도자만 18만명입니다.”

▷20~30대 젊은 층은 새마을운동을 낯설어 합니다.

“적극적인 중앙회 활동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죠. 중앙회 회원 대부분은 50대 중반으로 연령대가 다소 높습니다. 이에 따라 젊고 역동적인 차세대 새마을지도자 육성을 위해 2011년 ‘Y-SMU포럼’을 설립했습니다. 21세기 청년운동의 새로운 변화를 선도하고, 글로벌 리더십을 배양함으로써 제2의 새마을운동을 성공적으로 추진하자는 취지에서입니다. 매년 라오스 네팔 몽골 등 해외 새마을 현장을 찾아 지역민을 위한 교육봉사 등 자원봉사 활동도 펼치고 있습니다. 현재 청년 회원 수가 3만5000명인데 5년 이내에 10만명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정리=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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