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활발한 시간제 일자리…경단녀·퇴직자 '제2 취업 사다리'로

입력 2014-03-10 07:01  

시간선택제 일자리 해외사례 연구 발표회

< 경단녀 : 경력단절 여성 >

네덜란드, 맞벌이 보편적 활용
일본, 여성 43%가 '시간제'
영국, 전일제와 차별금지법도
스웨덴, 언제든 전일제로 복귀
독일, 관리직도 시간제 만족 고용부·노사발전재단 주최



[ 정태웅 기자 ]
박근혜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새롭게 도입한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근로자의 자발적 선택을 통해 일과 생활의 균형을 갖추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육아나 병 간호, 교육 등을 위해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활용한다면 재테크 못지않게 풍요로운 인생 설계를 할 수 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지난해 본격 도입됐지만 공공부문은 물론 민간에서도 아직 낯선 느낌을 주고 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지혜롭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선진 사례들을 통해 국내에서 적용할 모델을 유추해볼 필요가 있다. 고용노동부와 노사발전재단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시간선택제 해외사례 연구 발표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소개된 네덜란드 일본 영국 스웨덴 독일 등 5개국의 사례는 나라마다 독특한 사회 및 역사와 함께 발전시켜온 제도여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네덜란드-전문직도 시간제

유럽 내에서도 다소 보수적인 국가로 분류되던 네덜란드는 여성이 결혼하면 대부분 퇴직하고 남편이 ‘외벌이’로 가계를 책임져왔다. 그러나 경기침체와 높은 실업률이 이어지자 1982년 임금인상 자제, 노동시간 단축, 시간제 일자리 도입 등 78개 사항에 대해 타협하는 ‘바세나르 협약’을 체결했다.

네덜란드는 이후 남성 위주의 외벌이에서 맞벌이 중심으로 바뀌어갔고 경제 체제도 시간제 일자리에 맞게 재편됐다. 남성은 전일제로 일하고 여성은 시간제로 일하는 ‘1.5인제’가 현재는 보편적 형태다. 여성 고용률이 높아진데는 시간제 고용의 역할이 크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복지 수준도 노사가 먼저 타협하고 정부가 법으로 보장하는 식으로 시간제 권리를 법제화했다. 1996년 임금 연장근로수당 보너스 등 고용조건에 대해 전일제 근로와 동등하게 대우하도록 하는 차별금지법, 2000년 근로자에게 근로시간 조정 청구권을 부여하고 사용주는 경영상 어려움이 없으면 승인을 의무화한 근로시간 조정법 등이 대표적 사례다.

네덜란드 근로자의 약 18%가 시간제로 일하고 있으며 대표적 금융기업인 ING뱅크의 경우 현지 근로자 1만8000여명 가운데 3000명이 시간제로 일하고 있다. 변호사 회계사 의사 엔지니어 교사 등 전문직이 시간제 근로제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일본-육아 지원금 많아

일본은 2010년 기준 시간제 근로 비율이 전체 노동력의 26.6% 수준이며 여성 근로자의 43.0%, 남성 근로자의 14.6%가 시간제를 활용하고 있다. 일본은 일·가정 양립과 시간제 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를 위한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대부분은 육아 등을 위해 전일제에서 시간제 정규직으로 이행하고 있다.

‘육아기 단시간근무 조성금’은 취학 전 자녀 양육을 위해 단시간 근무를 도입한 사업주에게 장려금을 지원하는 제도이고 ‘커리어 up 조성금’은 기간제, 시간제, 파견 등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해 정규직 전환, 인재육성, 처우개선 등의 조치를 하는 사업주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다카시마야백화점의 경우 육아휴직·육아단시간근무, 학교행사 휴가, 미사용 연차휴가의 적립 사용(리저브제), 재고용제, 단신 부임자의 귀성휴가 등 일과 생활을 조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1950년대부터 활성화

자유주의적인 전통이 유지되고 사업주의 자율성이 상대적으로 큰 영국은 1950년대부터 여성을 중심으로 시간제근로가 활성화됐다. 그러나 질 낮은 시간제근로가 사회문제되면서 1997년부터 시간제 근로자를 보호하는 법률이 잇따라 도입됐다. 2000년대 이후 전일제와의 차별을 금지하는 ‘시간제 근로자법’(Part-time Workers Regulation)과 일과 삶의 균형을 지원하는 ‘일·가정법’(Work and Families Act) 등이 대표적이다. 자유주의적 전통에 따라 보호 수준이 다소 약하다는 지적을 여전히 받고 있다.

옥스퍼드 지방정부의 경우 공무원 5107명 가운데 2259명(44.2%)이 시간제 근무를 하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85%가 여성이다. 55세 이상 직원들이 일찍 연금을 신청하면 근무시간을 줄일 수 있는 ‘유연정년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정동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시간제로 일하는 공무원들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으며 업무성과도 전일제와 차이가 없다고 자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여성 참여 활발

1970년대 이후 노동력 부족을 겪은 스웨덴은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급속히 늘어났다. 그러다보니 사회보장제도와 출산휴가제, 무상보육 등 가족복지제도를 기반으로 해 남녀 모두 전일제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하는 고용구조를 갖추게 됐다. 그러나 육아나 재교육 등을 위해 근무시간을 선택해 일정기간 근무하는 방식이 점차 확산되면서 시간제 근로가 자연스러운 규범으로 자리잡았다. 공공육아시설 확대, 유급 육아휴직제도, 부모보험제 등의 정책이 추진되고 전일제와 차별이나 공공복지서비스 등에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노동관행도 일반화됐다.

SEB은행의 경우 정규직 시간제 근로자 대다수가 언제든 전일제로 복귀할 수 있도록 보장돼 있으며 전체 근로자의 14%가 시간제로 근무하고 있다. 정규직 시간제 근무 형태는 주 1회 휴무일 지정(시간제 중 61%가 선택) 또는 매일 2시간 단축근무(39% 선택)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독일-관리직부터 우선 도입

독일은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노사가 시간제 일자리에 적극 참여해 총 고용 규모가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고 있다. 정부도 관련 법률을 제정해 차별금지 원칙, 근로시간단축 청구권 등을 제도화하면서 시간제 근로를 활성화하는 데 정책적 노력을 기울였다.

독일 시간선택제의 가장 큰 특징은 관리자들부터 우선 도입했다는 점이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보쉬는 관리자들이 4개월간 시간제·재택근로를 체험하는 ‘모어(MORE) 프로젝트’를 실시하는 등 시간제근로를 적극 도입했다. 관리자들이 경험해봐야 한다는 취지였다. 근로시간은 전일제의 80% 수준으로 낮추되 업무는 100% 수준을 유지하게 되면서 노사가 모두 만족하고 있다. 2011년 관리자 150명을 대상으로 시범 실시한 결과, 참여자 중 80%가 계속 시간제 또는 재택근무를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고 보쉬 측은 밝혔다.

자동차업체 다임러의 경우 30개 관리직 일자리를 60명이 나눠서 하다 보니 갈등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상담과 코치 등 관리자 역할이 더욱 확대되는 순기능도 있다고 밝혔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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