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투 원(ZERO to ONE)' 강력한 반론- ②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

입력 2014-11-28 10:36   수정 2014-12-01 14:24

전자결제시스템회사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이 스탠퍼드대에서 펼친 스타트업 강의. 한 학생이 필기한 강의록을 블로그에 올리면서 센세이션이 시작됐다. 기업 창업자와 최고경영자(CEO)들이 일제히 주목한 아마존 선정 ‘2014년 최고의 책’. 월스트리트저널은 ‘제로 투 원(ZERO to ONE)’의 내용을 발췌한 ‘독점의 경제학’이란 피터 틸의 기고문을 비중 있게 실어 논쟁의 장을 열었다. 한경닷컴은 이 책의 국내 출간에 발맞춰 3회에 걸쳐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행복한 가정들은 모두 비슷비슷하다. 불행한 가정들은 모두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의 장편 ‘안나 카레니나’의 유명한 서문을 피터 틸은 이렇게 뒤집는다. “행복한 기업들은 다들 서로 다르다. 반면 실패한 기업들은 한결같다.”

각각의 독특한 문제를 해결해 독점을 구축한 기업은 행복하고, 똑같은 경쟁을 벗어나지 못한 기업은 불행하다는 게 틸의 주장이다.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 그는 이윤 창출에서 기업의 도약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에 주목한다. 기업이 매일 매일의 치열한 생존 경쟁을 초월해 장기적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방법은 독점 이윤뿐이라고 단언한다.

틸은 새로운 일을 하는 것, 0에서 1로 진보하는 것을 ‘수직적 진보’로 정의한다. 효과가 입증된 것을 카피하는, 즉 1에서 n으로 진보하는 것은 ‘수평적 진보’다. 거시적 관점에서 틸에게 수평적 진보는 글로벌화, 수직적 진보는 기술이다. 틸은 “대부분 글로벌화가 전 세계의 미래를 결정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기술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수평적 진보보다 수직적 진보, 경쟁이 아닌 독점. 그가 기술 기업을 중요시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분야를 경시하진 않는다. 틸이 지칭하는 ‘제로 투 원’은 좁은 의미의 테크놀로지가 아닌 넓은 의미의 혁신적 기술을 뜻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독점할 것인가’란 질문이 남는다.

우선 간과하기 쉬운 한 가지. 독점은 통념과 달리 퍼스트 무버의 영역으로 볼 수 없다. 수많은 패스트 팔로어가 뒤쫓기 때문이다. 사회학에선 이를 ‘동형화(isomorphism)’ 개념으로 풀이한다. 설령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더라도 재빠르게 카피하는 후발주자들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면 독점은 불가능하다.

틸은 정반대 발상을 제시한다. 독점을 위해 필요한 것은 ‘라스트 무버(last mover)'다. 그리고 “시장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가장 먼저 점령하는 것”을 라스트 무버의 조건으로 꼽는다.

예컨대 페이팔의 이메일 기반 결제시스템은 기존 기술보다 편리했지만, 편의성이 곧 독점으로 이어진 건 아니다. 대규모 온라인 경매사이트 이베이의 ‘파워 셀러(power seller)’, 즉 직업적 판매상들을 사로잡은 게 라스트 무버로 남는 계기가 됐다. 틸은 “페이팔이 (직업적 판매상들의 호응으로) 이베이의 유일한 결제 플랫폼이 되자 뒤쫓아오는 기업은 없었다”고 소개한다.

틸은 퍼스트 무버보다 라스트 무버, 단기 성장이 아닌 회사의 존속을 중시한다. 경쟁을 벗어나 독점할 수 있는 방법론으론 △독자 기술 △네트워크 효과 △규모의 경제 △브랜드 전략을 제시한다.

핵심은 본질이다. 틸은 애플의 사례를 들어 창조적 독점은 어떤 형태로 구현되는지 설명한다.

애플의 성공에서 뭔가 배우려는 시도는 많았다. 효과적 광고, 브랜드를 부착한 상점, 고급 재질, 재미난 기조연설, 고가 정책, 미니멀리즘을 차용한 디자인까지. 사실 모두 모방하기 별로 어렵지 않은 것들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무언가가 단단히 자리하고 있지 않으면 이런 잔기술들은 아무 소용이 없다.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쪽에서 보유한 맞춤형 독자 기술을 한데 아우른 완전체를 만들어냈다. 구입 자재에 대해 가격 결정력을 행사할 정도로 대량으로 제품을 제조하며, 자체 콘텐츠로 형성된 생태계를 통해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누린다. 애플의 브랜드 전략이 독점을 효과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것은 바탕에 우위 요소들이 이미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독점을 누리려면 객관화 작업이 필수적이다. 틸은 교집합과 합집합 개념을 들어 독점과 경쟁의 차이를 명쾌하게 비유한다.

독점기업이 아닌 회사들은 자신의 시장을 여러 작은 시장의 교집합으로 정의한다. 때로는 사소한 차별화 요소에 집착한다. 자신의 분야가 ‘특별한 시장’이라고 과장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의 신설 중소기업 가운데 가장 유망한 분야’ 같은 사고방식이 그렇다. 여러 전제조건의 교집합이 성립됐을 때 비로소 가능한 독점은 이미 독점이 아니다.



반면 독점기업은 합집합적 사고를 한다. 독점 이윤을 유지하고 싶어서다. 구글은 미국 검색엔진 시장 점유율이 68%에 이른다. 범주를 광고로 넓혀보자. 구글이 미국 검색엔진 광고시장을 완전히 독점해도 전 세계 광고시장의 3.4%로 떨어진다. 글로벌 기술 기업으로 간주하면 0.24% 이하로 급락한다. 구글은 이러한 합집합 방식의 전략으로 견제와 경쟁에서 벗어난다.

마지막 3편에선 창조적 독점기업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실제 사례 위주로 다룬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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