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구청들의 무차별 '변상금 폭탄'

입력 2014-12-22 20:51   수정 2014-12-23 04:56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 강경민 기자 ] 서울 성동구에 사는 김모씨는 지난달 구청으로부터 한 장의 황당한 우편 공문을 받았다. 지어진 지 40년이 넘은 김씨의 집이 국공유재산인 도로를 50㎝가량 무단 점용했다는 이유로 변상금을 내라는 것이었다. 도로법상 김씨에게 부과된 5년치 소급 점용료는 2000만원에 달했다. 김씨는 “40년간 위반 사실에 대해 들은 것도 아는 바도 없다”며 “왜 지금에서야 변상금을 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정은 이렇다. 과거에도 집과 도로의 경계 등에 대한 지적측량은 존재했다. 그러나 위치확인시스템(GPS) 기술에 기반을 둔 신규 지적측량이 최근 진행되면서 집과 도로의 경계선이 과거에 비해 명확해졌다. 이렇다 보니 도로를 점용했다는 이유로 건물주에게 변상금을 부과해 논란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시가 지난해 부과한 도로점용 변상금만 200억원에 이른다.

무상복지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세수 확충을 위해 도로점용 변상금 징수에 앞장서는 것도 또 다른 원인이다. 이러다 보니 김씨처럼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부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7월 도로법 개정을 통해 ‘점유자의 고의·과실이 아닌 경우 변상금을 징수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하지만 일선 구청에서 이 규정은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성동구 관계자는 “고의·과실 여부는 추상적인 문제인데다 개정 취지와 적용 사례에 대한 해석이 없다”며 “도로를 점용했으면 현재로선 무조건 변상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로 등 국공유재산 관리는 정부와 서울시가 각 구청에 위임한 것으로, 감사원과 서울시로부터 관리 실태에 대해 정기 감사를 받아야만 한다. 공무원들이 감사를 의식해 몸을 사리면서 지역 주민들의 억울함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로 불법점용에 대한 행정기관의 법 집행은 당연하다. 하지만 예외 규정을 통해 충분히 구제받을 수 있음에도 공무원들의 몸 사리기로 피해를 보는 주민들이 있는 게 현실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관련법 개정 등을 통해 주민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