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파업 기간 대체근로 허용해야

입력 2015-09-09 18:08  

"불법파업에도 대항수단 없는 기업
파업기간 손실 떠안아 경쟁력 약화
사업장 내 쟁의행위도 금지해야"

김희성 <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적자 상태거나 적자를 막 벗어난 기업들이 노조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다.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 중인 조선업계는 파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사측이 어렵다고 하니까 사내유보금과 보유자산을 매각해서 임금을 올려달라고 한다. 금호타이어는 이보다 더하다. 워크아웃 졸업 직후 파업으로 임금을 25.6%나 올리더니, 이번에는 파업기간 임금까지 달라면서 근 한 달째 파업 중이다.

무리한 파업은 회사 매출 하락과 기업신인도만 추락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준다. 회사와 협력기업의 매출이 하락하고 해당 지역의 소상인이 고통받으며 궁극적으로 국가경제까지 영향을 받는다. 근로자의 노동3권 행사는 근로자들이 사용자와 대등한 지위에서 공정한 거래를 목적으로 행해져야 한다. 그러나 노동3권 행사가 불법인 때에도 사용자들이 대처할 방안이 없다. 회사는 그저 감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산업현장의 현실이다.

최근 경제계는 경직된 노동시장의 주된 원인으로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을 문제삼으면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규정하고 있는 ‘대체근로 금지’를 개선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노조의 파업권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 대체근로 허용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대내외 경제위기로 경영난을 겪는 기업에서 불법파업이 만연하고 있다. 노사 간 힘의 불균형 해소 차원에서도 대체근로 도입을 생각해 볼 시기다.

현행법상 노조가 파업을 개시한 경우 사용자는 대체근로가 금지되기 때문에 파업으로 인한 생산량 저하 등 경영상 손실을 모두 떠안을 수밖에 없다. 반면 노조는 파업으로 인해 발생한 민사상 손해배상에 대해 민사책임을 면제받는다. 파업은 형사상 정당행위에 해당돼 형사책임 역시 면제된다. 노조가 전면 파업을 강행할 수 있는 이유가 대체근로 금지 규정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노조가 장기간 파업할 때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은 한정돼 있으므로 기업은 도산할 수밖에 없다. 기업의 도산은 근로자들에게는 생활 기반의 상실이요, 국가적으로는 동반성장의 저해요소가 되며, 산업경쟁력이 약화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외국은 어떨까. 미국은 파업 때 사용자가 영구적으로 대체 근로자를 고용할 권리가 있다. 독일은 파업으로 중단된 업무를 재개하기 위해 신규채용을 하거나 제3자에게 도급을 줄 수 있다. 일본은 파업에 대한 사용자의 대항행위로 대체 근로자 채용을 허용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역시 대체근로를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즉 대부분 국가가 노조의 쟁의권과 사용자 영업권의 조화차원에서 대체근로를 인정하고 있다.

노조가 쟁의행위를 사업장 내에서 할 수 있도록 하는 관행도 노사 대등의 원칙에 어긋난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 가운데 파업을 회사 내에서 하도록 허용하는 나라는 없다. 노조 사무실도 사업장 밖에 두는 것이 원칙이다. 반면 한국에선 대체근로는 금지하면서 노조의 직장 점거는 당연한 것으로 인정한다. 이 때문에 파업 시 일반직 근로자를 동원해서라도 공장을 돌리려는 회사와 물리적인 충돌까지 발생한다. 법으로 사업장 내 쟁의를 금지할 필요가 있다.

노조의 파업에 적극적인 대항수단이 없는 기업은 조업 손실을 막기 위해 노조의 부당한 요구까지 들어줄 수밖에 없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이런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은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투자 위축과 신규채용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청년 고용절벽’ 현상도 더욱 심화되고 사회불안으로 연결될 수 있다. 대체근로 허용을 심각하게 고려할 때다.

김희성 <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슈퍼개미]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