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북부 산 세바스티안서 로그로뇨까지…스페인 타파스 투어

입력 2015-09-14 07:00  

중세風 건물 사이 '핀초스 바' 빼곡
바스크式 해산물 꼬치 요리 '삼매경'

버섯·새우 굽는 냄새 '고소한 유혹'
레드와인 깊은 맛에 '달콤한 취기'




스페인 여행은 크게 북부와 남부로 나뉜다. 두 지역은 사뭇 다른 매력을 지녔다. 지중해와 아프리카 대륙을 마주한 남부의 분위기가 열정적이라면, 피레네산맥과 대서양의 기운을 받은 북부는 시원하고 여유롭다. 북부의 중심에 자리한 바스크 지방에선 풍부한 해산물을 바탕으로 음식 문화가 발달했다. 특히 바스크의 해안도시 산 세바스티안과 리오하의 주도 로그로뇨에선 골목에 밀집한 타파스 바(tapas bar)들을 돌며 음식을 맛보는 타파스 투어가 인기다. 타파스는 식사 전에 술과 곁들여 간단히 먹는 음식이다. 수백 년 된 골목길과 건물을 배경으로 타파스를 맛보는 시간은 현지의 소소한 일상과 어우러지는 특별한 기억이 된다.

미식의 도시 산 세바스티안

스페인 북부 빌바오공항에서 차로 약 100㎞를 달려 산 세바스티안에 도착하자 어느덧 저녁 무렵이 됐다. 창밖으로 짙푸른 해안이 펼쳐지고, 멀리 부호들의 별장과 19세기에 만들어진 궁전들이 빛난다. 이곳은 과거에 스페인 왕족과 귀족의 휴양지였고, 지금은 유럽인들이 휴가 때 찾아오는 인기 피서지다.

최근에는 미식으로도 명성을 높이고 있다. 세계적인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과 본고장 음식인 핀초스(pinchos)를 선보이는 바(bar)가 즐비하다. 골목 탐방을 위해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현지인 사비에르와 동행했다. 그에게 타파스에 대해 묻자 막힘없는 대답이 돌아온다. “새우, 대구, 올리브, 가지 등 각종 재료를 꼬치에 꽂은 요리가 핀초스죠. 스페인에서 애피타이저나 안주로 먹는 소량의 음식을 타파스라고 하는데 핀초스는 일종의 바스크식 타파스입니다.”


맛있는 타파스를 찾아 골목 순례를

산 세바스티안의 옛 시가지 입구에 도착하자 중심 광장인 헌법광장을 주축으로 수백 년 된 골목들이 씨줄과 날줄을 이룬다. 오래된 돌바닥과 중세풍 건물들은 시간의 흔적을 보여준다. 간판과 창문에 새겨진 바스크 문자들이 낯선 매력으로 다가온다. 오랫동안 독립을 원했던 자치주인 바스크에서는 지금도 독자적인 언어와 문자를 사용한다. 산 세바스티안이 바스크어로는 도노스티아(Donostia)이기 때문에 공식 명칭은 ‘도노스티아-산세바스티안’으로 표기한다.

여러 핀초스 바를 돌며 맛보는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여러 집을 도는 것을 스페인어로는 포테오(poteo), 바스크어로는 치키테오(txikiteo)라고 따로 지칭할 정도다. “鳧?1인분에 2~4유로 정도로 주머니가 얇은 여행자라도 부담이 없다.

사비에르는 초보라도 음식 고르기가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다. “집집마다 핀초스라고 바스크어로 쓴 게 보이죠? 그 앞에 그림이나 사진으로 보여주는 요리가 식당의 대표 메뉴입니다. 마음에 드는 음식을 골라 여러 집을 돌며 골고루 맛볼 수 있어서 좋아요.”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핀초스 바는 광장 바로 앞에 자리한 ‘아스텔레나 1960 바’다.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에게 인기가 좋은 곳이다. 대표 메뉴인 한치구이 핀초스에 청량한 백포도주를 곁들이니 산해진미가 따로 없다. 주위를 둘러보니 의자가 몇 개 없다. 바 테이블이나 참나무통 테이블에 서서 먹는 형태다. 어느 핀초스 바에서건 사람들은 적당한 곳에 서서 핀초스를 맛본다. 문밖에 서거나 길가의 벽에 기댄 채로 대화를 나누며 즐기는 사람도 많다. 골목이 가게의 일부가 돼 사람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있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끊임없이 먹고 마실 수 있는 로그로뇨

사비에르는 로그로뇨 출신이란다. 산 세바티안에서 남쪽으로 168㎞ 떨어진 곳에 리오하 지방의 주도 로그로뇨가 있다. 리오하는 비옥한 땅에서 적포도주가 자라는 스페인 최대의 포도주 생산지고, 로그로뇨는 산티아고 순례길 길목의 도시다. 9세기에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하나인 야곱의 무덤이 북서쪽의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발견된 뒤 산티아고 순례길이 생겼는데, 지금도 매년 수십만 명이 찾는다. 덕분에 순례길 길목에 자리한 로그로뇨도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됐다.

사비에르는 가이드북보다 명쾌하게 로그로뇨를 설명했다. “이곳은 ‘걸어서 하루에 다 볼 수 있을 정도로 작지만, 끊임없이 먹고 마실 수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한때 스페인에서 인구 대비 타파스 바의 수가 가장 많은 도시였고, 지금도 200여개에 달하는 각양각색의 가게가 모여 있죠.”

마을 입구에서 시작되는 큰 골목으로 들어서니 로그로뇨의 상징과도 같은 산타 마리아 데 라 레돈다 대성당이 나타난다. 이곳 사람들은 기억하기 쉽게 로그로뇨 대성당이라고 부른다. 15세기 고딕양식으로 건축한 입구와 17세기 바로크 양식으로 완성된 탑의 대비가 눈길을 끈다. 골목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니 산 바르톨로메 성당, 라 리오하미술관 등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이어진다. 지방 소도시답게 중세시대의 건축물이 잘 간직돼 있다.


‘코끼리 코’라고 불리는 골목 속으로

이곳의 타파스 골목은 로그로뇨 대성당에서 400m 떨어진 라우렐 골목과 어거스틴 골목에 형성돼 있다. 대칭을 이루며 나란히 뻗은 두 골목을 따라 각양각색의 타파스 바가 줄을 잇는다. 먹을 것이 많은 곳에 오자 신이 나는지 사비에르의 말이 더 빨라졌다. “어떤 곳은 버섯, 어떤 곳은 돼지 볼살, 어떤 곳은 새우와 파인애플 등 저마다 특색 있는 타파스를 선보이고 있어요.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그 메뉴를 이름 삼아 ‘버섯 집에서 만나자’ 하는 식으로 약속을 잡은 뒤 함께 여러 곳을 순회하기 시작하죠.”

‘버섯 집’이라 불리는 ‘바 소리아노(Bar Soriano)’는 로그로뇨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이다. 버섯 문양의 앙증맞은 간판 아래로 타파스를 맛보려는 사람들이 긴 줄을 서 있다. 오래 기다려서 먹은 이곳의 타파스는 구운 버섯과 고소한 새우, 향긋한 올리브유가 삼위일체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로그로뇨의 매력 중 하나는 어느 바에서든 와인 명산지인 리오하의 포도주를 싼 가격에 마실 수 있다는 것. 질 좋은 와인을 홀짝이며 갖가지 타파스를 먹다 보니 금방 취기가 오른다. 그 모습을 본 사비에르가 놀리듯 말했다. “이곳에선 술에 취한 모습을 두고 ‘코끼리 코(trompa)가 됐다’고 해요. 그래서 이 골목을 ‘트롬파스(trompas)’라고도 부르죠.” 그 말을 듣고 보니 왠지 트롬파스 골목의 코끼리가 된 기분이었다. 바쁜 여행객이 낯선 나라에서 평범한 현지의 일상에 빠져드는 건 쉽지 않은 일. 하지만 진짜 여행의 묘미는 이렇게 작은 골목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이곳만은 꼭!

아스텔레나 1960 바(Astelena 1960 bar)

산 세바스티안에서 가장 유명한 핀초스 바다. 옛 시가지 입구 광장 바로 앞에 있어서 찾기 쉽다. 대표메뉴는 한치구이 핀초스며, 백포도주를 곁들이면 더욱 좋다.

주소 Constitucin Plaza, 120, 20003 Donostia-San Sebastin 전화 +34-943-425-245

바 소리아노(Bar Soriano)

마늘과 올리브오일이 어우러진 버섯구이로 유명한 곳. 스페인 다른 지역 사람들이 멀리서 찾아올 정도로 맛이 훌륭하다. 보통 개장 직후부터 문 닫을 때까지 줄이 길게 늘어서 있으니 유의할 것.

주소 Travesa de Laurel, 2, 26001 Logroo, La Rioja 전화 +34-941-22-88-07

파가노스(Paganos)

50년 넘은 타파스 바. 음식을 구울 때 숯에 포도나무 가지를 함께 넣기 때문에 음식에서 독특한 향미가 느껴진다. 거대한 와인 잔에 포도나무 가지를 꽂아 이런 특징을 표현한 인테리어도 독특하다.

주소 Calle del Laurel, 22, 26001 Logroo, La Rioja 전화 +34-606-28-70-95

라 타비나(La tavina)

대체로 작고 소박한 로그로뇨의 타파스 바들과 달리 규모가 크고 세련된 것이 특이하다. 1층은 타파스 바, 2층은 와인 숍, 3층은 레스토랑으로 구성돼 있다. 가게에서 산 와인을 레스토랑에서 마실 수 있으며,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 어떤 와인인지 맞히면 그 와인을 주는 행사도 열린다.

주소 Calle del Laurel, 2, 26001 Logroo, La Rioja 전화 +34-941-10-23-00

나보영 여행작가 alleyna20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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