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서 만난 그는…잿빛 쇳덩이를 수천번 두드리고 담금질했다. 16세 때 시작한 일이다

입력 2015-11-02 07:01  

그곳에 가면 匠人이 있다


[ 최병일 기자 ]
방짜수저는 구리와 주석을 정확한 비율로 섞은 방짜를 망치로 두드려서 만든 숟가락과 젓가락이다. 방짜는 ‘참쇠’라고도 부르는데 그만큼 질이 좋다는 뜻이다. 전엔 참한 며느리가 들어오면 방짜 같은 며느리가 들어왔다고 칭찬했다.

수저 한 벌, 그릇 하나도 온 정성을 다해 만드는 이들이 있다. 평생을 바쳐 좋은 물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장인(匠人)들의 모습은 깊은 감동을 준다. 장인들을 만나면 조상들의 삶의 방식과 지혜뿐만 아니라 장인의 열정과 집념까지 배울 수 있어 자녀와 함께 떠나는 가족여행으로도 좋다. 전국의 장인을 찾아 떠나보자.

방짜 수저 만들기 외길 인생

강원 강릉에는 방짜수저를 만들며 외길 인생을 걷는 젊은 장인 김우찬 전수조교(chambangzza.com)가 있다. 16세 때 강원무형문화재 제14호였던 아버지 고 김영락 방짜수저장에게서 방짜수저 만드는 일을 배운 ?지금까지 한길을 걸어왔다. 2001년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입선, 전국공예품대전 강원도 은상, 강원무형문화대전 신진상, 2013년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 특선 등 수많은 상을 받았다. 2008년에는 강원도 무형문화재 방짜수저보존회를 설립해 방짜수저의 명맥을 잇고 있다.

방짜수저는 구리와 주석을 정확한 비율로 섞은 방짜를 망치로 두드려서 만든 숟가락과 젓가락이다. 방짜는 구리 1근(600g)에 주석 4.5냥(168.75g)을 더한 것인데, 정확한 비율을 따지면 구리가 78%, 주석이 22%를 차지한다. 구리가 조금이라도 더 들어가면 쇳덩이가 딱딱해서 망치로 칠 수 없고, 주석이 더 들어가면 망치질할 때 쇠가 터지고 만다. 방짜는 ‘참쇠’라고도 부르는데 그만큼 질이 좋다는 뜻이다. 예전엔 참한 며느리가 들어오면 방짜 같은 며느리가 들어왔다고 칭찬했다.

장애인을 위한 방짜수저 만들기도

방짜수저를 만드는 모든 과정은 수작업이다. 과정이 복잡하고 드는 수고와 노력도 보통이 아니다. 먼저 잿빛 쇳덩이를 수천 번 두드려 단단하게 만든다. 그 다음 숯불에 달군 쇠를 모루에 올려놓고 위, 아래를 뒤집어가며 망치로 두드린다. 이 과정에서 수저의 기본 모양이 만들어진다. 이것을 숯불에 15회 이상 담금질해 두드리면 쇠의 조직이 치밀해져 강도가 높아지고 광택이 난다.

다음은 망치 자국이 울퉁불퉁한 숟가락을 나무틀에 고정한 채 불에 달궈지며 생긴 때를 쇠칼로 벗겨낸다. 이 작업을 거치면 비로소 반짝이는 놋쇠가 드러난다. 이 쇠를 줄질로 다듬고, 날카롭고 뾰족한 칼로 머리와 손잡이에 문양을 새긴다. 그리고 쇠기름으로 광을 내면 수저 한 벌이 탄생한다.

방짜수저는 종류가 다양하다. 생김새에 따라 망치 자국이 있는 막수저, 무늬 없이 두툼한 온간자, 가늘고 약한 반간자, 자루 끝에 무늬가 있는 꼭지수저로 구분한다. 새긴 문양과 거기에 담긴 뜻도 여러 가지다. 손잡이에 매화를 새긴 매화수저는 장수를, 죽절문(竹節紋)을 새긴 죽절수저는 다산다복(多産多福)을 상징한다. 장애인을 위한 방짜수저도 있다. 손이 자유롭지 못한 장애인을 위해 김 전수조교가 만든 것이다. 손이 움직이는 각도까지 고려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김 전수조교의 작업실은 강릉시 입암동 주택가에 있다. 언뜻 보기에는 허름한 철공소 같다. 작업실에 걸린 ‘원조참방짜공방’이라는 간판이 김 전수조교의 작업실이라는 사실을 알려줄 뿐이다.

강릉 매력 느낄 수 있는 오죽헌과 안목해변

장인의 향기를 느꼈다면 늦가을에 강릉을 즐기기 좋은 오죽헌과 선교장을 거쳐 안목해변 커피거리까지 오붓한 여행을 떠나 보자. 오죽헌은 조선의 대학자 율곡 이이가 태어난 곳이다. 검은 대나무가 많아 오죽헌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매표소를 지나면 율곡 선생 동상이 있고, 오른편에 넓은 화단이 조성됐다. 신사임당이 그린 8폭 병풍 ‘초충도병’에 등장하는 참외, 수박, 가지, 맨드라미, 원추리, 양귀비, 여주, 봉숭아를 심은 ‘초충단’이다.

계단을 올라 자경문을 지나면 오죽헌과 문성사다. 문성사는 율곡 선생을 모신 사당이고, 왼쪽의 작고 아담한 한옥이 오죽헌이다. 율곡 선생의 영정을 모신 문성각, 율곡 선생이 어릴 적 사용하던 벼루를 보관한 어제각 등을 돌아보면 강릉의 가을이 더없이 깊고 그윽하다.

오죽헌과 가까운 강릉 선교장도 가을 분위기로 가득하다. 세종대왕의 형인 효령대군의 11대손 이내번이 1700년대에 건립한 뒤 10대에 걸쳐 300여년간 이어온 123칸 고택이다. 대문이 달린 행랑채와 안채, 사랑채, 별당, 사당, 연당과 정자까지 갖춘 조선 사대부 가옥으로 영화 ‘식객’ ‘황진이’와 드라마 ‘궁’을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선교장에서 눈여겨봐야 할 건물은 열화당과 활래정이다. 열화당은 선교장의 사랑채로 1815년에 지었으며, 동판으로 만든 러시아식 테라스가 이색적이다. 조선 말 러시아 공사관 사람들이 이곳에 잠시 머물렀는데, 그 보답으로 동판 테라스를 선물했다고 한다.

안목해변 커피거리도 가을 강릉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 해안 도로를 따라 로스터리 카페가 빼곡하게 들어섰다. 약 20년 전만 해도 커피 자판기로 가득했는데, 몇 년 전 카페가 들어서기 시작해 지금은 카페거리로 변모했다.

여행정보

베니키아경포비치호텔(gyungpobeach.com)은 바닷가에 있어서 바다풍경이 일품이고 시설도 깔浩求? (033)643-6699 한옥스테이인 휴심(hyusim.com)은 전통가옥을 개조한 펜션형 숙소다. (033)642-5075 토담순두부의 순두부는 맛이 깔끔하고 구수하다. (033)652-0336 동치미 막국수를 잘하는 집은 삼교리 원조 동치미막국수다. (033)661-5396 양도 푸짐하고 맛도 좋은 생선구이를 먹고 싶으면 주문진읍 해안로에 있는 실비생선구이집을 찾는 것이 좋다. (033)661-4952 주변에 있는 커피박물관이나 하슬라아트월드도 꼭 들러볼 만하다.


절제와 느림의 미학, 여창가곡 조순자 명인

평생 가곡 전승과 보급에 힘써온 조순자 명인은 2006년 경남 창원에 가곡전수관을 설립해 국악 꿈나무 육성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인 가곡은 45자 안팎의 시조를 국악관현악 반주에 맞춰 10여분 동안 노래하는 성악곡이다. 조선시대 풍류방에서 선비나 중인 가객이 불렀다. 시조, 가사와 함께 정가(正歌)로 분류되며, 셋 중 가장 예술성이 뛰어난 장르로 꼽는다.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 저녁에 가곡, 기악 독주와 합주, 창작극 등으로 구성된 국악 공연도 마련한다.

세계적 관광 명소를 꿈꾸는 상상길, 창동예술촌 등을 연계하면 창원 여행이 더 풍성해진다. 창동복희집과 고려당은 지역민의 추억과 향수를 달래주는 맛집. 옛 마산의 술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오동동 통술골목과 마산어시장이 창동과 가깝다. 전국에서 아홉 번째로 보양 온천에 지정된 마금산원탕에서 여행의 피로를 풀어보자.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전수관 (055)221-0109

한과에 예술혼을 불어넣는 한과 명장 김규흔

경기 포천에서 한과 만들기에 평생을 바친 김규흔 명장은 국가 지정 전통한과 제조 기능 명인이자 대한민국 한과 명장 1호(약과 분야)다. 한과는 우리의 전통 과자다. 유과, 약과, 정과, 다식 등 종류가 많고 맛도 다양하다. 김 명장은 유년 시절 먹은 한과의 달콤함을 기억하기에 전통 방식으로 정직하게 한과를 만들고, 한과 대중화에 힘쓴다. 천편일률적이던 한과 모양에 변화를 줘 연꽃 모양, 마름모꼴 등 새로운 약과를 개발했다. 한과문화박물관인 한가원도 개원했다. 한가원에서는 한과 제작 과정과 제작 도구를 전시하는 한편 한과 만들기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산정호수는 김일성이 별장을 마련해 경치를 즐긴 곳이어서 가을 풍경이 뛰어나다. 둘레길을 걸으며 붉은 단풍이 가득 담긴 호수의 정치를 느낄 수 있다. 허브아일랜드는 달콤한 허브 향이 가득한 낙원이다. 한가원 (031)533-8121

4대째 160년 전통을 잇는, 황충길 명장

충남 예산에서 3대째 전통기법 그대로 옹기를 빚는 황충길 명장은 아들이 20년 가까이 함께하고 있어 4대, 160년에 이르는 동안 가업을 유지하고 있다. 미세한 공기구멍이 있는 옹기는 장을 발효하고, 김치 맛을 오래 유지하며, 곡식을 상하지 않게 저장하고, 음식이 잘 식지 않는 ‘살아 있는 그릇’이다. 천연 재료를 숙성시킨 잿물로 아름답게 구운 명장의 옹기가 가을 햇살에 따사로이 빛난다.

천연기념물 제199호 황새를 가까이 관찰할 수 있는 예산황새공원, 추사 김정희가 태어나고 자란 김정희선생고택, 천년 고찰의 멋과 위엄을 갖춘 수덕사, 한좆【?운치 있는 하룻밤을 보내는 교촌한옥문화체험관 등 예산은 역사와 전통문화의 멋을 만끽하는 여행지다. 전통예산옹기 (041)332-9888

종주국 뛰어넘은 옥공예 대가, 장주원 옥장

중요무형문화재 제100호 장주원 옥장은 옥공예 종주국으로 꼽히는 중국에서도 인정한 대가다. 전남 목포에 있는 옥공예전시관에는 장 옥장이 오랜 세월 정성을 다해 만든 수많은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수십년 동안 옥과 함께해온 장인의 고집스런 인생이 엿보인다. 전시관 위쪽 판매관에서 다양한 옥 장신구도 판매한다.

목포문학관은 목포를 대표하는 4명의 문인(박화성, 김우진, 김현, 차범석)을 집중 조명한 국내 최초 4인 복합 문학관이다. 목포 갓바위 문화타운 끝자락에는 마치 머리에 큰 갓을 쓴 것처럼 보이는 갓바위가 있다. 가족 나들이 코스라면 입암산둘레길을 가볼 만하다. 목포 5미(味) 가운데 하나인 세발낙지는 연포탕으로 즐길 수 있다. 목포의 독특한 맛을 원한다면 홍어삼합이 제격이다. 목포시청 관광과 (061)270-8432

각궁을 넘어 활의 문화를 짓다, 궁장 권무석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23호 권무석 궁장 집안은 약 300년 전 조선 숙종 때부터 경북 예천에서 각궁을 만들었다. 권 궁장이 12대, 아들 오정씨가 13대째다. 권 궁장은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각궁 만드는 일을 도왔다. 하지만 16세 때 집을 나가 우체국 공무원, 버스기사로 살았다. “활의 대가 끊겼다”는 형 영호씨의 말을 듣고 고심하다가, 37세에 다시 활 만드는 길로 들어섰다.

권 궁장은 활 문화 전반에 관심과 애정이 있어, 각궁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았다. 전통 활쏘기 기능보유자였던 고 장석후 장인에게 전통 사법을 배웠고, ‘국궁의 교본’이라는 책을 만들었다. 서울무형문화재 돈화문 교육전시장 (02)741-1303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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