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후명 "강릉 호랑이 설화에 담긴 민족 야성 주목했죠"

입력 2016-04-11 17:51  

내년 등단 50주년…새 소설집 '강릉' 출간

윤후명 씨62년 만에 돌아온 고향 강릉
내 문학의 배경이자 원천…소설 전집 내년 완간 목표



[ 양병훈 기자 ]
“호랑이가 인간과 함께 살아간다는 내용의 강릉단오제 정신을 내 문학 속에서 살리겠다는 생각으로 소설을 썼어요. 강릉의 자연과 역사를 통해 우리 민족이 북방의 야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내년에 등단 50주년을 맞는 원로 소설가 윤후명 씨(71)는 11일 서울 인사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펴낸 신작 소설집 《강릉》(은행나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 책은 윤씨가 2012년 《꽃의 말을 듣다》 이후 4년 만에 낸 단편소설집이자 출판사 은행나무에서 열두 권으로 펴낼 ‘윤후명 소설전집’의 첫 번째 책이다.

책에는 그의 고향인 강릉을 배경으로 한 단편소설 열 편이 수록됐으며 이 중 아홉 편이 미발표작이다. 신작에는 ‘호랑이가 처녀를 잡아먹고 그 처녀의 집을 처가로 생각해 1년에 한 번씩 내려간다’는 내용의 강릉 설화가 빠짐없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단편 ‘대관령의 시’는 주인공이 설화 속 호랑이에게 감정이입해 선녀가 된 처녀를 그리워하는 내용이다.

설화가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만큼 작품 대부분에 몽환적이고 신비주의적인 분위기가 흐른다. 아홉 번째로 실린 ‘호랑이는 살아 있다’에서는 자신의 강릉 방문 경험을 에세이식으로 풀어낸 뒤 마지막에 설화 속 처녀가 살아나 자신과 둑길을 걷는 가상의 상황을 그렸다. 마지막에 실린 ‘산역’은 윤씨가 1979년 발표한 첫 소설로 전집 발간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았다.

1946년 강릉에서 태어난 윤씨는 여덟 살이 되던 해 고향을 떠나 서울 등에서 살다가 지난해 강릉 홍제동에 있는 문화작은도서관의 명예관장이 됨으로써 강릉과 다시 인연을 맺었다. 윤씨는 “62년 만에 비로소 처음의 자리로 돌아왔다는 데 가슴이 설레었다”며 “고향에 대한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작품집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윤씨는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김동리문학상 등을 받으며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한 한국 소설계의 거목이다. 시와 소설의 경계를 넘나들며 언어의 아름다움을 탐구한 그는 ‘문체미학의 대가’로 불리며 한국 문학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이번 소설집에서 강릉 설화로 대표되는 우리 민족의 ‘야성적인 면’에 주목했다. 윤씨는 “이 설화에서 호랑이는 신격화된 존재로서 의미가 있다”며 “그와 하나가 돼 살아가는 우리 민족의 모습에서 야성의 힘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강릉 설화를 모티브로 한 강릉단오제는 2005년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막?등재됐다. 그는 “강릉단오제는 한때 북방을 크게 차지하던 우리 민족의 기질을 대표해서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윤후명 소설전집에 수록되는 작품은 대부분 이미 발표한 것이다. 윤씨는 “이번에 실릴 작품들은 고쳐 쓴 것이 많다”며 “어떤 작품은 5분의 4를 다시 쓰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 책 판매를 촉진하려는 출판사 요구에 따라 원래 의도한 바와 다르게 쓴 내용이 많았는데 이번에 그걸 전부 바로잡을 것”이라며 “내년 완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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