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안의 외국변호사, 그의 도전이 한국변호사들에게 시사해주는 바

입력 2016-06-16 14:48   수정 2016-06-17 09:23



(이상엽 지식사회부 기자) 지난 5월 27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싱가포르 국제중재센터 청년 에세이 대회’ 시상식.

2회째를 맞이하는 본 대회는 대한상사중재원이 후원하고 있는데요. 17개국에서 48명의 젊은 국제법 전문 변호사들이 참가했습니다. 이들은 국제중재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필요한 개선점 등에 관한 에세이를 제출했습니다.

그 중 2위인 우수상을 수상한 청년 변호사와 소속 로펌 이름이 기자의 눈을 사로 잡았는데요. 그는 다름아닌 법무법인 세종 소속의 아리 어너시(Arie Eernisse) 외국변호사 였습니다.

어너시 외국변호사는 에세이에서 새로운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의 투자중재 규칙안이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 및 UN 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 규칙에 의해 이뤄지는 현 투자중재 형태에 신뢰할 만한 대안을 제공하는지에 대해 분석했습니다. 그는 현 시스템이 좀 더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특히 아시아 국가들을 당사자로 하는 양자투자협정(BIT) 및 자유무역협정(FTA)에 새로운 규칙안이 포함돼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전화 인터뷰를 시도한 기자는 수화기 넘어 들려오는 유창한 한국어에 귀를 의심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는 지난달 12일 서울 경희대학교에서 열린 ‘제19회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 까지 한 특이이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2012년 미국 듀크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미국 국제무역법원에서 재판연구원으로 근무하다 2014년부터 법무법인 세종에 몸을 담고 있는 어너시 외국변호사는 중국,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국가를 놔두고 굳이 한국에 오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첫째로 학부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하며 아시아의 다양한 매력에 빠지게 됐고, 둘째로 외국변호사로서 법률 시장 개방을 앞 둔 한국의 무궁한 시장 잠재력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어너시 외국변호사의 한국 정착기와 도전은 국내 변호사들에게 많은 바를 시사해줍니다. 변호사 2만명 시대를 맞이한 한국 법조계는 3차 법률시장 개방을 코 앞에 두고 있습니다. 해외 대형 로펌의 국내 진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하지만 이에 대한 소극적인 대응 방안만 무성할 뿐 거꾸로 해외에 진출해 시장을 확장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은 미진합니다. 한 대형 로펌의 대표변호사는 기자에게 “막상 해외로 젊은 변호사들을 많이 보내고 싶어도 해당국의 언어를 원활하게 구사하는 이도 적을뿐더러 지원자 자체가 거의 없다”고 아쉬워한 적이 있습니다. 또 다른 대형 로펌의 대표변호사는 “요즘 젊은 변호사들은 상황만 탓하는 거 같다”며 “3차 법률 시장 개방을 위기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해외로 나갈 수 있는 문이 넓어지는 기회라고 보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밝혔습니다.

어너시 외국변호사는 1년간 북경의 칭화대학에서 고급중국어 과정을 연수하고 서울대학교에서 한국어를 연수하는 등 아시아 시장의 국제중재 전문가가 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해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선뜻 해외로 나가기는 어렵겠지만 열정을 갖고 도전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경험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며 “다수의 외국 로펌과 외국변호사가 한국에 진출하듯 한국변호사들도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에 도전해 법률시장 3차 개방에 대비한 경쟁력을 갖춰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끝)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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