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EO & Issue focus] 버즈피드 창업자 조나 페레티, 나이키와 맞짱 뜬 대학생

입력 2016-08-18 16:33  

많이 퍼갈 뉴스 모아 대박, 방문자 수 NYT 뛰어넘어

트래픽 높이는 방식 몰두
나이키 논쟁으로 온라인 유명인사
거침 없이 퍼지는 콘텐츠 힘 절감

허핑턴포스트 공동 창간
데이터 분석해 트래픽 끌어모아
공유 많이할 콘텐츠 판별 기술 개발

기업가치 워싱턴포스트의 6배
NYT "버즈피드, 가장 강력한 경쟁자"
월 2억5000명 방문…50억회 조회



[ 홍윤정 기자 ] 2001년 1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박사과정의 한 학생은 황당한 일을 겪었다. 당시 나이키는 신발에 소비자가 원하는 문구를 넣어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그는 운동화에 ‘노동착취 공장(sweatshop)’이라는 문구를 넣어달라고 했다. 나이키가 개발도상국에서 벌이는 아동 노동 착취 행태를 비판하기 위해서였다. 나이키는 그 요구를 거절했다. ‘부적절한 비속어’라는 게 이유였다.

나이키에 납득할 수 없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여러 번 메일이 오갔지만 나이키는 끝까지 그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같은 결정에 분노한 그는 몇몇 친구와 메일을 공유했다. 메일 내용이 온라인에 빠른 속도로 퍼지면서 그는 단숨에 유명인사가 됐다. 새너제이머큐리뉴스, 타임, 가디언, 인디펜던트 등 주요 매체에서 이 사건을 다뤘다. 미국 NBC방송의 투데이쇼에 초청돼 나이키 대변인과 토론하는 기회까지 얻었다.

그의 이름은 조나 페레티. 이후 미국 블로그 뉴스 사이트인 허핑턴포스트의 공동 창업자이자 온라인 매체인 버즈피드의 창업자가 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페레티는 온라인에서 콘텐츠가 공유를 통해 전파되는 방식이 지닌 힘에 대해 깨달았다. 온라인 콘텐츠의 가능성을 엿본 그는 5년 뒤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를 세웠다. 버즈피드 기사는 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공유된다. 버즈피드는 올해 미국 경영잡지 패스트컴퍼니가 선정한 가장 혁신적인 기업 1위에 올랐다.

난독증 앓던 학생에서 유명인사로

페레티는 오클랜드주 국선 변호사인 아버지와 교사로 일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린시절 유난히 말이 많은 아이였지만 읽기 수업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난독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난독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선생님은 그가 게으른 아이라고 생각했다. 페레티는 글을 읽는 것보다 조각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걸 좋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크루즈대에서 환경학 학위를 취득한 페레티는 뉴올리언스로 가 고등학생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는 일을 했다. 미래 계획에 대한 뚜렷한 구상이 없었다. 그는 스물두 살이었다. 3년 동안 이 일을 했다. 그 과정에서 기술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고, MIT 미디어랩에 입학했다. 예술과 기술을 융합한 실험을 지원하는 비영리 연구센터인 아이빔에서 디렉터 자리도 얻었다. 그곳에서 페레티는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실험을 했고, 온라인에서 쉽게 확산되는 바이럴 콘텐츠에 대해 배웠다. 무엇이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그들에게 영감을 주는지를 연구했다.

그가 나이키와 메일을 주고받던 때도 이 시기다. 그는 어떤 매체를 통하지 않고도 자신의 콘텐츠(나이키와의 메일 내용)가 전 세계에 퍼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 일로 유명인사가 된 그는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다양한 지역에서 하루 평균 500여건의 메일을 받았다. 정보기술잡지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분권화된 네트워크를 통해 수많은 사람과 직접 연결될 수 있었다”며 “콘텐츠는 저절로 퍼졌고, 이 움직임을 제어하는 문지기(gatekeeper)도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허핑턴포스트 작은 연구소에서 시작

페레티는 MIT 미디어랩을 졸업한 뒤 2005년 아리아나 허핑턴 등과 함께 허핑턴포스트를 창간했다. 주로 정치적 글을 올리는 블로그 뉴스 사이트였다. 페레티의 관심은 콘텐츠 그 자체가 아니라 ‘콘텐츠가 퍼져나가는 방식’이었다. 그는 초기 데이터 분석 도구를 활용해 트래픽(방문자)을 끌어모았고, 허핑턴포스트를 성공 궤도에 올려놨다. 페레티는 와이어드에 “매우 즐거운 일이었지만 이 정도로 만족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페레티는 콘텐츠가 온라인에서 급속하게 확산되는 바이럴 효과를 연구하기 위해 허핑턴포스트 내에 작은 연구소를 차렸다. 이곳에서 사람들이 웹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고, 공유 가능성이 높은 콘텐츠를 판별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페레티는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허핑턴포스트의 이 작은 아이디어 실험실에서 버즈피드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프로젝트는 메신저 서비스인 ‘버즈봇’이다. 버즈봇은 알고리즘을 이용해 그날의 인기 콘텐츠 링크를 매일 유저들에게 보내주는 서비스였다. 이후 버즈봇의 추천 링크를 모아 보여주는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그는 2006년 허핑턴포스트에서 나와 이를 바탕으로 버즈피드를 꾸렸다. 초반에는 하루 5~6건의 기사를 발굴해 올렸다. 이후 이용자가 늘면서 기사 수도 점차 늘려갔다.

현재 버즈피드의 월 평균 방문자 수는 2억5000명, 콘텐츠 조회수는 50억회, 기업 가치는 15억달러(약 1조6000억원)로 추정된다. 트래픽에선 2013년 이미 뉴욕타임스(NYT)를 넘어섰다. 기업 가치는 2013년 아마존에 인수된 미국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 인수가 2억5000만달러의 6배 이상이다. NYT는 ‘2014년 혁신 보고서’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로 버즈피드를 들었다.

“많이 배포하는 것이 핵심”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10가지’, ‘오레오로 만들 수 있는 14가지 맛있는 음식’….

버즈피드가 유행시킨 기사 형식의 ‘리스티클(listicle)’이다. 목록(list)과 기사(article)의 합성어로 특정 주제에 대해 번호를 매겨 순서대로 나열하는 방식의 기사를 의미한다. 일반적인 기사에 비해 재미있고, 쉽게 읽히며, 간결하다. 리스티클을 기사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선 논란이 많다. 정보보다 재미를 추구하고, 전통 매체에서 나온 기사를 짜맞추는 방식으로 제작된다는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말랑말랑한 뉴스만 생산한다는 냉혹한 시선과 콘텐츠 도둑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비판에 대응해 자체 제작 뉴스를 늘리고, 심층 뉴스를 확대하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2012년 유명 정치 매체인 폴리티코의 특종 기자였던 벤 스미스를 편집장으로 데려왔다. 그는 이직 후 오바마 대통령을 단독 인터뷰해 주목받기도 했다. 2014년 퓰리처상 수상자인 마크 슈프츠를 영입해 탐사보도팀장을 맡겼고, 9·11 테러와 후세인 사망 같은 사건을 취재한 리사 토치 NYT 기자도 뉴스 디렉터로 끌어들였다.

그러나 페레티의 관심은 여전히 콘텐츠의 파급력이다. 그는 “우리의 모토는 더 많이 배포하라는 것”이라고 말한다. 페레티는 이용자들이 반드시 버즈피드 기사를 자사 웹사이트에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SNS 공유를 통한 콘텐츠 배포로 영향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용자들이 주로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보기 때문에 웹사이트 접속자 수는 큰 의미가 없다는 분석이다. 버즈피드 콘텐츠의 70%는 모바일에서 소비되고 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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