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지지율' 10% 넘어선 이재명의 넥스트는?

입력 2016-11-18 09:11   수정 2016-11-18 09:49



(손성태 정치부 기자)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최근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는 여권내 대선주자들을 향해 “지지율을 다 합쳐 10%도 안되는 자들이 당에 먹칠하고 있다"고 일침을 놨다. 이어 “지지율 10%를 넘기전에는 어디가서 여권 대선주자라고 말도 꺼내지 말라"고 했다. ‘트러블메이커’다운 발언이다. 하지만 ‘지지율 10%’가 갖는 정치적 함의는 정확하게 짚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무성 전 대표를 포함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 두 자릿수 지지를 받는 잠룡이 한명도 없다는 것이 여권의 가장 큰 고민이기도 하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대권주자에게 ‘마의 장벽'으로 꼽히는 지지율 10%를 여봐란듯이 넘어섰다. 전문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17일 발표한 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전주대비 1.5%포인트 상승한 10.5%를 기록했다. 문재인(20%),반기문(18.45),안철수(11.9%)에 이어 4위다. 갤럽 등 다른 기관의 조사에서도 이재명은 안철수를 오차범위내에서 맹추격하면서 대선지형을 뒤흔들 최대변수로 떠올랐다.

올초만 해도 광역단체장인 박원순 안희정 등에 밀려 1~3%수준에서 답보했던 이재명이 야권내 ‘빅3’대권후보로 발돋음한 배경은 뭘까.

‘뱃지’한번 달지 않은 기초단체장이 정치거물들로 포진된 여권잠룡들 지지율을 모두 합친 것보다 높은 것은 이변이나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특정계파 등 기댈대가 없는 이재명의 정치는 ‘자가발전'식이다. 논란의 한 가운데로 뛰어드는 그의 정치는 ‘노이즈마케팅’으로 폄하되기도 했다.

“일개 변방장수가 튀지 않으면 누가 쳐다나 봅니까” 이재명은 자신의 튀는 언행에 대한 주위의 ‘걱정반 경계반’지적을 받을때마다 이렇게 화답하곤 한다. “튀지 않으면 벼룩이 아니다”는 ‘벼룩생존법’을 인용하기도 했다. 문재인 안철수 등 유력주자들과 비교할때 낮은 인지도와 언론노출빈도 등을 만회할려면 튈 수 밖에 없다는게 ‘벼룩론’의 요체다. 거침없는 돌직구 화법과 유머코드는 이재명의 ‘트레이드 마크'다.

이재명은 지난 9월께 대권도전의사를 내비쳤다. 인구 100만명 남짓한 성남시장의 대권출마에 정치권 반응은 심드렁했다. 현실적으로 야권내 ’문재인 대세론'에 맞불을 놓을 만한 ‘흥행카드’론 역부족이란 냉정한 평가가 뒤따랐다. “야권지지층 결집효과로 경선흥행에 한 몫을 할 수 있겠지만 그의 정치적 목표는 차기 경기도지사 출마가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야권내 ‘빅3대권후보’반열에 올라선 그는 안철수와 오차범위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가정이지만 이재명이 안철수를 넘어서면 내년 대권지형의 구도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이재명의 지지율은 최근 ‘玲鞭?게이트’이슈에 적극 대응하면서 상승탄력을 받았다. 그는 박대통령이 첫번째 대국민 사과를 한 이튿날인 지난달 26일 “대통령은 하야(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탄핵 촛불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하야 아닌 탄핵대상"이라며 “새누리당은 수습 아닌 해체”라며 초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평소에도 중앙정부와 대립을 마다하지 않았던 이재명의 ‘전투본능'이 시의적절하게 야권지지층을 결집시키면서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재명의 약진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최순실게이트’정국의 반짝 상승세로 예단할 수 없는 징후는 지난 10월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그는 야권내 제3후 대선후보에겐 ‘1차 장벽'으로 꼽히는 지지율 5%선을 뚫었다. (역대 야권 대선주자중 제3후보가 지지율 5%이상을 꾸준히 유지했던 것은 손학규를 제외하곤 기억을 떠올리기가 힘들다) 올초까지 경쟁자 반열에 올려놓는 것 자체가 무례(?)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을 추월한 것도 이때부터다.

한 여론전문가는 "지지율 5%면 어느 정도 대선주자군에서 독립적인 지지층을 가진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이제 이재명은 타 주자의 움직임에 따라 지지율이 변하는 종속변수가 아니라 독자적 지지층을 가진 대선주자 반열에 올라섰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의 지지율이 5%에서 10%로 2배 폭등한데 걸린 시간은 불과 한달여만이다.

이재명은 대권행보에 핸디캡이 될 수 있는 기초단체장과 시정을 효과적으로 이용했다. 중앙정부와 경기도, 때론 청와대와 충돌을 불사하는 그의 ‘돈키호테’식 저돌성은 화제를 모았다. 대표적으로 무상 공공 산후조리원·무상교복·청년배당 등 3대 무상복지정책을 꼽을 수 있다. 아이러니컬하게 중앙정부의 공격이 거세질수록 그는 무상복지정책의 ’아이콘'으로, 전국구 정치인으로 위상이 높아졌다.

5%지지율을 돌파한 것도 사상초유의 현역시장 단식효과가 한 몫을 했다. 그는 지난 6월 중앙정부의 성남시 예산삭감에 맞서 서울 한복판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했다. 11일만에 중지했지만, ‘물불가리지 않는’그의 정치에 지지층은 열광했다.

이재명의 ‘자가발전식' 정치의 최대무기는 SNS(쇼셜네트워크 서비스)이다. 그는 SNS를 시민들과 소통하고, 정책을 홍보하는 창구로 활용한다. SNS소통은 중앙언론의 관심부족을 한풀이라도 하듯이 직설적이고 거침이 없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등 SNS팔워로워수는 20여만명에 달한다.

이재명은 1964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경기도 성남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7남매중 다섯째인 그는 중학교를 중퇴할 정도로 가난을 겪은 ‘흙수저’출신이다. 공장노동자에서 검정고시를 거쳐 사법시험 합격과 인권변호사,정계 입문후 재선의 성남시장까지 입지전적인 ‘성공스토리’도 갖고 있다.

야권의 ‘빅3‘대권후보로 올라섰지만 지지층의 확장성 측면에서 이재명의 경쟁력에 의문을 표시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야권성향의 20만 SNS팔러워들이 핵심 지지층으로 분류된다.

한 여론 전문가는 “야권 1위 후보인 문재인의 중도층 공략으로 이른바 ‘진보공백’이 생겨나면서 진보목소리를 낸 이潁資?반사효과를 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보투사’이미지만으로는 중도ㆍ보수층을 끌어안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이재명 자신이 누구보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지지율이 5%까지 올랐을때 이재명은 ”세상이 바뀌어 보수와 진보를 이분법적으로 나눌수 없다"며 “보수층의 진보성향을 공략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지율 10%에 올라선 이재명의 재도약은 중도 보수층 포섭여부가 관건이다. 이재명은 이제 문재인 안철수처럼 ‘집토끼(진보지지층)’ 이탈을 막으면서 ‘산토끼(중보 보수층)’를 잡아야 하는 이율배반적 난제를 풀어야 한다.(끝)/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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