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로엔 매각으로 2년 만에 1조2000억 차익…12년간 손실 안낸 어피너티의 '불패 신화'

입력 2016-12-01 19:00  

사모펀드의 경영 노하우 탐구 (6) 한국 산업 흐름에 베팅한 어피너티

PEF업계의 벤치마킹 사례
한류 열풍으로 로엔 성장성 예감
엔터테인먼트사 잇따라 인수
2년 만에 실적 2배↑·주가 5배↑

기업이 아니라 사람을 산다
인수 후에도 기존 경영진 유지
오비맥주 재매각으로 5조 '대박'



[ 좌동욱 / 정소람 기자 ] ▶마켓인사이트 12월1일 오전 8시5분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AEP)는 2004년 출범 후 12년 동안 한국 시장에서 단 한 번도 투자 손실을 낸 적이 없다. 2014년 오비맥주를 세계 최대 맥주회사 AB인베브에 매각해 4조8000억원의 차익을 거둔 것을 비롯해 하이마트(2007년·매각차익 1조2000억원) 로엔엔터테인먼트(2016년·1조2000억원) 등을 사고팔며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이 중 어피너티가 가장 최근 매각한 로엔은 기업 가치를 단기간에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업계의 벤치마킹 사례가 되고 있다.


◆산업 흐름을 읽는 선구안

로엔의 모태는 음반 회사다. 1978년 영어학습 테이프를 만드는 시사영어사 계열 서울음반으로 출범했다. 2013년 9월 어피너티가 SK텔레콤으로부터 인수했을 당시 주력 사업은 디지털 음원 유통업이었다. 이 회사의 디지털 음원 유통채널인 ‘멜론’은 음원 스트리밍 시장의 44%를 차지하는 1위 사업자였다.

인수 당시 시장에선 유료 음원 시장의 앞날을 밝게 보지 않았다. 하지만 어피너티는 로엔의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에 주목했다. 당시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부문은 로엔 전체 매출의 10%에도 못 미치는 비주력 사업이었다. 아이유 외에 인지도가 있는 가수도 별로 없었다.

어피너티는 한류 열풍이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 가치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2013년 연예 매니지먼트 업체 에스엠의 주가수익비율(PER)은 48.4배로 로엔(12.5배)의 4배에 달했다.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이 로엔의 음원 유통 및 판매 사업과도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봤다. 또 연예 매니지먼트에서 나오는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해 멜론을 공연 행사 사업, e-커머스 등의 플랫폼업체로 키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연예업체 잇따라 인수

이런 전략에 따라 어피너티는 연예 매니지먼트 업체를 쓸어담았다. 2013년 12월 씨스타 케이윌 등이 소속된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을 사들였다. 2015년 5월에는 스타쉽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김범 이동욱 이광수 등이 소속된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사 킹콩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한 달 뒤에는 씨엔블루 AOA 등이 소속된 FNC엔터테인먼트 지분 10%를, 11월에는 에이핑크와 허각을 거느린 에이큐브엔터테인먼트 지분 70%를 사들였다.

로엔이 에스엠 와이지엔터테인먼트 JYP엔터 등 ‘빅3’에 버금가는 엔터테인먼트업계 강자로 부상하는 데 들인 돈은 440억원, 기간은 2년여에 불과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로엔 경영권 인수 시점(2013년 7월18일) 1만4650원이던 주가는 매각시점인 올 1월11일에는 8만2900원으로 상승했다. 2013년 말 각각 2526억원, 373억원이던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3576억원, 634억원으로 뛰어올랐다. 당시 로엔 최고재무책임자(CFO)이던 류승범 딜로이트안진 전무는 “단순 음원 유통 회사로 인식되던 로엔이 음원 유통뿐 아니라 연예 매니지먼트, 플랫폼 사업 등 안정된 포트폴리오를 갖춘 것으로 확인되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다”고 분석했다.

◆기업의 CEO는 중요한 자산

어피너티는 기업을 인수하면 핵심 경영진을 잘 바꾸지 않는다.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최고경영자(CEO)”라는 박영택 어피너티 공동 회장의 경영 철학에 따른 것이다. 로엔을 인수한 뒤에도 신원수 사장을 유임했다. SK텔레콤 공채 1기 출신인 신 사장은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을 키우자”는 아이디어를 내 로엔의 성장을 이끈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어피너티의 또 다른 핵심 역량은 엑시트(투자금 회수) 전략을 짜고 실행하는 능력이다. 어피너티는 올해 3월 로엔 지분 61.4%를 카카오그룹에 1조5063억원을 받고 팔았다. 카카오그룹은 어피너티가 2013년 로엔을 인수할 때부터 매각 상대로 염두에 뒀던 후보다. 또 다른 인수 후보는 네이버였다.

어피너티 관계자는 “로엔이 성장성이 높은 e커머스, 디지털 플랫폼 사업 등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던 시기에 카카오로부터 매각 제안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4900만명에 달하는 카카오톡 가입자와의 시너지를 노려 로엔을 인수했다. 로엔은 전체 매각대금 중 9000억원은 현금, 나머지 6000억원은 카카오 주식으로 받았다. 앞으로 카카오 주가가 오르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

좌동욱/정소람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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