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서 명품 팔겠다고?…제품·브랜드별 유통 전략 로드맵 구축해야

입력 2016-12-16 17:31  

CEO를 위한 경영학 <36> 유통채널의 선택

유통은 기업·소비자 연결통로
회사비전·미션·브랜딩전략 등 마케팅믹스 고려해 유통채널 선택

산업혁명 후 다양한 업태 출현
백화점·박리다매 할인점·전문점…미국 가맹점 사업 1천조원 가치 창출

신현상 < 한양대 경영대 교수 >



마케터는 잠재고객의 미충족 니즈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 즉 제품(product)을 기획해 론칭한다. 이때 고객이 느끼는 가치를 고려해 가격(price)을 설정하고, 광고·홍보(promotion)를 통해 고객에게 제품을 알리고 좋은 이미지를 주고자 노력한다. 이런 마케팅 활동들이 아무리 잘 이뤄진다고 해도 정작 고객이 제품을 쉽게 구할 수 없다면 매출로 연결되지 않는다.

제품, 가격, 유통, 광고홍보(product, price, place, promotion)를 아우르는 4P’s 또는 마케팅믹스(marketing mix)의 하나인 유통(place)은 기업과 소비자를 연결한다. 소비자에게는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 또는 서비스를 쉽고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경로(channel)를 의미하며, 이는 소비자의 편의성(convenience)과 직결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산업 발달 과정에 따라 유통업태 역시 다양하게 발전해왔다. 마케팅 선구자로 불리는 존 워너메이커는 1861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백화점(department store)이라는 혁신적인 유통 개념을 창안했다.

특히 그는 고품질 제품을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백화점 특성상 정직함을 바탕으로 고객의 신뢰와 좋은 평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정가표(price tag), 환불 보장(moneyback guarantee) 등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전략을 최초로 도입했고, 1879년 최초의 신문 전면광고 등 적극적인 광고전략을 통해 소비자와 소통했다.

이후 백화점은 발전을 거듭해 오늘날에는 삭스 피프스, 바니스 뉴욕, 니먼 마커스 등 특별한 고급스러움을 지향하는 브랜드와 블루밍데일, 메이시스 등 중산층 타깃 브랜드, 시어스, 코홀스 등 서민층을 위한 합리적 가격대 제품을 제공하는 브랜드 등으로 차별화돼 있다.

최초의 백화점 이후 약 100년이 지난 1962년 샘 월튼은 아칸소 주에서 첫 번째 월마트 스토어를 개장했다. 월마트의 비즈니스 모델은 효율적인 배송시스템과 대량구매 할인 등을 통해 원가 구조를 낮추고,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에 적당한 품질의 다품종 제품 라인을 제공해 매출을 확대하는 전형적 박리다매 할인점(discount store)이다. 2016년 현재 월마트는 28개국 1만2000여개에 달하는 점포를 운영 중이며, 연매출 500조원, 종업원 220만명으로 매출 및 고용 기준 세계 최대 기업이다.

또 다른 할인점 유형으로 코스트코, 샘스클럽 등이 있다. 이들은 창고형 매장을 운영하면서 연회비를 내는 회원들이 저렴한 가격에 품질 좋은 상품을 다량 구매하도록 해 소비자에게 호평받고 있다. 코스트코는 2015년 현재 8500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매출은 140조원을 넘는다. 전 세계 700개가 넘는 매장에서 12만명의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다.

특히 코스트코는 소비자 가격을 낮추기 위해 커크랜드 등 자체상표(PB)를 개발했고, 카테고리별 상품의 종류를 소수로 제한해 재고관리 비용을 줄였다.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품질검사를 까다롭게 한다. 2007년 설립된 한국의 사회적기업 제너럴바이오는 코스트코 입점을 통해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매출이 2011년 23억원에서 2013년 50억원대로 급성장했다.

카테고리 킬러(category killer)는 특정 영역의 제품군을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다양한 아이템을 제공하는 전문화된 유통업태다. 토이저러스(장난감), 베이비저러스(유아용품), 베스트바이(전자제품), 이케아(가구), 홀푸드(오가닉식품), 스테이플즈(사무용품), 홈디포(가정용 제품), 펫코(애완동물 관련 용품)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유통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업태는 프랜차이징(franchising)이다. 가맹주는 가맹점에 비즈니스 노하우와 경영시스템, 브랜드, 마케팅 지원 등을 제공하는 대신 가맹점은 상표 사용권에 대한 로열티, 초기 자본, 교육 및 컨설팅 비용 등을 부담한다. 가맹점 숫자가 늘어남에 따라 재료 공동구매, 광고·홍보비 집행 등에서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 효과를 누릴 수 있다. 1886년 존 팸버튼은 자신이 발명한 신제품 코카콜라를 판매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소수의 사람에게 주었는데, 이는 프랜차이징 역사에서 비교적 초기의 성공 사례로 간주된다.

이후 맥도날드, 스타벅스, 서브웨이,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 등 요식업을 중심으로 프랜차이징이 활발해졌다. 미국은 2015년 기준으로 1000조원 이상의 가치가 프랜차이즈 비즈니스에서 창출되고 있다.

이처럼 백화점, 할인점, 카테고리킬러, 프랜차이징 등 다양한 유통채널이 생산자(기업)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하면서 소비자가 쉽게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마케터는 각 채널의 성격을 이해하고, 채널별 주요 고객군의 특성을 고려해 회사에 맞는 유통채널을 선택해야 한다.

예컨대 프리미엄 제품을 월마트와 같은 할인점에서 판매한다면 해당 할인점을 찾는 고객을 설득하기 어렵지만, 브랜드 이미지와 평판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회사의 비전과 미션, 브랜딩 전략, 다른 마케팅믹스 요소들과의 일관성(consistency)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장기적 관점에서 유통채널을 선택해야 한다.

■ 역사 깊은 회원형 할인점…영국 생활협동조합 연매출15조원

코스트코 같은 회원형 할인점을 통해 소비자의 가치 증진 및 권익 보호를 도모하려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영국은 19세기에 이미 존 스튜어트 밀, 로버트 오언 등이 소비자 조직화 및 공동구매를 통해 구매 협상력을 강화하는 소비자 협동조합 모델을 제시했다. 2015년 기준 360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영국의 생활협동조합그룹(The Co-op)은 7만명을 고용해 약 15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스위스는 국민 750만명 중 450만명이 조합원으로 2009년 기준 연매출이 50조원에 달한다. 일본의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연합회는 2014년 기준 2700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매출은 4조원에 달한다. 한국은 아이쿱, 한살림, 두레, 행복중심 등 4대 생협의 연매출이 최근 1조원을 넘어섰다. 이 중 선두주자인 아이쿱은 2015년 기준 매출 5200억원을 기록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키는 고품질의 친환경 유기농 상품을 제공하는 한편 소비자 참여도를 높이는 마케팅 전략으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신현상 < 한양대 경영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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