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콜린 퍼스가 사랑을 고백한 그 곳…항구도시 마르세유의 '낭만 속으로'

입력 2017-01-15 16:29   수정 2017-01-15 16:31

알프스에 둘러싸인 프로방스의 주도 - 프랑스 마르세유

프랑스 제국의 문화 교역 중심지
동양과 이슬람 섞인 문화·문물의 유적들 뮤셈박물관에 가득
노트르담 성당 오르면 도시 전체가 한 눈에 '쏙'

섬 전체가 성으로 둘러싸인 '이프섬'
프랑수아 1세가 정치범 수용하던 감옥
2차대전의 상흔 간직…스킨스쿠버의 명소
프리울섬엔 카페 즐비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역은 동쪽으로는 알프스산맥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이탈리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프로방스 주도인 마르세유는 파리 다음으로 큰 도시다. 마르세유는 아름다운 항구와 수산시장, 약 2600년 전에 그리스인이 조성한 옛시가지의 골목길들, 지중해 해변, 몽테크리스토 백작 이야기로 유명한 이프섬, 프리울섬 등 볼거리가 풍부한 빼어난 관광지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이기도 한 마르세유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제국의 항구다. 세계적인 축구스타 지네딘 지단의 고향이자 영화 ‘러브 액추얼리(Love Actually)’에서 콜린 퍼스가 사랑을 고백하는 포르투갈 레스토랑 있는 낭만의 도시 마르세유로 떠나보자.

문화교역의 중심지이자 항구도시 마르세유

마르세유는 공업단지가 밀집된 도시였다. 2013년 유럽 문화도시로 지정돼 더 부흥하면서 다양한 미술관과 전시관이 지어지고 문화행사들이 생겨났다. 마르세유 웹페스트(Marseille Webfest)도 올해로 6회째를 맞았다.

마르세유가 프랑스는 물론 유럽에서도 널리 알려진 것은 프랑스제국의 문화교역 중심이자 항구도시였기 때문이다. 과거 비행기가 생기기 전 교역과 문화의 중심지는 항구도시일 수밖에 없었다. 선박이 주요 교통수단이었기 때문이었다. 콜롬버스도 항해로 신대륙을 발견했고, 하멜도 조선 땅에 표류해 서양에 조선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그런 문화 교역의 중심지였기에 마르세유는 유명 도시로 급부상했다.

지정학적인 측면도 마르세유를 유명도시로 만든 배경이 됐다. 지중해에 있고, 아프리카와 가까우며 터키와도 교역을 했다. 동양문물과 이슬람문화가 자연스럽게 밀려들어와 어우러졌다. 유럽 지중해 문명 박물관 뮤셈(MuCem)은 마르세유에 들어온 수많은 문화와 문물의 흔적을 담고 있다. 뮤셈 박물관에 이주이민(Immigration)전시관이 있다. 그 전시관이 주요 전시관이라 전시 목록이 많이 바뀌지 않는다. 필자가 작년에 마

세유 웹페스트를 방문했다가 들른 곳인데, 올해도 이 전시관은 거의 같은 전시 목록을 볼 수 있었다.

다른 층에 정기적으로 프로그램이 바뀌는 전시관이 있는데 방문했을 때는 미니어처 모형 선박들이 전시돼 있었다. 시대에 따라 운항되던 거대한 배들의 발전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였다. 풍력을 이용해서 추진력을 얻는 범선에서 거대 컨테이너를 실어 나르는 현대적인 대형 선박까지 온갖 종류의 선박이 전시돼 있었다. 뮤셈을 관람하고 생장요세에 올라가서 지중해를 내려다보면 마르세유 요트들로 가득찬 옛 항구가 보이고, 항구 주위에 옛 건물이 즐비하다.

마르세유 상징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 성당

항구에서 촘촘한 계단을 오르면 마르세유의 랜드마크인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Notre Dame de la Garde)성당이 있다. 19세기에 지어진 이 노트르담 성당은 로마 비잔틴 양식으로 둥글고 곡선 무늬로 꾸며진 아치와 천장의 금박이 매우 화려하다. 천장에 수많은 배 모형이 매달려 있는데 선원들의 무사 항해에 대한 염원과 감사의 의미를 표현한 봉헌물이다. 노트르담성당은 마르세유의 상징이다. 도시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최고의 뷰 포인트이기도 하다. 파리에서 에펠타워가 어느 곳에서나 보이듯이 마르세유 어디에서나 노트르담 성당이 보인다.

노트르담 성당에서 마르세유 시내를 내려다보니 수평선이 펼쳐져 있고 스페인 바르셀로나까지 가는 거대한 크루즈, 수천개의 보트들, 스피드 보트와 세일보트들이 보인다. 얼마나 보트가 많은지 5~6층 보트 주차장까지 있을 정도다. 눈을 들어 시가지를 보면 빨간 지붕 집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마르세유 옛 항구는 마르세유 중심부에 있어서 시민과 관광객이 가장 즐겨 찾는 장소 중 하나다. 기원전 600년에 그리스인이 세운 항구 도시는 세기를 거듭하며 발전했다.

마르세유 옛 항구는 독특하게도 천장이 스테인리스 거울로 돼 있다. 항구에 산책나온 이들이 사진을 찍으며 느긋하게 쉬고 있었다. 항구 끝에는 대관람차가 돌아가고 있다. 마르세유 항구 여객선 선착장에서 근처에 있는 작은 섬인 이프(If)섬과 프리울까지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이프섬은 어릴 적 읽은 소설 ‘철가면(Iron Mask)’과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배경인 장소이기 때문이다. 어릴적부터 상상만 해온 곳을 직접 가본다고 생각하니 설레기 시작했다.

몽테크리스토 백작, 철가면의 배경지 이프섬

마르세유 항구 선착장에서 여객선을 타고 남서쪽으로 3㎞ 정도 가니 작은 바위섬이 보인다. 이곳이 이프섬이다. 바위성 같이 섬 전체가 성으로 둘러싸이게 고안돼 세워진 것처럼 보인다. 마르세유를 대표하는 관광명소 중 하나다. 이프성은 중세시대 프랑스 국왕 프랑수아 1세가 정치범을 수용하던 감옥으로 바위에 아주 견고하게 세워진 성이다. 마치 샌프란시스코의 흉악범죄 수용소인 알카츠레스감옥을 연상케 한다.

이프성은 수많은 역사적 사건과 소설, 영화 등의 배경이 된 장소이기도 하다. 알렉산드르 뒤마의 대표작인 ‘몽테크리스토 백작’에서 주인공이 머물렀던 성안 방들을 들어가 봤다. 성이지만 지하 토굴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랄까. 벽, 바닥, 천장이 모두 돌로 둘러싸여 있는 차디찬 돌방이다. 소설과 달리 도저히 탈출이 불가능해 보이는 험난한 섬은 아니다. 오히려 평범해보이는 성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그래서 인지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중 일부는 관객에게 공포심과 절망감을 더 보여주기 위해서 이프섬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루이 14세의 쌍둥이 형제였는데 왕위 계승문제를 일으킬 것을 우려해 어릴 적부터 탑에 유폐돼 철가면을 쓰게 된 사람의 이야기인 소설 ‘철가면’도 이곳이 배경이 됐다.

스쿠버다이빙 장소로 인기 높은 프리울섬

프랑스인에게 인기가 많은 휴양지 프리울(Frioul)섬은 이프섬에서 그렇게 멀지 않다. 프리울섬은 수심이 깊고 물이 깨끗해 스쿠버다이빙 장소로도 유명하며 수영할 수 있는 해변도 있다. 캔버스 같은 전경의 섬이 눈에 들어왔다. 하얀 바위섬 사막 같기도 한 고요한 섬이랄까. 지중해에 떠있는 수많은 요트가 눈에 들어왔다. 프리울은 섬 자체가 묘하게 생겼다. 하얀색에 푸른색의 대비는 묘한 느낌을 준다. 선착장 앞 조그만 마을에는 독특하게 디스플레이된 레스토랑과 카페가 즐비했다.

섬 끝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돌길을 따라 지중해의 물결을 바라보며 지루한 줄 모르고 계속 걸었다. 이번 여행은 철저히 솔로다. 혼자 즐기며 걷고 또 걸었다.

간혹 돌아오는 사람이 있었으나 섬 끝에 무엇이 있냐고 묻지도 않았다. 바위 옆에 풀과 노란색 꽃들이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살살 흔들리고 있었다.

30분 정도 걸어가니 섬 끝에 도달했다. 폐허가 된 전쟁터 흔적. 전쟁의 상흔은 이곳에도 남아있었다. 프랑스인은 1800년대 후반부터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바위를 뚫어 벙커와 대공기관총을 설치하고 관측망대, 조명장치까지 만들었으나 1942~1944년 독일군에 함락됐다. 1943년 히틀러가 북아프리카에서 올라오는 연합군의 공격에 대비해 독일군이 장악한 뒤 거센 폭격에도 견딜 수 있는 벙커를 설치하고 대포와 대공기관총을 추가로 설치해 이른바 지중해 방어전선을 구축했다.

1944년 8월 연합군에 폭격당한 뒤 폐허로 변했다. 지금은 벙커 옆에 올리브나무 한 그루와 석회질 바위에 묻은 갈매기 분비물만이 이 섬을 지키고 있다.

프랑스 비행사이자 ‘어린왕자’ 작가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비행기가 2차대전 때 프리울섬 인근 바다에서 실종됐다고 한다. 생텍쥐페리는 1944년 7월31일 연합군의 프로방스 상륙작전에 대비, 정찰비행을 나갔다가 실종됐다. 당시 44살이던 그의 최후에 대해서는 독일군에게 피격됐다거나 산소마스크를 쓰지 않아 사망했을 것이라는 등 추측이 난무할 뿐 정확한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었다. 몇 년 전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는 프리울섬 인근 바다에서 실종 당시 조종했던 정찰기 잔해로 추정되는 조각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마르세유=강영만 영화감독·K웹페스트 집행위원장 youngmankang@gmail.com

여행정보

에어프랑스는 인천~파리 노선을 매일 2회(대한항공 공동 운항편 포함) 운항 중이다. 한국인의 편리한 이용을 위해 한국인 기내통역원이 탑승한다. 에어프랑스코리아가 한국어 트위터 계정(twitter.com/AirFranceKR)을 개설해 정보를 얻기에도 편리하다.

파리~마르세유는 고속열차 테제베(TGV)로 3시간30분 걸린다. 유럽 주요 도시를 거치면 마르세유까지 항공편으로 갈 수 있다. 인천에서 마르세유 직항은 없으나 때에 따라 전세기를 운영하니 참고하자.

현지에서 교통 이동이 많다면 관광안내소에 들러 ‘마르세유 시티패스’를 사도록 하자. 시티패스를 사면 24시간 또는 48시간 동안 버스, 지하철, 트램 등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여러 관광지 입장료 할인, 무료 입장, 기념품 등을 받을 수 있으므로 자유여행자의 필수품으로 꼽힌다.

날씨 좋은 날 한나절 정도 이프섬과 프리울섬 관광을 권하고 싶다. 마르세유 옛 항구 여객선 선착장 매표소에서 이프섬과 프리울섬 왕복 티켓을 구입한다. 운임은 10유로다. 이프섬과 프리울섬 여행을 위한 더 자세한 정보는 온라인 웹사이트에 있다. frioul-if-ex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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