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신준식 자생한방병원 이사장 "할까 말까 할땐 무조건 한다" 두잉 법칙으로 한 발 앞서

입력 2017-03-14 19:09   수정 2017-03-15 05:24

CEO 오피스

전 직원과 메신저 소통…자작시 보내며 '긍휼지심(矜恤之心)' 강조

< 긍휼지심(矜恤之心) : 환자를 내 가족처럼 보살피자 >



[ 이지현 기자 ] 1997년 새 병원 건물을 계약한 지 3개월 만에 외환위기가 터졌다. 건물값이 곤두박질쳤다. 주변 사람은 “건물 계약을 철회하라”며 말렸다. 신준식 자생한방병원 이사장은 고민에 빠졌다. 당장이라도 계약을 포기하면 손해를 줄일 수 있었다.

그때 환자들의 얼굴이 생각났다. 1990년부터 서울 역삼동에서 자생한의원을 운영하며 하루 150여명의 환자를 봤다. 병원 이전은 입원 병동이 있으면 좋겠다는 환자들의 요구로 시작된 계획이었다. 신 이사장은 ‘두잉(Doing)의 법칙’을 떠올렸다. ‘좋은 일이라면 할까 말까 망설일 때 무조건 하자’는 신념이었다. 중도금을 치르고 이전 계획을 그대로 진행했다.

이후 병원은 승승장구했다. 1999년 서울 압구정동에서 시작한 자생한방병원은 부산 인천 등 전국 각지와 미국 등으로 뻗어나갔다. 올해 자생한방병원은 19개 병의원에 1045병상, 직원만 1670여명이 됐다. 국내 최대 한방병원이다. 신 이사장은 “망설이고 결정을 미뤘다면 지금 어떤 결과가 있었을지 아무도 모른다”며 “망설이지 않고 실행한 것이 결국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고 했다.

“탁상공론만으론 아무 일도 못 한다”

자생한방병원은 척추전문 한방병원이다. 신 이사장은 결핵성 척추염으로 고생하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보며 척추 질환을 고치는 의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부친은 의사이자 한의사였다. 신 이사장은 평생 환자만 돌보던 아버지를 보며 인술(仁術)을 배웠다.

척추만 보는 한의사가 흔치 않던 때였다. 한의학 서적을 뒤져 일제시대 민족 말살정책 등으로 묻혀 있던 수기요법(손으로 어긋난 뼈 등을 맞추는 치료법)을 찾아냈다. 이를 재해석해 추나요법을 개발했다. 1994년 ‘한국 추나요법’이라는 교재를 만들고 후학 양성에 나섰다. 처음 시작한 52명의 교육위원이 다른 한의사들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비법을 전수했다. 추나요법을 하는 한의사는 5000명에 이른다.

처음엔 한의사가 척추질환을 고친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그를 비방하는 사람도 많았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신 이사장은 ‘두잉의 법칙’을 떠올렸다.

“30여년 병원을 운영하면서 늘 염두에 둔 원칙입니다. 탁상공론만 하고 앉아서 생각만 하면 결국 아무것도 못 하게 되죠. 일단 도전해 시작하고 장애물을 만났을 때 수정하면 됩니다. 목표만 분명하면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결국 그 길을 가기 마련입니다.”

시를 통한 감성 경영과 소통

남보다 한발 빠른 도전과 행동을 하려면 직원들의 도움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그는 소통에 공을 들인다. 신 이사장의 집무실에는 직원 1670명과 매일 소통하는 메신저가 깔려 있다. 그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사람은 직책도, 근무지역도 다양하다. 승진인사 덕에 더욱 감사하며 일할 수 있게 됐다는 간호사, 진료 절차를 조금만 바꾸면 환자가 더 편해질 것 같다는 의사 등 여러 직원에게서 매일 메시지가 쏟아진다. 한 달에 한 번 메시지를 정리해도 저장용량이 모자랄 정도다.

신 이사장은 모든 메시지에 일일이 답을 한다. 그는 문학세계에 등단한 시인이자 수필가다. 시와 수필도 소통에 활용한다. 직원을 만나면 즉석에서 이름으로 삼행시를 지어준다. 직접 지은 시를 보내 ‘환자를 위한 진료를 하자’는 철학도 강조한다. 그가 항상 강조하는 것은 긍휼지심(矜恤之心)이다. 환자를 내 가족처럼 보살피자는 취지다. 신 이사장은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면 시를 써서 직원들에게 의미를 전달한다”며 “이후 직원들의 반응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는다”고 했다.

직원과의 만남에는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한 달에 한 번 ‘이사장과의 대화’를 한다. 추첨으로 뽑은 각 지점 직원과 점심을 먹는다. 매주 한 번 19개 병의원의 대표원장 부부와 돌아가며 식사도 한다. 업무상 필요한 일이 있을 때는 신 이사장이 직접 해당 부서를 찾는다. 늘 대화하고 그 자리에서 결정하는 사내 문화 때문에 공식적으로 꼭 필요한 문서 등을 제외하면 서류 업무가 거의 없다. 직원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전 직원을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근속연수도 높다. 신 이사장은 “차장 이상인 직원들과는 1년에 두 번 등산을 한다”며 “언제든 함께 얘기하고 의사 결정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자리잡혀 있다”고 했다.

치료비법은 모두에게 공유

신 이사장은 한방의 과학화·표준화에도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한의학계 전체가 발전하려면 치료방법을 표준화해 공유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20년 가까이 한의학을 연구하는 시설을 운영해왔다. 1999년 자생척추관절연구소의 전신인 자생생명공학연구소를 세우고 서울대 천연물과학연구소와 추나약물 연구를 했다. 신 이사장은 “한의학도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검증이 가능하다”며 “논문 발표나 임상 연구 등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고 했다.

2014년부터 자생한방병원에서 수련받는 레지던트들은 국제학술지에 자신의 이름으로 논문을 반드시 싣도록 하는 규정도 마련했다. 지난해까지 15편의 연구논문이 국제학술지에 실렸다. 병원에서 연구한 척추디스크 환자 한방치료 효과는 정형외과분야 국제학술지 ‘Spine(척추)’에도 실렸다. 그는 “치료법을 표준화하기 위해 1주일에 두 번 아침마다 의료진을 대상으로 화상교육을 한다”며 “매달 한 번은 전국 병원에 있는 의사 200명이 추나와 약침 시술법을 교육받기 위해 본원을 찾는다”고 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전국 어느 지점에서 시술을 받아도 환자가 똑같은 진료를 받을 수 있다.

해외에 의료기술을 전수하는 데에도 앞장서고 있다. 미국 UC어바인대 의대는 2002년 추나요법을 정규 과목으로 채택했다. 2015년 미국정골의학협회(AOA)는 추나요법과 동작침법 등 한방 치료법을 회원 보수교육 과목으로 인정했다. 미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몽골 등의 의사들이 병원을 찾아 추나요법 연수를 받고 있다.

자생한방병원은 오는 9월 서울 논현동에 연면적 1만4154㎡, 지상 15층, 137병상 규모의 새 병원 문을 연다. 5개 동으로 분산된 압구정동 병원 건물을 한곳으로 모으고 해외환자 입원 시설 등을 늘리기 위해서다. 1990년 자생한의원, 1999년 자생한방병원 개원에 이은 제3의 개원이다.

신 이사장은 새 병원에서 추나요법 세계화에 더욱 힘쓴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외국 대통령 등 VIP들이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을 때마다 진료 공간이 떨어져 있어 불편함을 호소했다”며 “앞으로 환자들이 한곳에서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논문연구와 임상시험을 위한 공간도 늘릴 방침이다. 그는 “소외된 계층이나 농촌 지역 등과 연계해 봉사활동도 많이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신준식 이사장 프로필

△1952년 충남 당진 출생 △1990년 자생한의원 개원 △1991년 척추신경추나의학회 설립 △1999년 자생한방병원 개원, 경희대 한의대 박사 △2006년 국민훈장 동백장 △2010년 대한한방병원협회 회장 △2011년 미국 미시간주립대 명예교수 △2014년 재단법인 자생의료재단&자생한방병원 이사장△2015년 국민훈장 모란장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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