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리니지 성공 신화 뒤엔 'IP 방패' 있었죠"

입력 2017-03-28 18:31   수정 2017-03-29 06:55

한경이 만난 기업 법무팀 - 엔씨소프트 법무실

게임 개발 과정부터 IP 관리
사설서버 운영자엔 강력 대응
해외 수출 땐 각국 정책도 검토

회의시간엔 게임하며 토론
수평적 문화로 업무 효율성 높여



[ 이상엽 기자 ]
게임회사는 지식재산권(IP) 관리가 생명이다. 엔씨소프트 법무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도 게임 제작 계약체결 단계에서부터 빈틈없이 IP 관리를 하는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사업 초기 게임을 개발하는 데만 집중했다. 하지만 리니지의 대성공으로 개발 과정부터 IP 관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후부턴 법무실의 역할이 커지기 시작했다. 하나둘 인재를 영입하기 시작한 법무실은 어느새 9명이 됐다.

◆18년 경력 기업 자문 변호사 영입

대표적인 영입 인물이 정진수 부사장(사법연수원 23기)이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기업 법률 자문으로 이름을 드높이던 정 부사장은 2011년 엔씨소프트에 스카우트됐다. 그는 최고법률책임자(CLO)를 거쳐 변호사 출신으론 이례적으로 최고운영책임자(COO)이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디지털 콘텐츠 기업에 IP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업계에서 체계적인 IP 문화가 정립되기까진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대부분 기업이 벤처로 창업해 생존이 우선이었고 IP에 대한 사회적 인식 또한 높지 않았다. 국내외에서 IP 침해 사례도 늘어났다. IP가 미래의 먹거리가 된 요즘 정보기술(IT) 기업의 법무조직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법무실은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사설서버’ 대응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사설서버 운영자들을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고발해 약식명령을 받도록 하는 데 그쳤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사설서버 규모가 클 땐 사내의 대외협력팀과 협력해 검찰에 직접 수사 의뢰하고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법무실 몫이다. 작년 9월 폭스·칸즈 서버 운영자에 대한 13억여원의 손해배상과 실형을 이끌어낸 게 대표적이다. 이종환 법무실장(38기)은 “과거엔 게임법에 불법 사설서버 운영을 직접 처벌하는 조항이 없어 대응이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법무실은 게임의 해외 수출에도 관여한다. 이 경우 게임이 서비스되는 국가의 로펌과 직접 접촉해 법률 검토를 해야 한다. 이선형 부장(미국 변호사)은 “해당국의 각종 규제나 특이한 제도, 약관 및 각종 정책에 대한 검토는 물론 해당국의 자회사를 관리하는 업무까지 아우르고 있다”고 밝혔다.

◆법전보다 게임에 더 열중

이 실장과 이 부장은 각각 지평과 율촌을 거쳐 엔씨소프트에 들어왔다. 이들이 수많은 업계의 제의를 뿌리치고 이곳에 정착한 이유는 뭘까. 이들은 공통적으로 ‘호기심’과 ‘자유분방함’을 이유로 꼽았다.

인터뷰를 위해 찾은 성남 판교 본사의 법무실 회의 모습은 흡사 대학의 조모임을 연상시켰다. 회의시간에 게임을 하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 실장은 “업무를 위해선 게임 자체에 대한 이해가 필수”라며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 아이템 등이 IP와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 법무실에는 변호사 이외에도 이관용 변리사가 있는 이유다. 이 변리사는 “법무실 회의에는 사내 다른 팀의 게임전문가나 개발자들도 자주 참석한다”며 “직원들은 새로운 게임이 출시되면 같은 서버에 캐릭터를 생성해 함께 플레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복장도 자유로웠다. 정장과 넥타이를 착용한 직원은 보이지 않고 모두 청바지 등 캐주얼한 차림이었다. 홍가연 변호사(변호사시험 1회)는 “법률전문가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게임전문가가 되라고 회사가 주문한다”며 “근무 시간에도 자유롭게 게임을 하고 모든 직원과 수평적인 방식으로 의견을 주고받는 점 등이 우리 회사의 특징”이라고 했다.

이런 자유분방함은 업무 영역 파괴와 보직 이동에서도 드러난다. 엔씨소프트는 2011년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를 창단했다. NC 다이노스 소속 김정화 변호사(42기)는 엔씨소프트 법무실에 입사했다가 자회사 관련 업무를 하던 중 운명처럼 회사 야구단 1호 변호사가 됐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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