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재킷' 입은 가르시아 '73전 74기' 메이저 챔프

입력 2017-04-10 18:20  

'꿈의 무대' 마스터스 연장 접전 끝에 우승

리우올림픽 금메달 딴 로즈 꺾고 '메이저 무관' 꼬리표 떼 내
PGA투어 통산 10승 수확

리포터 출신 약혼녀에게 값진 선물 안긴 '7월의 신랑'
"영웅 바예스테로스에게 모든 영광 돌리고 싶어"

'유리알 그린' 점령한 비밀 병기는…
하늘로 높이 솟아오른 공, 깃대 맞고 홀컵 5m에 뚝
왼발·왼쪽 어깨 살짝 열고 오른발 잡아두고 '하이 피니시'



[ 이관우 기자 ] 9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 18번홀. ‘꿈으로 가는 길’은 4m 남짓에 불과했다. 빨간색 퍼터를 떠난 공은 천천히 내리막길을 타고 굴러가 홀컵을 반바퀴 돈 뒤 사라졌다. 숨죽인 채 기립해 있던 갤러리 사이에서 정적을 깨는 함성이 터졌다. 두 손을 불끈 쥐고 포효하던 그의 얼굴에서도 눈물이 터져나왔다. 여든한 번째 마스터스 그린재킷의 주인공, ‘스페인 파이터’ 세르히오 가르시아였다.

73전 74기…메이저 무관 설움 훌훌

가르시아는 이날 열린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에서 연장 접전 끝에 2016 브라질 리우올림픽 골프 금메달리스트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를 꺾고 그린재킷을 손에 넣었다. 최종합계 9언더파를 쳐 로즈와 동타를 이룬 뒤 18번홀(파4) 연장전에서 버디를 잡아 파에 그친 로즈를 제쳤다. 오거스타GC가 “우승자는 10언더파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예언한 그대로의 성적이었다. 가르시아는 세베 바예스테로스(1980, 1983년 우승)와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1994, 1999년 우승)에 이어 세 번째로 마스터스 그린재킷을 입는 스페인 국적 선수가 됐다. 우승 상금 198만달러(약 22억5000만원)도 그의 몫이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10승째를 채운 가르시아는 이번 우승으로 ‘메이저 무관’ 꼬리표를 훌훌 털어버렸다. 그는 1996년 아마추어로 메이저 대회에 처음 출전한 이후 이번 대회 전까지 21년간 73회나 메이저 대회에 출전했지만 우승컵을 수집하지 못했다.

이날은 그의 ‘영웅’ 바예스테로스의 60번째 생일이라 의미를 더했다. 바예스테로스는 스물세 살이던 1980년 당시 최연소 기록으로 마스터스를 제패해 파란을 일으켰다. 이 기록은 1997년 당시 스물한 살이던 타이거 우즈(미국)가 우승할 때까지 깨지지 않았다. 가르시아는 1980년에 태어난 바예스테로스 키즈다. 가르시아는 “바예스테로스는 나의 우상이며 롤 모델이었다”며 “그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바예스테로스는 2011년 5월 악성뇌종양으로 별세했다.

제2의 타이거에서 만년 2인자로

골프팬들은 가르시아가 ‘제2의 타이거 우즈’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가르시아는 1999년 마스터스에서 공동 38위로 아마추어 선수 중 1위에 오른 뒤 곧바로 프로로 전향했다. 그해 PGA 챔피언십에서 우즈와 치열한 우승경쟁을 펼치며 1타 차로 준우승할 때까지만 해도 왕위 계승은 시간문제인 듯했다. 그동안 PGA 투어에서 9승을 수확했다. 하지만 메이저 우승컵은 끝내 그를 외면했다. 1999년 PGA챔피언십을 비롯해 2007년 브리티시오픈, 2008년 PGA챔피언십, 2014년 브리티시오픈에서 준우승만 네 번을 했다.

온갖 악평이 뒤따랐다. ‘연애를 끊으면 금방 메이저 킹이 될 것’이란 비아냥이 대표적이다. 여자프로들로부터 ‘가장 섹시한 남자 프로’로 지목되기도 한 그는 그동안 테니스 선수인 마르티나 힝기스, 영화배우 제시카 알바 등과 염문을 뿌려 연예매체에 이름을 여러 차례 올렸다. 메이저 우승컵에 다가선 결정적인 순간에 퍼팅을 놓쳐 ‘유리멘탈’이란 별명도 따라다녔다.

이번 우승으로 이런 오명을 깨끗이 씻어낼 수 있게 됐다. 가르시아는 오는 7월 미국 골프채널 리포터 출신 앤절라 애킨스와 결혼한다. 1999년 PGA챔피언십에서 어린 가르시아를 힘겹게 물리친 우즈는 이날 트위터에 “축하한다. 가르시아는 우승할 자격이 있다”고 썼다.

또 12번홀 징크스…스피스 “묘하다”

2015년에 이어 두 번째 그린재킷을 노리던 조던 스피스(미국)는 이번에도 12번홀(파3)에 발목이 잡혔다. 지난해 ‘쿼드러플 보기 참사’가 나온 12번홀에서 또다시 더블 보기를 범하며 역전 우승의 동력을 날렸다.

4언더파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스피스는 챔피언조인 가르시아와 로즈에게 2타 뒤져 있었다. 역전우승도 얼마든지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12번홀에서 웨지 티샷이 그린 앞 둔덕을 맞고 연못(Rae’s creek)에 빠지고 말았다. 2년 연속 마스터스 마지막 라운드 12번홀 ‘퐁당 사고’가 재연된 것이다. 최종합계 1언더파 공동 11위로 경기를 마친 스피스는 “조금 기이한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스피스는 티샷과 드롭존 샷을 모두 물에 빠뜨려 쿼드러플 보기를 적어냈다. 이 탓에 5타 차로 선두를 달리다 대니 윌렛(잉글랜드)에게 우승컵을 헌납하고 말았다.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본선에 오른 안병훈(26·CJ대한통운)은 마지막날 2타를 덜어내 5오버파 공동 33위로 자신의 세 번째 마스터스 도전을 마무리했다. 그는 “처음 본선진출을 한 것과 언더파를 쳤다는 데 만족한다”며 “내년에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 가르시아의 '하이 페이드샷 마법' 15번홀 이글잡고 반전 드라마

마스터스를 제패한 세르히오 가르시아는 퍼팅이 샷을 따라주지 못한다는 평을 자주 들었다. 1999년 프로 데뷔 이후 퍼터와 그립을 바꾸고 또 바꾼 것도 ‘퍼팅 아킬레스건’을 넘어서기 위한 노력이었다. 한때 배꼽에 퍼터그립 끝을 고정하는 벨리퍼팅까지 시도했던 그는 지금의 말렛형 퍼터(일명 배퍼터)와 집게 그립(claw grip)으로 정착한 이후 퍼팅이 가장 편안해졌다고 스스로 말해왔다. 그럼에도 올 시즌 퍼팅으로 타수를 줄인 순위(SG 퍼팅)가 PGA 투어 190위에 불과하다. 퍼팅과의 사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메이저 무관’의 한을 풀어준 수훈갑은 아이언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은 것도 그래서다. 가르시아의 아이언은 나무랄 데 없는 세계 정상급이다. 올 시즌 그린 적중률(GIR)이 8위(73.15%), 지난해 6위(70.15%)였다. 마스터스 최종라운드에서 이 정교함이 빛을 발했다. 14번홀부터 연장 18번홀까지 공을 홀컵 2~5m 안쪽에 바짝 붙여 파와 버디를 쉽게 낚을 수 있도록 ‘무딘 퍼터’의 부담을 덜어줬기 때문이다. 특히 15번홀에서 8번 아이언으로 구사한 ‘하이 페이드’샷은 백미였다. 깃대를 맞고 떨어진 공이 홀컵 5m 부근에 멈춰섰고 이 샷이 이글로 연결되면서 연장 역전 우승의 씨앗이 됐다.

가르시아는 “15번홀 아이언샷은 내 생애 최고의 샷”이라고 말했다.

오거스타GC는 그린이 딱딱하고 빨라 공을 홀컵 근처에 세우기가 어렵다. 선수들이 기를 쓰고 높은 탄도의 샷을 구사하려 했던 것도 이런 코스의 특성 때문이다.

프로들이 주로 구사하는 하이 페이드샷은 아마추어도 요긴하게 써먹을 때가 많다. 나무 같은 장애물이 앞을 가리거나 딱딱한 그린 공략, 뒷바람이 불어 비거리를 더 내고 싶을 때 등이다. 방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셋업이 90%, 피니시가 10%다. 왼발과 왼쪽 어깨, 헤드 페이스를 살짝 여는 게 기본. 여기에 체중을 평소보다 오른발 쪽에 더 실으면 기본 셋업이 완성된다. 평소와 똑같은 스윙을 하되 오른발을 되도록 임팩트 이후까지 떼지 않고, 머리도 좀 더 오래 고정하는 게 좋다. 손목을 인위적으로 쓰거나 공을 띄워 올리려 해선 안 된다. 가능한 한 셋업만 바꿔 샷을 해야 실수가 적다. 김용준 프로는 “클럽을 잡은 손뭉치가 평소보다 높은 곳에서 끝나는 하이 피니시를 해야 한다”며 “탄도가 높아 비거리가 줄어들 수 있는 만큼 한 클럽 정도 길게 잡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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