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반성 없는 자유한국당 연찬회

입력 2017-06-04 17:55  

[ 박종필 기자 ] “자유한국당의 가장 큰 문제는 ‘NATO (no action talking only)’입니다. 회의를 통해 결론이 나도 1주일 뒤면 경과 보고도 없이 도로 잊혀집니다.”

정우택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1~2일 충북 단양에서 열린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자아비판’했다. “말만 무성할 뿐 실행하려 하지 않는다”는 정 대행의 말은 사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얘기다. 한국당이 대선 패배 후 보여준 모습은 ‘talking(토론)’조차 실종됐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대선이 끝난 지 3주가 지나서야 연찬회를 열어 대선 패배를 진단한 데서도 알 수 있다.

그동안 한국당은 누구도 대선 패배 후 당의 미래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4일 오후 귀국한 홍준표 전 대선 후보는 매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 개혁을 위한 여러 주장을 내놨다. 하지만 미국에 머물며 소통 없이 내놓은 메시지는 메아리로 그쳤다. 초·재선 의원들도 정풍운동(整風運動)에 나서기 시작했지만 너무 늦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뒤늦은 연찬회에서도 반성하는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쓴소리를 듣겠다며 연찬회에 초청한 청년 발표자에게 되레 “왜 청년들은 정유라 문제에는 분노하면서 문준용 씨(문재인 대통령 아들) 취업 특혜 의혹에는 분노하지 않느냐”고 호통치는 당직자도 있었다.

연찬회 둘째 날인 지난 2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그제서야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정당 지지율이 국민의당에 뒤졌고, 한국당 아성(牙城)인 대구·경북(TK)에서의 지지율은 바른정당에 밀렸다. 더불어민주당의 ‘2중대’라고 무시한 국민의당과 ‘배신자’라고 평가절하한 바른정당에 뒤졌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그런데도 연찬회 토론에선 당의 문제점을 진단하기보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논란, 인사청문회 등과 관련해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대선 패배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진로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뒷전이었다. 왜 지지율이 국민의당에 뒤졌는지 알 수 있는 연찬회였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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