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라의 청춘극장] 음대입시 실패 후 꿈찾아 '페북 글쓰기'…20만부 베스트셀러 작가 되다

입력 2017-06-08 14:56  

첫 에세이집 '너에게 하고 싶은 말' 펴낸 김수민씨



사상 최악의 취업난에 젊은이들이 창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템 선정부터 창업 실패에 따른 리스크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죠. 한경닷컴이 새롭게 선보이는 [조아라의 청춘극장]은 성공한 젊은 창업가들의 실전 스토리를 담아내는 기획인터뷰입니다. 이들의 좌충우돌 도전기가 예비창업가들에게 좋은 길라잡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편집자 주>

"글 쓰는 게 피아노 치는 것보다 재미있더군요. 재수를 포기했습니다. 음대 입시에는 실패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더 잘 된 일이에요. 미련은 전혀 없습니다."

지난 7일 용인시 기흥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수민 작가(21·사진)는 차분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또래와 별반 다르지 않은 평범한 20대지만 그는 꽤 알려진 유명 에세이 작가다.

김 씨는 부모의 권유로 초등학교 때부터 피아노를 쳤다. 꾸준히 음대 준비를 했다. 2년 전 입시를 치렀지만 원하는 대학의 합격 통보를 받지 못했다. 유년기부터 피아노에만 매달린 그가 재수 대신 선택한 건 '글쓰기'였다.

피아노를 놓으면서 시작한 페이스북 페이지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은 2년 새 팔로워 수만 7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게시글 하나에 평균 5000명 이상이 '좋아요'를 꾹 누른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조금씩 개인 페이스북에 짧은 글귀들을 올렸어요. 고3 입시 후에는 작은 페이스북 페이지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을 새로 만들어 본격적으로 글을 올리기 시작했죠. 가수 김종국의 노래 제목을 우연히 보고 느낌이 좋아 페북 페이지 이름으로 택했습니다."


"그에게 연락이 오지 않는다면 나에게 관심이 없는 거예요. 주인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기다리지 마세요." "나만 놓으면 끊어질 인연에 너무 몸부림치지 마세요." "하고 싶은 말이 산 같이 쌓였어도 꾹 참을 때 우리는 그냥이라고 말한다" 등 10~20대들이 인터넷에서 한 번쯤 읽어봤음직한 글귀들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주인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기다리지 말라'는 내용은 제 경험담이에요. 짝사랑하던 친구의 연락을 기다리다 느낀 감정을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놓았죠. 비슷한 감정을 느껴본 사람들이 많았는지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5만~6만 명이 '좋아요'를 누르더라구요."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주로 인간 관계, 특히 사랑 관련 글귀를 많이 올린다.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경험한 소재의 이야기로 지친 젊은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준 게 인기 요인으로 꼽혔다. 글 게시 시간도 전략적이다. 고교생들의 야간자율학습 이후 시간, 취침 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시간대를 노렸다. '불금'을 제외하면 대부분 밤 10시 이후 글을 올린다고 했다.

슬럼프가 오면 페이스북 페이지 게시글에도 변화를 줬다. 카드뉴스 형식으로 제작하거나 예쁜 밤하늘 사진을 편집해 글을 넣기도 했다. 최근에는 사진 없이 텍스트만 올리는 등의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어릴 적 연애 경험이나 짝사랑 경험을 녹여낸 글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주로 10~20대 구독자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편이에요. 때로는 페이스북 상담 메시지를 보고 답변하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주제로 글을 쓰기도 하지요."

페이스북 글이 200여 개 쌓이자 그는 꿈꿔왔던 에세이집 출간에 나섰다. 쉽지는 않았다. 40여 개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 퇴짜를 맞은 끝에 《아프니까 청춘이다》《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등을 펴낸 유명 출판사와 계약했다. 인기를 누리던 페이스북 페이지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페이스북 페이지와 동《너에게 하고 싶은 말》책은 반응이 좋았다. 영풍문고 오프라인 서점 에세이 부문 2위, 종합 부문 6위에 오를 정도였다. 라디오 광고도 타면서 20만 부가 팔렸다. 김 씨에게 들어오는 인세만 2억 원이 넘었다.

"제가 쓴 글에 반응하는 독자들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그는 《너에게 하고 싶은 말》에 이어 두 번째 에세이집 《너라는 위로》를 출간했다. 첫 에세이집과 달리 페이스북에는 거의 올리지 않은 글들을 다듬어 책에 담아냈다.

작가로 이름이 알려지면서 여러 곳에서 강연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김 씨는 지친 삶에 활력소를 주는 '힐링' 전도사로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또 다른 꿈이 생겼다. 사람들과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카페 운영이다. 당분간은 대학 진학 계획도 없다. 하고 싶은 일에 더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힘들더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음대생'보다 '작가'가 되기를 참 잘한 것 같아요. 제가 쓴 글이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고 책으로도 나올 거라고 상상할 수 있었을까요? 저는 지금이 행복합니다."

용인=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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