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한반도 지정학적 위험' 외국인 최대 경계변수

입력 2017-08-13 17:12  

세계 지정학적 위험지수 사상최고
'널뛰기 전망'에 투자자 혼란
부화뇌동 말고 균형감 갖춰야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정치·경제·사회·군사 현상은 특정한 평균치를 중심으로 대칭을 이루고, 평균치에서 멀어질수록 발생 확률이 낮아지는 종(鐘) 모양의 정규 분포로 설명한다. ‘테일 리스크(tail risk)’는 가능성은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커다란 파장을 몰고올 수 있는 변수를 말한다.

올해 하반기 들어 예측기관들은 세계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면서도 테일 리스크가 언제든지 복병이 될 것으로 지적했다. 유럽 등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테러, 인도와 중국 간 국경 분쟁, 그리고 북핵 문제에 따른 6자(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한국과 북한) 간 갈등 등 대부분 지정학적 위험이다.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용어 중 하나인 지정학적 위험은 명확하게 정의를 내리기 어렵다. 미국 중앙은행(Fed) 등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정학적 위험은 상대적으로 모호한 개념이라고 강조하면서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사회적 불안, 경제적 타격을 초래할 수 있는 사건과 사고로 정의하고 있다.

Fed에 따르면 현재 세계 지정학적 위험지수(GPR:Geopolitical Risk Index)는 역사상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GPR 지수는 1900년부터 현재까지 세계 주요 언론에 전쟁, 테러, 정치적 갈등 등이 언급된 비중을 종합해 2000~2009년을 기준으로 세계 지정학적 위험이 심화 혹은 완화됐는지를 알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다.

GPR 지수는 1차 세계대전 당시 372(2000~2009=100)를 나타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 2003년 미국의 이라크 공습 당시 362, 2차 세계대전 당시 346, 1982년 포클랜드 전쟁 당시 272까지 급등했다. 올해 들어서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북핵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 간 갈등으로 GPR 지수가 300대까지 급등하고 있다.

10년 주기로 평가한 GPR 지수도 1990년부터 20년 넘게 상승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010년대 들어 월평균 137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1910~1919년 월평균 14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현재 세계 지정학적 위험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지정학적 위험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때 ‘국부적이고 일회성’이면 ‘비설명 변수(extraneous variable)’로 취급한다. 증시에서는 저가 매수 기회로 삼는다. 하지만 ‘범세계적이고 상시성’일 때는 ‘설명 변수(explanatory variable)’로 부정적인 영향이 크게 나타난다. 북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따른 지정학적 위험은 후자에 속한다.

Fed의 거시경제 계량모델인 ‘퍼버스(Ferbus=FRB+US)’에 따르면 GPR 지수가 50포인트 상승하면 2년 후 미국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나온다. 그 어느 변수보다 성장률 하락 효과가 크다. 다른 국가도 비슷하다. 북한과 직접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한국 경제도 지정학적 위험이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클 것으로 추정된다.

증시에서는 잠복한 각종 위험이 노출되는 계기가 된다. 주가수익비율(PER) 등 전통적 평가 기법으로 분석한 S&P500지수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보다 높다. 수익률 면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Fed의 가치모형((FVM)을 통해 평가해 보더라도 S&P500지수의 선행이익률이 국채 10년물 수익률 대비 2.2배로 금융위기 직전 수준이다. 한마디로 ‘거품’이다.

하이먼-민스크의 리스크 이론이나 조지 소로스의 자기암시가설에 따르면 증시가 상승기에서 하락기로 돌아설 때는 반대의 경우(하락기에서 상승기)와 달리 어느 날 갑자기 ‘순간 폭락(flash crash)’을 동반한다. 미국의 경기 예측론자인 웨슬리 미첼도 “낙관론 뒤에 태어나는 비관론은 신생아가 아니라 거인의 위력을 발휘한다”고 경고했다.

국내 증시도 한반도 지정학적 위험이 발생하기 직전까지 ‘대세 상승론’이 판을 쳤다. 대부분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코스피지수가 올해 안에 2600~2700대로 오르고 일부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는 3000까지 간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가 예측에 중대한 변수가 발생했는데도 아무런 얘기가 없다. 오히려 2200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비관론을 제시한다.

이제 외국인은 어느 정도 목표 수익률에 도달했다. ‘체리 피킹’과 환차익이 줄어든 만큼 한반도 지정학적 위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국내 기업 실적은 괜찮고 경기가 나아질 기미도 보이고 있다. 뒤늦은 대세 상승론을 고집하고 성급한 비관론에 부화뇌동하기보다는 균형감을 유지하면서 주식 투자자도 합심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할 때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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