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목격자' DNA, 범인 몽타주도 그린다

입력 2017-09-03 19:38  

국제법유전학회'DNA몽타주 기법'발표

사람의 얼굴 3차원으로 촬영…얼굴 특징과 DNA 차이 분석
노화에 따른 외형변화도 추정…범행 방식도 알 수 있어 기대



[ 박근태 기자 ]
1986년 영국 레스터에서 10대 여성 두 명이 연이어 성폭행당한 뒤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영국 경찰은 로드니 버클랜드라는 17세 소년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자백까지 받아냈다. 하지만 DNA 지문기법으로 범죄현장에서 확보한 범인 DNA와 비교한 결과 소년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왔다. 소년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DNA 조사 결과 범인은 이듬해 검거됐다. 이 사건은 DNA를 활용한 과학수사로 억울한 사람의 누명을 벗게 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2015년 경남 창원시 무학산에서 5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피해자가 발견된 부근 기지국에서 4회 이상 통화한 A씨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다. 하지만 DNA 감정 결과 범인은 사건 후 대구에서 절도 행각을 벌이다 구속된 또 다른 인물로 드러났다. 8월28일부터 지난 2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법유전학회 총회에선 이처럼 억울함을 풀어낸 DNA 분석수사의 최신 기법과 연구 현황이 소개됐다.

◆확산되는 DNA 수사

사람의 유전정보를 담은 DNA는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 등 네 가지 염기 30억 쌍이 배열돼 있다. DNA는 주로 입과 코에서 많이 나오지만 범죄 현장에선 지문으로 많이 남는다. DNA에는 머리카락 색부터 피부색, 쌍꺼풀 유무, 키 등 겉으로 드러나는 외모뿐 아니라 식성, 학습능력, 혈압 등 체질과 질환에 관한 정보가 담겨 있다.

세계 각국은 이런 특성을 이용해 범죄현장에서 확보한 DNA로 범인 정체를 밝히는 기술을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다. 1980년대 영국에서 시작된 DNA 분석은 지금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 초기에는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DNA와 용의자 DNA를 1 대 1로 비교해 일치하는지를 따지는 방식이 주로 쓰였다. 최근에는 범죄 현장에서 채취한 DNA에서 단순히 범인 신원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얼굴 생김새, 범행 방식 등을 추론하는 기법이 등장하고 있다.

DNA만으로 얼굴 생김새를 추정하는 DNA 몽타주 기법은 가장 주목받은 분야 중 하나다. 여러 사람의 얼굴을 3차원(3D) 카메라로 촬영한 뒤 DNA 염기서열에 따른 얼굴 특성을 비교하는 방식이다. 염기서열 차이에 따라 얼굴 특징을 알아내면 범죄 현장에서 확보한 DNA로 범인 얼굴을 추정할 수 있다. 머리카락과 홍채 색깔을 이용한 연구 결과는 상용화됐다.

패러번 나노랩스는 2015년 홍콩클린업이란 청소업체 의뢰로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된 DNA로 쓰레기를 무단 투기한 사람들의 얼굴 몽타주를 공개했다.

◆DNA 감식의 위력

장기 미제 사건은 범인이 나이가 들면서 얼굴을 추정하기 점점 어려워진다. DNA를 이용하면 나이에 따른 얼굴 변화도 어렵지 않게 추정할 수 있다. 사람마다 노화 정도는 다르지만 누구나 공통적으로 이마와 눈가에 주름이 생기고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한다. DNA에서 특정 유전 암호를 해독하거나 해독하지 못하게 하는 메틸기가 작용하면서 특정 부위의 단백질 양이 줄어들면서 겉모습의 변화가 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다양한 연령대에서 DNA를 추출해 나이에 따라 변하는 부분을 찾는 연구를 하고 있다. 현재 기술은 위아래로 세 살 이내 오차로 나이를 추정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

범죄 현장에 남은 DNA가 신체 어느 부위 것인지 알아내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사람의 정액과 혈액, 침, 소변을 구성하는 체세포는 종류가 조금씩 다르다. DNA 해독을 통해 만들어지는 단백질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DNA를 해독한 정보를 담은 메신저RNA(mRNA)를 분석하면 뇌나 간 같은 인체 조직을 추정할 수 있다. 유전자로 행동을 추정하는 행동 유전학이 발전하면서 DNA로 범인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추론해내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한철 대검찰청 과학수사2과 연구사는 최근 발행한 《법과 과학》에서 “미래의 DNA 과학수사는 일치 여부를 대조할 DNA가 없더라도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DNA만으로 범인을 추정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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