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미국 보호무역 민낯' 드러낸 한국 세탁기 공청회

입력 2017-10-20 18:59   수정 2017-10-21 14:45

현장에서

월풀 단체복 입은 직원들 몰려
"한국 세탁기 무역사기 막아달라"
협력사 내세워 감성모드 압박

주지사 "삼성 때문에 행복하다"
ITC "왜 3년인가" 송곳 질문에
당황한 월풀 "추후 서면으로…"



[ 박수진 기자 ]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국제무역위원회(ITC) 본관 1층. 쌀쌀한 날씨에도 ‘월풀’ 마크를 단 짧은 반팔 단체복을 입은 20여 명의 월풀 직원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월풀이 제기해 열리는 수입 세탁기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무역규제 공청회 행사장을 8시간 내내 지켰다.

월풀 측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탁기 덤핑규제를 피하기 위해 한국에서 중국으로, 중국에서 다시 베트남과 태국으로 ‘국경 넘기(country hopping)’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번이 이런 ‘무역사기’를 막을 마지막 기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은 삼성, LG 세탁기 완제품과 부품에 3년간 50% 관세를 부과하고, 또 부품은 지난 3년간 평균 수입량을 기준으로 수입 물량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 측은 헨리 맥매스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등 유력 인사들을 변호인석에 세웠다. 맥매스터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지사인 그를 주지사로 올리기 위해 니키 헤일리 전 주지사를 유엔 주재 미 대사로 차출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맥매스터는 “삼성 때문에 행복하다”며 “월풀이 주장하는 수입규제는 삼성공장에 큰 피해를 주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은 3억8000만달러를 투자해 내년 준공을 목표로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세탁기 공장을 짓고 있다.

월풀은 협력사들을 내세워 ‘감성 모드’로 반격했다. 글렌 피시 리비어플래스틱 사장은 “중소기업을 경영하기 어렵다”며 “삼성과 LG의 무역사기는 나와 내 아내, 아이들의 미래를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측은 수입규제가 또 다른 형태의 보조금 지급과 다름없으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미국 공장 설립을 어렵게 하고, 미국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것이라는 점 등을 차분하게 설명했다.

돋보인 것은 ITC 위원들이었다. 론다 시미트라인 위원장은 “월풀이 50% 관세를 3년간 주장했는데 3년을 특정하는 근거가 무엇인가?” “3년간 수입규제를 하면 미국 내 시장점유율이 어떻게 될 것으로 예상하는가?” “3년 후에는 자립할 수 있다는 말인가?” 등등 송곳 같은 질문을 쏟아냈다. 월풀 측 변호인단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추후 서면으로 답하겠다”는 등 허둥대는 모습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인 그레그 입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보호무역 태도가 기업들의 무리한 소송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 들어 미국의 반덤핑관세 등 무역규제 조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48% 늘었다. 무역법 232조, 무역법 201조 등 그동안 장롱 속 깊이 처박아둔 ‘녹슨 규제’들까지 꺼내 들었다.

한국 측 기업 관계자는 “혁신제품을 개발하지 않는 업체를 수입규제로 연명시키겠다는 어처구니없는 공청회”라면서도 “바람이 거셀 땐 맞서 가는 것보다 잠시 피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워싱턴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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