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사막같은 모래 언덕 너머 요괴가 사는 마을…톡 쏘는 매력 품은 돗토리

입력 2017-11-12 14:42  

색다르게 즐기는 일본 여행 (1) 가족 여행지 돗토리



일본 중부의 돗토리현은 한창 각광받는 가족여행지다. 캐릭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사카이미나토의 요괴마을에서 신나는 한때를 보낼 수 있다. 자연이 만들어낸 걸작품인 돗토리 사구에서는 어른들이 어린아이로 돌아간다. 해산물을 비롯한 다양한 먹거리는 기본이고 온천도 발달해 따뜻한 겨울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외국 관광객은 물론이고 일본인이 좋아하는 지역이기도 한 돗토리현으로 이번 겨울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요괴마을에서 시작하는 유쾌한 돗토리 여행

돗토리 여행은 대개 사카이미나토 지역부터 시작한다. 기이한 모양의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거리를 뒤덮은 사카이미나토는 원래 어업을 주로 하는 작은 항구도시였다. 어획량이 줄어들면서 점차 인구도 줄어 마을이 쇠락해 가자 1992년 마을 살리기 프로젝트로 사카이미나토 출신 유명 만화가인 미즈키 시게루의 작품 속 캐릭터인 ‘게게게의 기타로’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미즈키 시게루는 고향 부흥을 위해 기꺼이 캐릭터 사용을 허락했다. 이후 마을 곳곳에 요괴 캐릭터를 활용한 다양한 조형물이 들어섰다.


요괴마을은 요괴들의 놀이터를 콘셉트로 한 ‘미즈키 시게루 로드’가 가장 유명하다. 사카이미나토 역을 시작으로 대략 800m가량 이어지는 길 곳곳에 무려 153개나 되는 작은 요괴 동상이 세워졌다. 곳곳에 요괴를 테마로 한 상점과 기념품 숍도 들어섰다. 결과는 폭발적이었다. 사카이미나토의 인구는 4만 명이 채 되지 않는데 이곳을 찾은 관광객은 매년 300만 명을 넘고 지난해 총 관광객 수가 3000만 명을 넘어섰다. 차, 가로등, 기념품 가게, 하수구 뚜껑 등 곳곳에 갖가지 요괴의 흔적이 있어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사카이미나토 역과 요나고 역을 오가는 JR 사카이센 요괴 열차도 꼭 한 번 타볼 만하다. 열차 외부와 내부가 ‘게게게의 기타로’에 등장하는 다양한 요괴로 꾸며져 있어 ‘기타로 열차’ 또는 ‘요괴 열차’라고 부른다. 운행 구간은 총 17.9㎞, 16개 역이 있다.

요괴 마을 창시자인 미즈키 시게루 기념관은 길이 끝나는 지점에 있다. 2층으로 된 기념관은 ‘게게게의 기타로’ 시리즈의 흐름과 그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전시물로 가득 차 있다. 미즈키 시게루가 요괴 만화를 그리게 된 것은 어릴 적 그의 집에서 일하던 할머니의 영향 때문이다. 할머니가 얘기해주는 요괴 이야기를 들으며 평소 우리가 볼 수 없는 요괴 세계에 관심을 가졌다. 특히 그의 한쪽 팔을 앗아간 제2차 세계대전에선 파푸아뉴기니 전선에 배치돼 큰 고초를 겪었다. 전쟁의 고통 속에서도 그를 견디게 한 것은 어릴 적 요괴 이야기였다.


주인공 기타로는 성인임에도 키가 130㎝에 몸무게가 30㎏에 불과하다. 그런 아들이 걱정됐는지 아버지인 메다마 오야지(눈알 아저씨)는 죽어서 한쪽 눈만 남았다. 요괴 마을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눈만 커다란 요괴가 바로 그 캐릭터다. 주인공 기타로를 비롯해 쥐나 생선을 보면 요괴로 변하는 네코무스메(고양이 소녀), 사람이 지나가면 모래를 뿌려 놀래키는 스나카케바바(모래 할머니) 등이 휴일이나 특별한 날이면 길에 나타나 관광객과 함께 사진을 찍어 주기도 한다. 요괴 마을 중앙에 있는 ‘게게게노 요괴낙원’에는 기타로의 캐릭터 상품은 물론이고 요괴 라테라고 하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커피도 판다.


‘참혹한 전투’ 펼쳐진 돗토리 성터

돗토리성은 1583년 펼쳐진 돗토리성 전투로 인해 유명해진 곳이다. ‘돗토리성 전투를 모르면 일본사를 이야기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본 역사에서 돗토리성 전투는 중요하고 끔찍한 전투였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 전국 통일을 위해 돗토리성을 공격했다. 전투는 의외로 치열했다. 돗토리 성주 기가와 쓰네이에는 5000여 명의 군사와 함께 목숨을 건 항쟁을 벌였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큰 희생을 치르지 않고 승리할 전략을 짰다. 돗토리 주변 상인들을 불러 곡물을 비싼 가격에 사들인 것이다. 시가의 몇 배나 주고 곡물을 매입하자 성 안에 있는 비축 식량이 상인들의 손에 들어갔다. 엄중한 전쟁 중에도 이득을 취하려는 이는 있었던 것이다. 마침내 식량이 떨어지자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인육을 먹는 일까지 벌어진 것이다. 참혹한 현실 속에서 성주는 항복을 택했고 부하들의 희생을 막고자 자신은 자결을 선택했다. 이후 돗토리성은 1800년대 해체됐고 현재는 터만 남아 있다.

돗토리성 밑은 메이지 시대에 돗토리의 번주였던 이케다 가문의 별장이다. 1907년 세워진 프랑스 르네상스 양식의 서양식 건물로 돗토리 성터와 어울려 묘한 대조를 이룬다. 건물의 몸통은 서양식이고 지붕은 동양식이다. 이곳에서 일본에서 유명한 영화 ‘바람의 검심’이 촬영됐다. 진푸카쿠는 내부도 분위기가 있지만 건물 뒤편 정원의 모습이 일품이다. 봄이면 벚꽃이 피고 꽃들이 정자로 떨어지는 모습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이곳은 우리의 아픈 역사와도 연관이 있다. 1912년 7월17일 대한제국의 영친왕이 2박3일간 머물렀다는 엽서와 기록이 남아 있다.

일본인들이 사랑하는 산 다이센

돗토리에 가면 꼭 들러봐야 할 산이 있다. 다이센(大山)이다. 렌터카 여행을 한다면 상관없지만 대중교통으로 찾아가려면 다이센 루프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4월 말~11월 초 일요일과 휴일만 운행하기 때문에 일정이 맞지 않으면 찾아가기 어렵다. 다이센은 해발 1709m로 이름처럼 큰 산이다. 히로시마, 시마네, 오카야마, 돗토리 지역을 묶어서 주코쿠(中國) 지역이라고 하는데 다이센은 주코쿠를 대표하는 산이기도 하다. 다이센의 가장 높은 봉우리는 ‘쓰루가미 봉’이며 그 옆으로 8개의 산이 이어져 있다. 다이센은 산세의 모습이 마치 후지산과 닮아 ‘돗토리의 후지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일본 NHK방송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인이 좋아하고 찾고 싶은 산 중에서 다이센은 후지산과 기후현의 야리가다케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예전 원시시대에 정령주의를 믿던 사람들이 산을 경배했는데 다이센은 오가미다케(大神岳)라고 불렸다. ‘큰 신이 머물러 있는 산’이라는 뜻으로 일본인들이 이 산을 얼마나 각별하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다.

다이센으로 올라가는 길은 포장이 잘 돼 있다. 다이센 중간에는 다이센 목장우유마을이 있다. 마치 유럽의 목장에 온 것처럼 자유롭게 방목해 놓은 소들이 느긋하게 풀을 뜯으며 여유롭게 돌아다닌다. 무엇보다 다이센 목장우유마을에서 바라보는 다이센의 모습은 한 장의 엽서를 담아 놓은 것 같다. 흰 눈을 고깔처럼 눌러 쓴 다이센의 장엄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이센 목장에는 다양한 종류의 유제품과 기념품이 전시돼 있다. 우유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도 다이센 목장 우유는 고소하기 이를 데 없다.

유쾌하고 발랄한 우에다 쇼지의 사진들

다이센으로 가는 길에 독특한 디자인의 건물이 나온다. 돗토리 출신 세계적인 사진작가 우에다 쇼지(植田正治) 사진미술관이다. 미술관은 그의 대표 작품인 소녀사태(少女四態)를 모티브로 만든 독특한 작품이다. 우에다 쇼지는 생전에 1만5000장이나 되는 작품을 남겼고 이를 미술관에 기증했다. 실내에 들어서면 마치 카메라 앵글처럼 만든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의자에 앉아 찰리 채플린의 모습을 촬영할 수 있으며 벤치에 앉아 다이센을 눈으로 담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우에다 쇼지의 사진들은 대단히 독특하다. 돗토리현의 명물인 돗토리 사구에서 찍은 사진이 대부분인데 주변 지인들이 그의 피사체가 됐다. 특히 작가와 부인은 물론 아이들까지 앵글에 담았다. 그의 작품 세계는 대단히 유쾌하고 발랄하다. 그의 대표작인 소녀사태도 돗토리 사구에서 찍은 네 명의 각기 다른 표정을 한 소녀의 모습을 담고 있다.

2층 전시실에는 영상관이 있다. 영상관에는 작가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영상을 시청하고 나면 동그란 구멍으로 반대편 흰 벽에 다이센의 모습이 비친다. 벽에 뚫은 구멍 속에 직경이 무려 60㎝에 무게가 250㎏이나 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렌즈가 들어 있다. 이 렌즈로 다이센을 찍은 것이다. 영상실 밖에는 실물 모형의 렌즈가 전시돼 있다.

자연이 만든 걸작품 돗토리 사구

돗토리 여행의 핵심은 사구(砂丘)다. 모래언덕이라고 해서 사막을 연상하겠지만 돗토리의 사구는 메마른 땅이 아니다. 오히려 빗물에 쓸린 모래가 바다로 흘러들고 파도와 바람에 떠밀리면서 만들어냈다. 동서 약 16㎞, 남북 약 2.4㎞에 달하는 일본 최대의 모래언덕이다. 이 거대한 모래언덕은 무려 10만 년의 세월이 만들어낸 자연의 걸작품이다. 완만한 모래사장의 끝에는 높이 50m 정도의 거대한 모래 산이 놓여 있다. 바람이 불면 바람결에 따라 무늬가 생기는데 이를 풍문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모래언덕 끝에서 신발을 벗고 맨발로 모래 산을 향해 걸어간다. 어른도 아이도 모두 맨발로 천천히 걸어가는 모습은 기이하기까지 하다. 모래 산에 올라서면 눈아래로 바다가 눈부시게 펼쳐져 있다.

모래언덕 밑에선 낙타를 타는 체험도 할 수 있다. 날씨는 그리 덥지 않은데 낙타를 타고 마치 사막을 건너는 모습을 연출하는 품이 웃음을 자아낸다.

사구 근처에는 모래미술관이 있다. 모래로 만들어낸 다양한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는 미술관은 대단히 이채롭다. 모래미술관은 2006년 돗토리 사구 한쪽 구석에 야외미술관으로 문을 열었다고 한다. 세계적인 모래조각가들이 일본을 찾아와 작품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명성을 얻었고 지난해 4월 모래조각을 전문으로 하는 실내 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해마다 5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며 눈조각이나 바위조각은 보았지만 모래로 만든 작품은 처음이어서인지 이채로운 느낌을 줬다. 모래미술관은 매년 다른 주제로 전시를 이어나가는데 지난해 남미 편에 이어 올해는 미국 대륙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전시를 하고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큰바위 얼굴상을 비롯해 할리우드의 유명 스타, 정치인, 발명가 등의 모습이 모래에 꼼꼼히 새겨져 있다.

돗토리 추천코스 5선…2000엔 택시를 이용하자

돗토리 관광을 저렴한 비용에 효율적으로 하고 싶다면 꼭 권하고 싶은 것이 2000엔 택시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2000엔만 내면 3시간 동안 정해진 코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 서비스다. 일본의 비싼 교통비를 감안한다면 대단히 실속 있는 프로그램이다. 2000엔 택시는 모두 5코스로 돼 있으며 모두 돗토리 역에서 출발해 돗토리 역으로 돌아온다.


1코스는 돗토리 사구와 모래미술관을 볼 수 있는 코스다. 돗토리 여행의 백미인 돗토리 사구와 돗토리의 명물인 락교밭, 빼어난 해변 풍경을 자랑하는 산인해안, 다양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아지로야 식당 탐방으로 구성돼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코스다.

2코스는 돗토리 성터 유적지와 메이지 시대의 서양식 건축물인 진푸카쿠를 보고 단풍 명소 이케다케 묘지와 장쾌한 아메다키 폭포를 볼 수 있다.

3코스는 와카사 철도 증기기관차와 와카사주쿠역 역사 산책 코스로 천연 암굴에 있는 후도인 이와야도를 보고 성곽마을 와카사와 철도 증기기관차, 역사 유적인 산뱌쿠다 씨 주택 등을 둘러보는 코스다.

4코스는 국도 코스로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로 작은 배에 종이인형을 태워 강에 띄우는데 종이인형인 히나인형이 800여 개 전시돼 있는 나가시비나관과 삼나무 술인 스와주조장, 근대일본식 건축물로 명성이 높은 이시타니케 가문 주택, 일본 산촌마을의 원풍경을 볼 수 있는 이타이바라 촌락을 살펴볼 수 있다.

5코스는 시카노 코스로 일본의 가장 오래된 러브 스토리가 전해오는 하쿠토 신사와 주변 해안가 벚꽃 명소인 시카노 성터 성곽마을을 둘러보고 제철 채소로 맛을 낸 식당 유메코 미치에서 정찬을 먹을 수 있다.

여행정보

사카이미나토까지는 강원 동해항에서 저녁에 출발해 밤새 이동한 뒤 아침에 도착하는 DBS크루즈훼리와 인천공항에서 요나고 기타로공항까지 주 3회 단독 운항하는 에어서울로 갈 수 있다.

공항에서 사카이미나토까지는 요괴 열차로 약 30분 걸린다. 190엔.

돗토리=글·사진 이솔 여행작가 leesoltou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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