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홍콩이 한눈에 보인다… '하이킹 여행' 매력에 풍덩~

입력 2017-11-19 15:17  

알고 보면 푸른 숲의 홍콩… 색다른 여행 떠나볼까

생수 한 병 들고 빅토리아 피크로 'GO'

한 바퀴 걷고 나면 멋진 야경은 덤이죠 ~



[ 이선우 기자 ]
홍콩은 이미 여러 번 가본 곳이지만 여전히 설레었다. 화려한 스카이라인과 밤 거리를 수놓은 형형색색의 네온사인, 인파로 북적이는 거리. 비행기가 공항 활주로를 뜨기 전부터 홍콩의 화려한 도심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금쪽같은 시간을 쪼개 떠나는 2박3일의 휴가를 허투루 보낼 순 없었다. 그래서 고민을 거듭한 끝에 홍콩을 선택했다. 왠지 그곳에 가면 지금까지 모르고 있던 새로운 것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더구나 10~12월 홍콩의 가을은 여행자에게 1년 중 가장 좋은 시기라고 하지 않던가. 이번 여행은 의도적으로 이전과 다르게 움직이겠노라 마음먹었다. 틈틈이 홍콩을 제집 드나들 듯 가봤다는 자칭 여행 고수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색다른 홍콩 여행을 갈구하는 이에게 주어진 몇 개의 선택지 중 가장 관심을 끈 것은 하이킹이었다. 도시 야경이나 쇼핑 등 이미 홍콩 여행을 제법 많이 경험한 이라면 홍콩 하이킹은 색다른 여행이 될 것이다. 평균 20~25도 안팎의 기온에 청명하고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는 가을은 전체 면적의 70%가 녹지인 홍콩의 숨은 매력을 확인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때라는 말도 꽤 설득력 있게 들렸다.


하이킹 여행의 시작 ‘빅토리아 피크’

이번 여행의 베이스캠프는 침사추이(尖沙咀) 도심 마르코폴로호텔로 정했다. 아침식사를 끝내고 홍콩섬의 빅토리아 피크(太平山頂)로 향했다. 걷기 여행을 위한 준비물은 생수 한 병이면 충분했다.


홍콩섬에서 가장 높은 타이핑산(太平山·해발 551m)의 정상을 가리키는 빅토리아 피크는 홍콩 여행의 시작과 같은 곳이다. 홍콩을 처음 찾는 이는 말할 것도 없고 여러 번 와 본 이도 잊을 만하면 이곳을 찾곤 한다. 마천루의 도시 홍콩의 매력을 확인하는 데 빅토리아 피크만큼 확실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산 정상 아래 150m 지점에 있는 빅토리아 피크타워까지는 트램이 아니라 버스를 타기로 했다. 20분 남짓 버스 차창 너머로 전해지는 빅토리아 피크의 인상은 이전과 달랐다. 트램을 탔더라면 비스듬히 누운 빌딩과 나무의 기이한 모습에 취해 보지 못했을 울창한 타이핑산의 숨은 속살이 하나둘 포착됐다. 요새처럼 숨어 있던 건물들의 모습이 드러나고 산등성이를 휘감아 오르는 도로에서 바라본 주변 풍경은 지금 빅토리아 피크로 가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낯설었다.

빅토리아 피크는 영국의 지배가 본격화한 180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홍콩을 대표하는 부촌(富村)이다. 1842년 청나라와 영국이 난징조약을 맺은 뒤 홍콩을 주 활동무대로 삼던 부와 권력을 지닌 영국인들이 고온다습한 날씨를 피해 그나마 비가 적고 서늘한 빅토리아 피크에 거주지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빅토리아 피크가 있는 홍콩섬의 서쪽은 홍콩에서 강수량이 가장 적은 ‘비그늘(rain shadow)’ 지역이다. 섬 동남쪽 해안에서 시작된 비구름이 파커(Parker)산에 부딪혀 먼저 비를 뿌려 이곳까지 닿지 않기 때문이다. 재력이 풍부한 사업가와 유명 연예인, 유력 정치인, 고위 공무원이 주로 사는 이곳은 지금도 주택 매물이 나오기 무섭게 팔려 나간다고 한다.

부와 권력을 지닌 지배층의 화려한 일상 속엔 항상 힘없고 가난한 서민의 애환이 서려 있기 마련이다. 빅토리아 피크도 다르지 않다. 피크트램이 운행되기 시작한 1888년 전까지 이곳의 교통수단은 가마였다. 지금은 길이 정비되고 운동 삼아서라도 오를 수 있는 길로 바뀌었지만 당시엔 인적이 드물고 험했다. 이 길에서 가마꾼이 힘겹게 사람을 실어 나르고 받은 돈은 은화 1위안. 웬만한 가정의 석 달치 생활비에 맞먹는 큰 금액이었다. 워낙 일이 고되 골병이 들고 심지어 목숨을 잃기도 했지만 가난하고 힘없는 서민들은 또다시 가마를 지기 위해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루가드 로드 자연 전망대에서 바라본 홍콩

버스가 피크타워에 다다랐을 즈음 차창 밖으로 주유소가 눈에 들어왔다. 오후 4시를 전후로 둥지를 찾아가는 독수리떼를 볼 수 있다는 곳이다. 대략 지금이 몇 시인 줄 알면서도 손목시계를 힐끔 쳐다봤다. 막 오전 10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처음 나선 하이킹인 만큼 홍콩섬을 가로지르는 홍콩 트레일의 여러 코스 중 가장 부담이 작은 피크서클워크를 걷기로 했다. 산허리를 감싸는 루가드 로드와 할레크 로드를 연결한 이 산책로는 코스 대부분이 평지여서 초보자도 전혀 부담이 없을 거라는 여행 고수들의 추천도 적극 고려했다.

피크서클워크 입구는 피크타워를 등지고 오른쪽 좁은 골목길에 있다. 입구도 잘 보이지 않을뿐더러 길이 좁아 작정하지 않고 찾아 온 이들이라면 우연히 이곳에 발을 들이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골목길에 접어들기 전 잠시 눈길을 돌려 빅토리아 피크 최고 랜드마크인 피크타워를 바라봤다. 홍콩에서 가장 높은 428m 전망대가 있는 피크타워는 1972년 완공됐다. 중국식 프라이팬인 웍을 본뜬 독특한 외관은 1993년부터 4년간 진행된 리모델링 공사로 탄생했다. 낮에 바라본 피크타워의 인상은 달랐다. 그동안 수차례 찾은 피크타워를 이렇게 찬찬히 감상한 적은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동안 해 질 녘 트램을 타고 스카이테라스428 전망대에서 심포니 오브 라이츠 등 화려한 야경을 보고 밀랍인형 박물관인 마담투소 홍콩을 둘러보는 것만으로 여행의 포만감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피크서클워크의 첫 번째 구간이라 할 수 있는 루가드 로드 입구에 들어서자 폭 3m 남짓의 아담한 산책로가 산등성이를 타고 이어졌다. 경사진 곳 없이 잘 정리된 길은 굳이 등산화나 운동화로 무장하지 않아도 전혀 문제될 게 없을 정도로 무난했다. 열대우림을 연상케 하는 울창한 숲이 도시 풍경과 함께 좌우로 이어졌다. 100년이 넘은 길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벽을 타고 하늘로 치솟은 고목들이 기분좋은 그늘까지 만들어줬다.


10~15분쯤 지났을까. 깎아지른 아찔한 절벽과 함께 탁 트인 도시 전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홍콩의 도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뷰 포인트로 꼽히는 루가드 로드 전망대다. 발 아래로 형태와 높이가 제각각인 고층 빌딩들로 빈틈 하나 없는 빌딩 숲이 펼쳐지고 저 멀리 빅토리아 항구와 힘차게 물살을 가르는 배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직 걷히지 않아 시야를 가리는 안개도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 눈앞에 펼쳐진 항구도시 홍콩의 모습이 금방이라도 사라져 버릴까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화려한 도심 속 전쟁의 상흔 ‘파인우드 배터리’

피크타워를 기점으로 원점 회귀 코스인 피크서클워크는 길이가 3.5㎞다. 한 바퀴를 도는 데 1시간30분이면 족하다. 조명 등 정비가 잘돼 있어 야간 산책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 한눈에 봐도 여행객임을 알 수 있는 이들은 물론 지팡이를 짚고 여유로이 산책을 즐기는 백발의 노인 등 평범한 홍콩 시민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50분쯤 걸어 루가드 로드와 할레크 로드가 만나는 교차로에서 잠시 숨을 돌렸다.

다시 길을 나서며 할레크 로드를 통해 피크타워 뒤로 되돌아 가려던 계획을 바꿨다. 교차로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홍콩대로 이어지는 2.7㎞ 길이의 해튼 로드로 발길을 옮겼다. 모닝 트레일이라고도 부르는 이곳 역시 코스는 평이하지만 피크서클워크와 달리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곳곳에 숨어 있다.

루가드 로드가 선사한 감동을 뒤로 하고 해튼 로드로 하이킹 노선을 바꾼 건 옛 포병부대가 있던 파인우드 배터리를 보기 위해서다. 파인우드 배터리는 영국이 청나라를 견제하기 위해 1841년 설치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엔 일본군의 공격을 막기 위한 핵심 군사시설로 쓰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홍콩섬 남쪽에는 일본군의 공격에 대비해 17여 곳의 포대가 집중 배치됐다. 하지만 해안으로 공격해 올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일본군은 중국 선전을 지나 주룽(九龍)반도로 공격해왔다. 포대는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했고 홍콩은 1941년 12월 일본에 점령당했다.

지금은 포가 있던 터와 지휘소 역할을 하던 낡은 건물만 남아 있지만 건물 곳곳에 있는 탄흔에서 치열한 전투 현장의 긴박함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부대 운동장 앞에는 이중 벽 구조에 환기구를 갖춘 무기 저장고가 세월이 비켜간 듯 원래의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지금은 곳곳에 흩어져 있는 건물에 이끼와 풀이 무성해 많은 여행자의 관심을 끌지는 못하지만 울림은 결코 작지 않았다. 화려한 마천루의 도시 홍콩이 간직한 가슴 아픈 전쟁의 역사가 홍콩의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화려한 도시 야경의 전주곡 ‘해넘이’

해튼 로드의 끝은 홍콩대로 이어진다. 그러고 보니 해튼 로드를 지나면서 학생티 물씬 풍기는 젊은이들과 수차례 마주쳤다. 지나는 길에 그들에게 근처 맛집이라도 물어 볼 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빅토리아 피크 하이킹의 대미를 장식한 해튼 로드의 출구는 루가드 로드와 다를 바 없이 평범했다. 산책로 중간중간 발길이 닿는 곳마다 새로운 볼거리를 선사하던 것과 상반된 평범함에 마치 마법의 숲을 다녀온 착각마저 들었다.

갑자기 허기가 느껴졌다. 얼추 계산해 보니 2시간이 채 안 걸렸다.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치케이(池記)라는 꽤 유명한 로컬식당에서 완탄면을 먹었다. 침사추이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이 식당은 식사 시간이면 줄을 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식당에 자리를 잡고 먹음직스러운 새우를 곁들인 새우완탄면을 주문했다. 쌀로 만들었다는 완탄면 국수는 개인 취향에 따라 얇고 굵은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새우 풍미가 진한 완탄면 국물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담백했다. 노란빛의 국수는 혹시 덜 익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꼬들꼬들했지만 오독오독 소리와 함께 전해지는 식감이 색달랐다.

시간이 오후 5시에 가까워질 즈음 서둘러 침사추이 오션 터미널에 있는 하버시티로 향했다. 이곳에 지난 10월 말 홍콩에서 유일한 해넘이 전망대인 하버시티 터미널 데크가 개장했다는 얘기를 들은 터였다. 화려하지 않지만 깔끔하게 조성한 4층짜리 터미널 데크는 해넘이가 시작되기 전부터 인파로 북적였다. 홍콩의 해넘이는 생소했다. 고층 빌딩이 만드는 도시 야경이 워낙 유명한 것도 이유겠지만 습한 날씨가 잦아 시야가 밝은 날이 적은 탓에 해돋이나 해넘이가 그리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콩섬의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들어오는 하버시티 터미널 데크에서 바라본 해넘이는 기대 이상이었다. 곧 화려한 도시의 야경이 펼쳐질 것임을 전하는 전주곡 같았다. 자신의 소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듯 고층 빌딩 사이로 지는 붉은 태양은 잠시 저 멀리 빌딩 뒤로 몸을 숨기더니 이내 바다 아래로 자취를 감췄다. 그 모습이 어찌나 신기하던지 붉은 빛으로 물들었던 하늘이 짙은 어둠으로 바뀌고 나서야 비로소 홍콩섬의 화려한 스카이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여행정보

◆루가드 로드~해튼 로드(홍콩대)

루가드 로드 전망대에서 홍콩 야경을 감상하고 싶다면 늦어도 오후 3시 이전에는 출발해야 한다. 피크서클워크인 루가드 로드는 조명이나 도로 포장이 잘돼 있어 늦은 시간에도 무리가 없지만 해튼 로드는 늦은 시간엔 이용을 자제하는 게 좋다. 홍콩대에서 출발할 경우 오후 4시 이전에 출발해 해튼 로드~루가드 로드~피크타워로 이어지는 코스를 이용하는 게 좋다.

◆루가드 로드~할레크 로드~폭푸람 저수지

피크서클워크의 루가드 로드와 할레크 로드가 교차하는 하이웨스트 피크닉 에이리어에서 해튼 로드~홍콩대로 이어지는 코스 외에 루가드 폭포~피크룩아웃~폭푸람 저수지로 이어지는 코스도 추천할 만하다. 100년 전 가마와 가마꾼의 휴식처이던 석조 오두막 피크룩아웃을 지나 1860년 조성된 홍콩 최초의 저수지 폭푸람 저수지까지 가는 코스다. 홍콩섬의 남쪽 도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이 코스의 길이는 약 7㎞. 소요시간은 약 2시간30분.

◆교통편

빅토리아 피크타워까지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MTR 센트럴역 J2출구로 나와 가든 로드에 있는 빅토리아 피크트램(편도 32홍콩달러)을 이용하거나 MTR 홍콩역 A출구 앞 익스체인지 스퀘어 버스정류장과 센트럴 페리 선착장에서 15번 버스(9.8홍콩달러)를 타고 피크 갤러리아에서 내리면 된다.

홍콩=글·사진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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