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위안부》 유죄 판결은 맹목적 민족주의에 기댄 여론재판"

입력 2017-12-07 18:48   수정 2017-12-08 07:01

촘스키 등 국내외 석학 98명 "학문의 자유 질식" 우려

겐자부로·김우창·안병직 등 성명
박유하 교수 소송지원 모임 발족

"사상의 자유 막는 건 파쇼"
2심서 벌금 1000만원 선고는
"획일적 역사 강제하는 것" 비판

석학들 "유죄판결은 역사적 퇴행"
법조계 "여론에 휘둘린 무리수"



[ 성수영 기자 ]
“학문의 자유를 보장한 대한민국 헌법 조문은 듣기 좋은 수식일 뿐이고, 주류 집단의 이익이나 견해와 다른 모든 연구는 처벌 대상이 될 것입니다.”

놈 촘스키 매사추세츠공대(MIT) 언어학 명예교수,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등 국내외 지식인 98명이 《제국의 위안부》 소송과 관련해 한국에서 학문·사상·표현의 자유가 위협에 처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두 달 전 2심에서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유죄 판결받은 저자 박유하 세종대 교수의 소송도 지원하기로 했다. 《제국의 위안부》를 둘러싼 논쟁이 국제적 이슈로 부상한 모습이다.


◆국내외 석학 98명 성명 발표

‘제국의 위안부 소송 지원 모임’은 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발족식을 하고 “우리는 《제국의 위안부》에 대한 찬반과는 상관없이 박 교수에 대한 2심 재판부 판결이 학계와 문화계에 중대한 위기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는 김철 연세대 명예교수를 중심으로 학계 문화예술계 법조계 등에서 50명이 참여했다. 고종석 배수아 등 중견작가들도 성명에 동참했다.

48명의 해외 문화계와 학계 인사들도 우려를 밝혔다. 미국을 대표하는 진보지식인으로 꼽히는 촘스키 교수를 비롯 앤드루 고든 하버드대 교수, 존 트리트 예일대 명예교수 등 쟁쟁한 석학들이 동참했다. 일본에서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 대표적 여성학자 우에노 지즈코 도쿄대 명예교수, 지한파 경제학자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교수, 대표적인 진보지식인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등 저명인사들이 참여했다. 노르웨이 뉴질랜드 호주 대만 등지의 지식인들도 이름을 올렸다.

◆“맹목적 애국주의는 역사의 퇴행”

성명서는 특히 지난 10월27일의 서울고등법원 2심 판결을 비판했다. ‘재판부가 획일적인 역사 해석을 강요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당시 2심은 1심의 ‘무죄’를 뒤집고 유죄 판단과 함께 박 교수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은 사법부가 지나친 민족주의에 휘말려 ‘여론 재판’을 했다고 우려했다. 김영규 인하대 명예교수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빠져 있는 잘못된 민족주의를 반영한 판결”이라며 “사상의 자유까지 재판으로 막으면 파쇼나 다름없는 국가가 된다”고 강조했다. 강신표 인제대 명예교수는 “사법부는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박 교수에 대한 법률 지원을 결의한 법조인들도 2심 판결은 ‘무리수’라고 지적했다. 김향훈 변호사는 “재판부는 박 교수 견해와 세계적으로 알려진 여러 저작들이 다르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했다”며 “2심 판결문 여기저기에 논리적 오류가 산적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엔 보고서와 다르다는 점을 허위와 고의의 근거로 제시한 재판부 판단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위안부 지원단체들이 할머니들을 내세워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강 교수는 “일부 단체들이 할머니들을 부추기고 자신들이 갖고 있는 권력을 남용하면서 사회 전체가 박 교수 한 명을 집단적으로 비난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죄-무죄-유죄로 춤추는 재판

《제국의 위안부》는 2013년 8월 초판이 나올 때부터 논란의 대상이 됐다. 2014년 6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9명이 박 교수를 민·형사 고소하고 이듬해 11월 검찰이 박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재임 시절 군위안부 제도에 대한 일본 책임을 인정한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 등 국내외 지식인 380여 명이 당시 ‘한국 검찰이 학문과 출판의 자유를 억압한다’며 큰 우려를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역사 왜곡을 저질렀다’며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재판이 거듭될 때마다 박 교수의 ‘죄’는 없어졌다가 생겨나기를 반복했다. 2016년 1월 민사사건 1심 재판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박 교수는 총 9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형사사건 1심 재판부는 올초 박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1심의 판단을 뒤집고 유죄를 결정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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