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의 '파격 승부'… 임금 깎지 않고 법정 근로시간서 5시간 단축

입력 2017-12-08 17:35   수정 2017-12-11 13:14

신세계,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
신세계, 대기업 최초로 내년 1월부터 시행

"유통서 좋은 일자리 만들 것"
직원 근무시간 7시간으로 조정
생산성 향상으로 매출감소 돌파
직원 만족 높여야 고객도 감동

이마트 폐점, 밤 12시서 11시로
신세계백화점도 영업시간 단축 검토



[ 류시훈/안재광 기자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사진)이 또 한 번 도전에 나섰다. 신세계그룹에 속한 임직원 5만8800여 명에게 내년 1월부터 주 35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법정 근로시간인 주 40시간을 5시간이나 단축하는 실험이다. “성공과 실패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파격적이다.

정 부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유통업에서도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규 채용은 채용대로 할 계획이고, 이번 근무시간 단축은 기존 직원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휴식이 있는 삶’과 ‘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하겠다는 의미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담은 그동안 축적한 시스템과 지난 1년간 태스크포스(TF)가 시행한 시뮬레이션 분석 등을 통해 감내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담겨 있다.


“사람에 대한 투자는 비용이 아니다”

정 부회장은 가야 할 방향이라고 판단하면 결단하고 돌파하는 것을 즐기는 경영자다. 새로운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지난 6월 이마트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신세계 이마트가 멋진 이유는 항상 새로운 것을 먼저 시도하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성장해왔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두려움 없이 도전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다른 자리에서는 “유통업은 사람이 곧 설비이고, 사람에게 쓰는 돈이야말로 투자이기 때문에 이를 비용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며 “내부 고객인 직원들이 회사에 감동하고 사기가 올라야 자연스럽게 고객을 최고로 섬기게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그대로 실행에 옮긴 게 35시간 근로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파격적인 35시간제 실험도 정 부회장의 기질과 경영철학에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 직원이 많은 유통업의 특수성도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한 배경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마트 영업 1시간 줄이기로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이마트24 등은 내년부터 하루 근로시간을 8시간에서 7시간으로 줄인다. 이를 위해 점포 영업시간을 단축하기로 했다. 이마트는 145개 점포 중 밤 12시까지 영업하는 69개 점포의 영업시간을 1시간 단축하기로 했다. 서울 가양·영등포·목동·양재·구로·은평·월계·성수·왕십리·용산점 등이 해당된다. 이들 점포에선 2교대로 돌아가는 근무조의 퇴근시간이 한 시간씩 빨라진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 오전 출근조는 오후 5시까지, 오후 3시~밤 12시까지 일하는 오후 조는 밤 11시까지 근무한다. 밤 10시 또는 11시에 문을 닫는 점포들은 영업시간 단축 없이 근로시간만 7시간으로 조정할 방침이다.

13개 신세계백화점에는 조별 근무제를 새로 도입한다. 하루 7시간 근로시간을 맞추기 위해 현재 오전 9시30분 출근, 오후 8시 퇴근인 근로시간을 조별로 나눠 조정할 방침이다. 점포 사정에 따라 현재 영업시간(오전 10시~오후 8시) 단축도 검토 중이다. 편의점 이마트24의 2400여 개 점포 중에선 신세계가 직영하는 130개 점포에서 점장 및 정규직원에게 7시간 근무 원칙을 적용하되 필요하면 연장근무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마트와 백화점 등에서 영업시간이 단축되면 자연스럽게 협력업체에서 나온 판매사원의 근로시간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근로시간 줄어도 임금 오른다

국내 대기업 대부분은 근로시간 단축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섣불리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노사가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데 따른 임금 하락, 생산성 제고 등의 이슈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세계는 근로시간을 줄이더라도 임금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기존처럼 매년 임금이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세계는 매년 사원 과장 부장 팀장 임원 등 직책에 따른 임금 인상 범위를 노사 합의를 통해 결정한 뒤 계열사별로 적용하고 있다. 근로시간이 주당 5시간 줄어드는 내년에도 이런 절차를 거쳐 임금을 인상할 방침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일하는 시간이 줄면 임금이 줄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지만 회사가 그 정도의 비용과 부담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 2년간 준비

신세계는 ‘임금 하락 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도입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생산성을 높이는 작업을 해왔다. 이마트 매장 뒤쪽에서 이뤄지는 후방작업을 줄인 게 대표적이다. 축산물의 경우 물류센터에서 해체 작업부터 포장까지 전부 한 뒤 매장으로 보내는 비중을 높였다. 과거엔 개별 점포에서 이런 작업을 대부분 했다. 매장 직원들은 물류센터에서 온 축산물을 진열만 하면 돼 업무 시간과 강도가 확 줄었고, 비용도 절감됐다.

신세계는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출퇴근 시간을 준수하고 불필요한 회의를 최소화할 예정이다. 근무시간 중 사적인 일을 하지 않도록 사내 캠페인도 전개할 계획이다.

다른 기업들 “검토조차 못 해본 방안”

롯데 현대백화점 등 다른 유통 대기업은 35시간 근무제는 검토조차 못 해본 내용이라는 반응이다. 유통업이 대부분인 신세계와 달리 롯데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 내엔 제조업체가 적지 않다. 롯데는 롯데케미칼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등 40여 개 제조 계열사를 두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가구 사업을 하는 현대리바트, 특장차 제조사인 에버다임, 패션기업 한섬 등이 있다.

이들 제조업체는 현재 주 68시간인 최장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에도 반대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휴일근무, 연장근무가 많고 임금 수준이 비교적 낮은 유통업의 특성 탓에 근무 여건이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다”며 “신세계의 근로시간 단축은 유통업 일자리의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류시훈/안재광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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