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생민의 영수증·비밀의 숲… 2017년 방송 '현실'을 파고들다

입력 2017-12-25 17:25  

"이게 실화냐" 현실과 만난 예능
현명한 소비 제시한 KBS '김생민의 영수증'
'짠돌이 재테크' 열풍 일으키며 정규 편성
tvN '짠내투어' 판타지와 현실 적절히 조화

사회 비리 파헤친 드라마 열풍
tvN '비밀의 숲' KBS '마녀의 법정'…
법조 비리·성범죄 등 현실성 있는 소재로 인기
대중이 더 쉽게 공감하고 통쾌함까지 느껴



[ 김희경 기자 ]
“지금 저축하지 않으면 나중에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한다.” “1+1 상품에 현혹되지 마라. 안 사면 100% 할인이다.”

일상에서 부모나 지인으로부터 들을 법한 얘기다. 고리타분한 잔소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개그맨 김생민이 KBS 예능 ‘김생민의 영수증’에서 한 이 말들은 방송가에서 큰 화제가 됐다. 김생민은 시청자가 보낸 영수증을 보며 소비 패턴을 직접 분석한다. “스튜핏(stupid)!” “그뤠잇(great)!” 등 유머 섞인 멘트와 함께 말이다. 지난 8월 KBS가 파일럿 형식으로 방영한 이 프로그램은 ‘짠테크(짠돌이+재테크)’ 열풍까지 불러일으켰다. 지난달 일요일 아침 시간에 정규 편성된 뒤엔 취약 시간임에도 시청률이 5%대에 육박했다.

2017년 올 한 해 방송들은 ‘현실’ 속으로 들어왔다. ‘김생민의 영수증’처럼 대중의 일상에 가까워진 예능이 잇따라 제작되고, ‘비밀의 숲’ 등 현실을 깊이 파고든 드라마도 등장했다. 방송이 현실을 잊게 하는 게 아니라 현실과 적절히 조우하는 방식으로 전환된 것이다. 대중은 이를 통해 더 쉽게 작품에 공감하고 통쾌함까지 느낀다.


각자도생의 시대, 현실과 조우한 예능 인기

‘김생민의 영수증’에선 구체적인 재테크 상담까지 이뤄진다. 상담을 의뢰한 시청자는 자신의 나이부터 직업, 소득, 대출 내역 등을 낱낱이 밝힌다. 김생민이 하는 조언도 마찬가지다. “생수는 집에서 준비해 가야 한다”는 사소한 조언부터 “한 달에 90만원의 부가 수입을 창출하지 못하면 대출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등 개인별 맞춤 해결책까지 제시한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분수에 맞지 않게 ‘욜로(You live only once·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족이 되려다 ‘골로족’이 됐다는 우스갯소리와 함께 알뜰 소비족이 등장하면서 절약을 강조하는 콘텐츠도 화제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tvN의 예능 ‘짠내투어’ 등 판타지와 현실을 조합한 프로그램도 인기다. 이 방송은 무작정 돈을 쓰며 즐기는 기존의 여행 프로그램들과 다르다. 개그맨 김생민, 박나래 등이 저렴한 숙소와 먹거리 중심으로 직접 여행을 설계하고 체험한다. 여행이 주는 판타지는 그대로 살리면서도 대중이 실제로 적은 비용으로 여행할 수 있는 팁을 제공한다. 이 방송은 지난 23일 3.6%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각자도생의 시대에 현실의 어려움을 능동적으로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데 이에 따라 욜로 현상이 먼저 발생하고 반대급부로 김생민 열풍이 분 것”이라며 “둘 다 양상은 다르지만 노력해도 잘 바뀌지 않는 현실로부터 발생한 트렌드라는 점은 같다”고 설명했다.


‘비밀의 숲’ 등 드라마, 비리를 파고들다

지난해 말 ‘도깨비’ 등 판타지 열풍이 강하게 분 것과 달리 올해엔 현실의 비리를 적나라하게 파헤친 드라마가 많았다. 지난 6~7월 방영된 tvN의 ‘비밀의 숲’이 대표적이다. 여기에도 판타지적 요소는 들어가 있다. 뇌수술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황시목 검사(배우 조승우)가 등장한다. 그런데 이는 오히려 권력층과 법조계 부패를 직시하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이 작품을 쓴 이수연 작가는 “정상적인 사람이 감정 없는 사람보다 못한 모습으로 많이들 살아가는 현실을 비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로 성범죄를 다룬 드라마도 등장했다. 지난 10~11월 KBS에서 선보인 ‘마녀의 법정’이다. 검사들이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파헤치는 내용이다. ‘비밀의 숲’은 7%, ‘마녀의 법정’은 14%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정 평론가는 “현실의 부조리를 청산하고자 하는 대중의 욕망은 계속해서 누적돼왔다”며 “이 드라마들은 대중의 그런 욕망을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앞으로도 이런 작품이 많이 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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