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선 샘표식품 사장 "샘표의 72년 노하우로 만든 '요리 에센스'… 글로벌 매출 1조 자신"

입력 2018-01-09 17:31   수정 2018-01-10 06:57

도전 2018, CEO 릴레이 인터뷰 (7)

20년 간장공장 샘표를 발효 R&D기업 탈바꿈
매출 4~5%를 연구비로

'연두'로 한식 세계화 발판
콩 발효 100% '요리 에센스', 어떤 음식에도 잘 어울려
글로벌 소스 시장 도전장 "발효 전문 바이오기업 될 것"



[ 김보라/이유정 기자 ]
샘표는 올해 72돌을 맞은 장수 식품기업이다. 전통 발효식품인 간장 된장 등 장류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샘표의 연구개발(R&D)비 비중은 매출의 4~5%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식품업계 평균이 1% 이내인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다. 간장 공장에 머물던 회사를 이처럼 R&D 중심의 식품회사로 탈바꿈시킨 이는 3세 오너 경영인인 박진선 샘표 사장(67)이다. 박 사장은 1997년 취임 직후부터 회사 체질개선에 나섰다. 그가 경영을 맡은 지 21년. 샘표는 올해 순식물성 콩 발효액인 ‘요리 에센스 연두’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샘표는 올 상반기 미국 뉴욕 맨해튼에 연두 전문 스튜디오를 열고 우리 맛 알리기에 나선다. 박 사장은 “전통 장을 연구해온 70년 노하우를 담아 올해 세계 무대에 본격 진출한다”며 “한식 세계화에 최적화된 요리 에센스 ‘연두’만으로 10년 내 연매출 1조원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올해를 글로벌 진출의 원년으로 삼은 계기가 있습니까.

“샘표는 전통 장을 수십 년 연구했습니다. 우리 비전은 ‘우리 맛으로 세계인을 즐겁게 하는 것’입니다. 해외 한인시장이 아니라 현지 프리미엄 미식시장에서 승부하기로 했습니다. 몇 년 전 세계 최초의 요리과학연구소인 스페인 알리시아연구소와 공동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유명 셰프들에게 한국 전통 장과 요리 에센스 연두를 알렸고, 반응이 엄청났습니다. ‘마법의 물’로 통했죠. ‘한식이야말로 채식을 가장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음식’이라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올해 본격적으로 글로벌 프리미엄 미식시장에 도전해도 되겠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올해 대표이사 취임 21년째입니다. 어떤 성과가 있었나요.

“1997년 취임 당시 샘표는 간장 공장이었습니다. 전자공학, 철학 공부하다 회사를 맡았으니 경영자로는 바닥부터 시작한 셈이죠. 당시 직원 200명 중 90%가 생산직이었고 대졸자는 6명쯤이었습니다. 매출은 600억원 수준이었어요. 더 이상 성장은 어렵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두 가지 목표를 잡았습니다. 첫째는 R&D 중심 기업이 될 것. 둘째는 글로벌 회사로 키울 것. 지금은 직원 700여 명 중 생산직이 200명도 채 안 됩니다. 마케팅과 연구원이 대부분입니다. 매출은 2500억원이 됐죠. 이런 변화 속에서 전통 장의 뿌리를 지키자는 샘표의 창업정신은 지켰습니다.”

▷샘표가 발효과학 연구소가 됐다고들 합니다.

“2013년 충북 오송에 ‘샘표 우리발효연구중심’ 연구소를 세웠습니다. 연구소를 지을 당시 사람들이 다 미쳤다고 했습니다. 매출 2000억원짜리 간장 회사가 300억원을 들여 연구소를 짓는다고 했으니까요. 하지만 통합 연구소 없이는 연구원도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고 계속 자기 분야에서 헤맬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20~30년 전만 해도 아무거나 만들어 팔면 팔렸죠. 지금은 1등만 살아남습니다. 세상에 없던 게 절실합니다. 요리 에센스 연두는 그래서 나왔습니다”

▷1조원 매출 달성의 구체적 계획이 무엇인가요.

“연두는 100% 천연 콩 발효액으로 요리의 풍미를 살려주는 기능을 합니다. 다시다와 각종 천연조미료가 양분하고 있던 조미료 시장에 2012년 순수 발효액이라는 새로운 제품군으로 등장했고, 5년 만에 180억원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장 특유의 향이나 강한 맛이 사라져 거의 모든 종류의 요리에 쓸 수 있는 게 핵심입니다. 연두는 작년 12월부터 미국 프리미엄 고메숍 8곳에 입점했고, 홀푸드와 웨그먼 등 대형마트에 정식 론칭할 예정입니다. 올 4월 뉴욕 맨해튼에 연두의 단독 스튜디오도 열어 프리미엄 시장을 두드릴 계획입니다.”

▷신제품 출시는 더딘 편입니다.

“실적을 내놓으라고 닦달하면 ‘미투 제품’밖에 안 나옵니다. 이제 그런 방식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R&D에 투자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우리만의 것’을 개발하기 위해서죠. 연두도 갑자기 나온 게 아닙니다. 2001년 세계 최초로 콩만을 발효해 전통 한식 간장의 대량 생산화에 성공, 맑은 조선간장을 출시한 게 씨앗이 됐습니다. 기존 양조간장은 콩과 소맥을 원료로 하지만 한식 간장은 콩만 발효해 만드는 신기술이 적용됐어요. 이를 업그레이드하면서 연두가 탄생한 것입니다. 입사하고 10년 만에 첫 결과물을 내놓는 연구원도 있을 정도로 속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노사분규가 한 차례도 없었는데 비결은.

“샘표의 기업문화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시절부터 쌓아온 것입니다. 할아버지는 ‘직원은 가족이고,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철학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1950년대에 주부사원을 고용한 것도 파격이었죠. 당시 기혼 여성이 직장을 다니는 일은 흔치 않았는데, 집집마다 찾아가는 1 대 1 마케팅을 펼쳐 샘표간장을 업계 1위로 올려놨습니다. 1960년대부터 비정규직 사원은 거의 없어요. 1970년대부터 회사의 재무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오후 5시30분 ‘칼퇴근’도 지키고 있습니다.”

▷젓가락 면접, 요리 면접 등으로 인재를 뽑는다고 하는데요.

“기업은 남들보다 앞서가야 하지만 원칙과 기본이 몸에 밴 인재가 가장 중요합니다. 젓가락질은 어려서 부모에게 배우는 것이죠. 젓가락질을 못한다고 떨어지지 않습니다. 연습할 시간을 주고 노력하는 사람을 뽑습니다. 요리 면접도 재료를 주고 4~5명이 팀을 이뤄 요리하는 과정을 실무진이 지켜봅니다. 단체로 요리를 하다 보면 각각의 성격이 다 드러납니다.”

▷장수 식품회사로서 한식 세계화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봅니까.

“과학적 접근입니다. 한식은 전통과 효능에 비해 과학적 데이터나 기록물이 거의 없었습니다. 일본식 양조간장을 간장의 맛으로 알고 있는 게 현실이죠. 미식이 발달한 유럽 국가에선 셰프들이 자신을 예술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셰프를 기능공으로 여기죠. 예술가는 요리라는 작품을 내놓고 사람들의 평가를 받습니다. 이런 문화가 조성되려면 셰프들이 한식 식재료의 기초적인 지식과 데이터를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샘표의 청사진은 무엇입니까.

“20년 전, 10년 전과 지금이 완전히 다른 것처럼 앞으로 10년 뒤에 전혀 다른 기업이 돼 있을 겁니다. 10년 뒤엔 바이오기업이라 부를 수도 있겠죠. 미국 샌프란시스코 바이오 벤처들이 온통 식품 연구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제약에 빠져 있던 회사들이에요. 발효는 확장성이 뛰어납니다. 미생물이나 줄기세포만으로 완전히 새로운 먹거리를 생성해낼 수 있습니다. 참치를 잡지 않고도 줄기세포를 배양해 키워내고, 미생물을 키워 계란 흰자만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발효는 무궁무진한 변신이 가능한 분야입니다.”


■ 박진선 사장은
제조 중심서 R&D 중심 변신… 20년간 전통 장 세계화 노력

박진선 사장은 장수 식품기업 샘표의 고(故) 박규회 회장 손자다.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장과 상장회사협의회장을 지낸 고 박승복 회장이 아버지다. 샘표식품은 1946년 시작됐다. 함경도에서 서울로 내려온 창업자 박규회 회장이 충무로 대한극장 건너편에서 일본인이 운영하던 작은 소스 공장을 인수한 것이 모태다.

박 사장은 경기고와 서울대를 나왔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전자공학 석사를 받고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 시절에는 음악 활동에 빠져 4인조 록밴드 ‘레이니 포’에서 베이스를 맡기도 했다. 미국에서 철학 강의를 하다 부친의 권유로 1997년 가업을 이어받았다.

취임 후 20년간 한식과 전통 장류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했다. 7개 한국 소스를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음식에 접목해 150개 요리법을 개발했다. 제조 중심이던 샘표는 그가 경영을 맡은 뒤 연구개발(R&D) 중심 회사로 변했다. 2013년 오송에 통합 연구소인 ‘우리발효연구중심’을 세웠다. 한식 세계화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박 사장은 매년 매출의 약 5%를 R&D에 투자하고 있다. 미래를 위한 투자다. 한국 전통의 발효와 장 문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장 프로젝트’를 2010년부터 하고 있다. 우리의 맛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우리맛 연구’도 2016년부터 시작했다. 세계 최초 요리과학 연구소인 스페인 알리시아연구소와 협업해 전통 장을 각국 유명 셰프에게 알리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샘표가 R&D에 많이 투자하는 이유는 회사에 깊게 뿌리 내린 ‘모험의 DNA’ 때문이기도 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샘표는 최초의 캔커피, 최초의 CM송, 최초의 네온사인 광고, 최초의 PET용기 도입 등 ‘최초 기록’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샘표는 지금 남아 있는 국내 상표 중 가장 오래됐다.

▷1950년 서울 출생
▷1973년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1979년 스탠퍼드대 전자공학 석사
▷1988년 오하이오주립대 철학 박사
▷1997년 샘표식품 대표이사
▷2008년 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
▷2011년 국제한식문화재단 이사
▷2016년 제16회 식품안전의 날 나트륨 저감 공로 표창 수상
▷2017 HDI인간경영대상 지속가능 부문 대상 수상

김보라/이유정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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