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식민지 풍파 견뎌낸 '천년의 역사'… 유럽식 건축 양식의 이국적 풍경 '물씬'

입력 2018-02-11 14:47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이 추천하는 여행지

베트남 하노이

물의 도시·호수의 도시 하노이
밤 조명에 비친 호안끼엠 호수는
노부부·연인들의 산책코스 인기

인력거와 비슷한 씨클로에 몸 싣고
뒷골목 속으로 사라지는 관광객

담백한 쌀국수·덤플링 '별미'
오바마도 감탄한 '분짜' 꼭 맛보길

콩 카페에서 코코넛 커피를
화덕피자에 맥주 '금상첨화'



두 강 사이에 있는 도시라는 뜻의 하노이는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유서 깊은 도시다. 하노이는 베트남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다. 남쪽에 있는 베트남의 가장 큰 도시인 호찌민시(사이공)가 상업 중심지라면 하노이는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천년의 역사를 이어오기까지 하노이는 여러 나라의 식민지를 거치는 시련을 견디며 묵묵히 베트남의 수도 역할을 지켜냈다. 그런 역사적 흔적과 함께 하노이 곳곳에서는 이국적인 풍경을 발견할 수 있다. 마치 유럽의 어느 도시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건축 양식과 중국과 일본의 문화적 영향을 거친 많은 흔적. 11세기 리 왕조 때 조성된 구시가지에서 가장 베트남다운 분위기를 느끼기까지. 하노이는 베트남의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시간을 차곡차곡 보여주는 낭만의 도시다.


하노이의 가장 오래된 성 요셉 성당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택시 안에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오토바이가 옆을 스쳤다. 어쩌다 눈이라도 마주칠 때면 수줍은 듯 먼저 인사를 건네는 그들의 모습에서 오랜 친구 같은 정(情)이 느껴진다. 먼지가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오래된 간판들, 오토바이의 날 선 경적, 건물 외벽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뜻을 예측할 수 없는 활자가 인쇄된 전단, 인도 위의 목욕탕 의자들 그리고 거기에 앉아 식사를 하는 사람들, 미로같이 얽혀 있는 골목. 이 모든 이국적인 풍경에 매료돼 나는 지금 하노이에 와 있다.


하노이의 옛 모습을 가장 많이 간직한 구시가지에 다다르자 농라(베트남 전통 모자)를 쓴 자전거를 끌고 가는 여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자전거 앞뒤로는 채반 가득히 과일이 실려 있고, 여인은 주변 오토바이의 아찔한 움직임에도 전혀 움츠러들지 않은 채 걷고 있다. 그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그리고 비로소 여기가 베트남이라는 걸 실감한다. 그렇게 얼마간 창밖 너머로 계속되는 낯선 풍경에 마음을 빼앗겼다. 어느덧 택시는 머무를 숙소 앞에 다다랐다. 바퀴가 멈추고 두 발이 땅에 닿는 순간! 여행은 시작됐다. 덥고 습하기만 할 것 같던 베트남에도 선선한 바람이 부는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 찾아온다. 11월에서 3월 사이, 한국의 초가을 날씨를 떠올려도 좋을 상쾌한 공기가 하노이에 머문다.


숙소에서 성 요셉 성당까지 도보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를 1시간이 훌쩍 넘겨 도착했다. 골목골목 흥미로운 일들이 많았다. 시원한 하노이의 날씨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 마치 서울 삼청동을 떠올리게 하는 아기자기한 분위기에 스며들어 이것저것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부족해 어느새 팔목에는 여러 개의 봉지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그렇게 정신없이 구시가지를 걷던 중 유난히 사람들이 복작거리기 시작하더니 눈앞으로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성당이 확 다가왔다. 검게 그을린 성당의 외벽에는 도시의 오래된 기억들이 차분하게 쌓여 있는 듯하다.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영감을 받아 1886년에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성 요셉 성당은 하노이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다. 100여 년에 걸친 프랑스 식민지 시절을 거쳐 하노이 시민들의 만남의 광장이 되기까지 이 자리를 지키며 많은 이야깃거리를 간직하고 있으리라. 그 과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기라도 하듯 오래되고 웅장한, 게다가 성스럽기까지 한 이 성당 주변으로는 예쁜 상점들과 분위기 좋은 카페와 식당이 모여들었다. 그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이 오래된 건물은 외롭지 않겠다.


호수의 도시 하노이, 호안끼엠 호수

성 요셉 성당에서 한참을 보내고 나니 방금 전까지는 느끼지 못했던 습한 공기가 몸에 감겨 왔다. 호수가 근처에 있다고 신호를 보내는 듯했다. 미로와 같은 골목을 요리조리 빠져나오니 어느새 탁 트인 호숫가 앞에 다다랐다. 하노이는 물의 도시이자 호수의 도시로 불린다. 하노이의 뜻이 두 강 사이의 도시라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말이다. 하노이에는 강이 범람해 만들어진 호수만 300개에 달한다. 그중에서도 하노이 사람들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는 호수는 호안끼엠 호수다. 어둑해진 주변을 밝히는 호안끼엠 호수의 반짝거리는 불빛들이 오늘 하루는 어땠냐고 말을 건네는 듯하다. 밤이 오기만을 기다린 호안끼엠 호수 주변으로 많은 사람이 모인다. 폭 200m, 길이 700m의 이 호수를 감싸고 있는 가로수를 따라 산책하는 노부부의 모습, 벤치 옆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호숫가에 앉아 간식을 먹는 연인 그리고 친구와 놀러 나온 젊은이들. 구시가지의 복잡한 모습과는 달리 조용하고 여유로운 하노이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하게 된다.


호수를 걷다 보면 붉은 조명으로 반짝이는 테훅(The Huc)이라는 붉은색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호수 안에 있는 작은 섬으로 연결된 이 다리를 건너면 1865년에 지어진 응옥선 사당으로 갈 수 있다. 이 사당에서는 문, 무, 의 세 성인을 기린다. 학문의 신 반쓰응, 13세기 몽고족을 무찌른 쩐흥다오 장군, 의학의 신이라는 라또가 모셔지고 있다. 사당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1968년 호안끼엠 호수에서 잡혔다는 몸무게 290㎏, 길이 2m의 거대한 거북이 박제가 전시되고 있다. 호수 위에 떠 있는 작은 사당을 나와 이곳을 등지자 인력거와 비슷한 씨클로가 줄지어 대기 중이다. 이리 오라며 손짓하는 운전자의 부름에 호기심이 발동한 관광객들이 주 고객이다. 호객에 성공한 씨클로 한 대가 무리를 나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씨클로는 오토바이 물결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하노이를 잊을 수 없는 맛

◈담백한 맛의 분보남보(Bun Bo Nam Bo)

파란색 간판에 흰색 글씨로 크게 분보남보라고 적혀 있다. 그것도 모자라 직원 한 명이 가게 앞에 나와 여기가 ‘분보남보’라며 친절하게 안내한다. 이곳의 쌀국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육수를 우려낸 진한 국물의 쌀국수가 아니다. 담백한 맛의 샐러드 비빔국수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쌀국수 위로 올려진 숯불 향 가득 머금은 소고기와 마늘 플레이크, 땅콩, 채소를 소스와 함께 잘 비벼주면 된다. 그리고 쌀국수와 함께하면 좋은 별미인 덤플링 케이크를 곁들여 보자.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튀긴 이 빵이 여행 내내 떠오를 거다.


◈오바마가 감탄 분짜 흥리엔(Bun cha Huong Lien)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시절 찾아 유명한, 일명 오바마 분짜집으로 통하는 이 식당은 하노이의 대표 음식인 분짜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분짜란 새콤달콤한 맛의 느억맘 국물에 숯불 돼지고기와 쌀국수를 적셔 먹는 요리다. 숯불 향이 입안 가득 퍼지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배시시 새어나올 것이다. 또한 이곳의 스프링롤은 크기가 주먹만 해 놀랍다. 분짜와 스프링롤을 먹으며 조금 느끼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오바마 전 대통령의 주문 메뉴였던 오바마 세트를 주문해 맥주와 함께 요리를 즐겨보자. 분짜를 먹기 위해 하노이를 간다 해도 충분히 이해가 될 정도다.

◈ 코코넛 커피가 일품 콩 카페(Cong Caphe)

하노이 구시가지의 골목 골목을 걷다가 잠시 휴식이 필요할 때면 어김없이 찾게 되는 곳. 달콤한 코코넛 스무디에 커피를 곁들인 코코넛 커피는 마셔도 마셔도 질리지 않아 신기할 따름이다. 공산주의 베트남 군인이 떠오르는 카페 분위기는 이곳의 콘셉트다. 구시가지에만 해도 5개가 넘는 콩 카페가 포진해 있어 찾아가는 재미도 있다. 특히 성 요셉 성당 앞에 있는 콩 카페를 추천한다. 이곳 창가에서 내다보는 성 요셉 성당 주변의 풍경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 화덕 피자의 맛 피자 포피스(Pizza 4P’s)

베트남까지 와서 피자를 맛본다고 하면 조금 어리석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곳만큼은 꼭 가봐야 할 곳임에 틀림없다. 다양한 종류의 화덕 피자를 맛볼 수 있는 피자 포피스는 단돈 1만원이면 두 가지 맛을 골라 먹을 수 있는 화덕 피자 한 판과 맥주 두 잔을 주문할 수 있다. 게다가 멋스러운 분위기까지 더해져 하노이 여행 중 한 번쯤은 방문하게 될 것이다.

하노이= 글·사진 이상현 부사무장

shlee135c@flyasia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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