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상장폐지 13년' 지누스… 1兆 기업으로 다시 서다

입력 2018-04-01 18:12   수정 2018-04-02 07:18

외환위기로 몰락 '텐트 왕국'
매트리스 아마존 판매 1위
노사 똘똘뭉쳐 재상장 준비

매트리스 압축포장 배송… 美서 선풍적 인기



[ 이고운 기자 ] ▶마켓인사이트 4월1일 오후 3시50분

침대 매트리스 제조회사 지누스의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지난달 29일. 이윤재 지누스 회장(70)이 경기 성남시 정자동 킨스타워에 마련된 주총장에 나타나자 장내가 술렁였다. 이 회장이 주총에 등장한 건 지누스가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폐지된 2005년 이후 13년 만이었다. 그는 이날 재상장 추진을 공식 선언했다. “오랜 기간 기업 정상화를 기다려준 주주들에게 감사드리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상장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이 회장의 말에 주주들은 힘찬 박수로 화답했다.

상장사엔 ‘사형 선고’와 다름없는 상장폐지의 아픔을 딛고 조(兆) 단위 기업가치의 기업공개(IPO) 기대주로 부활한 지누스의 재기 드라마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79년 설립돼 한때 세계 텐트 시장의 40%를 차지하며 승승장구하던 이 회사는 외환위기의 충격파를 견디지 못하고 2004년 법원에 화의(채권단 공동관리)를 신청했다. 이듬해 상장폐지됐고, 생존을 위해 주력이던 텐트사업은 미국계 사모펀드(PEF)에 매각해야 했다.


이 회장과 직원들은 기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매트리스사업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텐트사업을 통해 축적한 압축포장기술로 매트리스를 상자에 담아 미국 전역에 배송하면서 입소문을 탔고,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에 입점하면서 날개를 달았다. 지누스는 현재 아마존 매트리스 부문 판매 1위 업체다.

지누스의 전신은 봉제업체인 진웅이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이윤재 회장이 무역투자진흥공사(현 KOTRA)를 나와 1979년 창업했다. 진웅은 텐트 제작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 뒤 연평균 50% 이상 성장했다. 한때 세계 텐트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정보기술(IT), 광통신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과정에서 외환위기가 터지며 ‘텐트 왕국’의 몰락이 시작됐다.

생사의 기로 속에 이 회장과 임직원들은 머리를 맞댔다. 고심 끝에 던진 승부수가 매트리스였다. 세계 텐트 시장을 주름잡던 기술과 실력이라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새 사업에서 판로를 개척하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침구류 전문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판매로 근근이 버텼다. 2011년엔 중국 공장에 불이 나 또 한번 큰 위기를 맞았다.

부활의 전기를 마련한 건 2014년. 지누스는 아마존 월마트닷컴 등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미국 온라인쇼핑 시장을 겨냥해 매트리스 부피를 5분의 1 이하로 줄이는 압축 포장기술을 독자개발했다. 매트리스를 압축한 뒤 상자에 담아 미국 전역에 택배로 배달했다. 포장을 풀면 저절로 매트리스가 펴지는 광고 동영상도 입소문을 탔다. 지누스의 혁신적인 배송 전략은 ‘침대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는 것’이란 통념을 깨며 돌풍을 일으켰다.

지누스는 거실과 주방 가구 사업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2월 출시한 소파는 이미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지누스는 지난해 매출(잠정) 6028억원에 영업이익 875억원, 순이익 452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보다 76%, 영업이익은 7%가량 늘었지만 순이익은 소폭 줄었다. 이 회장은 “지난해 폴리우레탄 원료인 톨루엔디이소시아네이트(TDI) 등의 가격이 급등해 일시적인 타격이 있었다”며 “오른 원재료 비용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지 않아 순이익은 줄었지만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성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NH투자증권을 상장주관사로 선정한 지누스는 기관투자가 사이에서 올해 가장 기대되는 기업공개(IPO) 기업으로 꼽힌다. 지누스의 기업가치는 장외주식시장인 K-OTC에서 약 1조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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