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에 박힌 값 비싼 아파트 NO… 개성 가득 협소주택에 살어리랏다

입력 2018-04-03 18:37  

서울 남산 아래 후암동 등 노후 단독주택 밀집지역
자투리땅 활용 협소주택 바람
30~40대가 주요 수요층

건축비 3.3㎡당 600여만원… 대지 66㎡기준 6억~7억원대



[ 양길성 기자 ] 서울 용산구 후암동의 한 골목. 서울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낡은 단독·다세대주택 사이에 성냥갑을 세워놓은 것 같은 집 한 채가 눈에 띄었다. 땅 넓이는 62㎡밖에 안 되는데 높이는 4층이다. 벽엔 크고 작은 창문 열댓 개가 벌집처럼 뚫려 있다. 그 건물 바로 뒤편에는 비슷한 모양의 건물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인근 리치공인의 장세일 실장은 “지난달 나온 지 이틀 만에 팔린 땅에 협소주택이 올라가고 있다”며 “협소주택용 땅을 사기 위해 10여 명이 대기 중”이라고 전했다.

서울 노후 단독·다세대주택 밀집지역에 ‘협소주택 바람’이 불고 있다. 협소주택은 60㎡ 안팎 땅에 3~4층 높이로 지은 건축물이다. 대지 면적은 좁지만 용적률을 200% 가까이 올려 사용 공간을 넓힌 게 특징이다. 주로 도심 자투리땅을 활용해 짓는다.

일본이 원조인 협소주택은 우리나라에서 5~6년 전 모습을 보였다. 후암동에 협소주택을 지어온 공감건축의 이용의 소장은 2012년부터 협소주택을 설계했다. 아파트, 빌라 등 공동주택 일색인 도심에 색다른 주택을 제공하고 싶어서다. 그는 지난해 50채가 넘는 협소주택을 지었다. 지금까지 설계한 작품의 70%가 협소주택이다. 이 소장은 “4년 전에 비해 설계 의뢰가 3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26번째 협소주택이 지어지고 있는 후암동 일대 중개소엔 협소주택을 짓기 위해 낡은 빌라나 단독주택을 사려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매수세에 비해 협소주택을 지을 만한 소규모 부지는 적어 거래는 드문 편이다. 후암동 L공인 관계자는 “최근 2~3년간 협소주택이 하나둘 세워지면서 상담 전화가 1주일에 서너 통씩 오고 있다”며 “후암동에 최근 들어선 신축 주택 38가구 중 25가구가 협소주택”이라고 전했다.

2014년 이후 서울 아파트값과 전셋값이 치솟자 협소주택 바람이 더 강해졌다고 일선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과 협소주택을 짓는 비용이 비슷해서다. 협소주택 건축비는 연면적 기준으로 3.3㎡당 600만~700만원이다. 대지면적 66㎡ 기준으로 서울 강북권에선 6억~7억원 선에 지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협소주택을 설계하는 임병훈 홈스타일토토 소장은 “서울 강북 아파트를 살 돈이면 협소주택을 충분히 짓고도 남는다”며 “전셋값마저 오르자 작은 땅을 사서 내 집을 짓겠다는 수요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현창용 아키텍츠H2L 소장은 “젊은 세대는 획일적 공간에서 벗어나 개성 넘치는 주택을 갖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하다”며 “협소주택의 주 수요층이 30~40대”라고 전했다.

그러나 장애물도 적지 않다. 도심에 자투리땅이 많지 않고 건축법도 까다롭다. 현행법상 인접 도로 폭이 4m 이상인 곳에서만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옆 건물과는 50㎝ 이상 거리를 띄워야 한다. 이런 규정을 다 준수하다 보면 협소주택 연면적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용의 소장은 “건물이 작든 크든 똑같은 규제를 적용한다”며 “대규모 개발과 소규모 개발 간 차별화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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