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앞으로 다가온 北·美 담판… '비핵화 언제·어떻게' 최대 쟁점

입력 2018-04-29 17:45  

'4·27 판문점 선언' 이후
앞당겨지는 북·미 정상회담

예상되는 5대 쟁점 짚어보니



[ 박수진 기자 ] 남북한 정상회담이 끝나자 세계의 관심이 북·미 정상회담으로 쏠리고 있다. 남북 정상이 지난 27일 ‘판문점 선언’을 통해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 선언, 평화협정 체결 추진’이라는 큰 방향에 합의했지만 ‘어떤 방식으로, 언제까지’라는 구체적인 방법론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돼야 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뒤 문재인 대통령과 한 전화 통화 등에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9일 문 대통령이 언론사 사장단 간담회에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말한 데서 보듯,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숱한 난관이 기다릴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뉴욕타임스는 “정상 간에 통 큰 합의가 나와도 검증 등 실무절차에 들어가면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핵무기·미사일 폐기, 검증절차, 체제보장, 제재완화, 인권문제 등 북·미 정상회담의 쟁점 의제를 짚어봤다.


(1) 美 "핵무기 당장 폐기" vs 北 "…"

최대 쟁점은 비핵화 방법과 시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핵무기를 모두 폐기하는 게 비핵화”라고 못 박았다. 성과가 없다면 회담에 가지 않을 것이고 회담 중에라도 나올 것이라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1일 핵·미사일 도발 중단, 핵실험장 폐기 등을 약속했지만 기존 핵무기 폐기나 핵무기 생산 등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았다.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비핵화에 나선다고만 했을 뿐 기존 핵 폐기 여부는 거론하지 않았다.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린다. 이달 초 김정은을 만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8일 “김정은이 내 임무(비핵화 의지 전달)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보고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북한이 속인다 생각하지 않고 속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핵무기 폐기에 관한 모종의 ‘물밑 언약’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그러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4월 들어 두 차례나 워싱턴DC를 다녀가고, 문재인 대통령이 5월 중순께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비핵화 개념과 방법을 놓고 남북과 미국 사이에 이견이 있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북한은 일단 미국과의 협상이 시작되면 (핵 무기에 관한) 군축협상의 교착상태로 끌고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28일 “비핵화는 큰 비전을 갖고 빠른 속도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 핵시설 불가역적 폐쇄 검증 어떻게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실제 검증 절차에 들어가면 완전히 다른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은 ‘완벽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협상의 기본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미국은 CVID에 대한 약속과 이를 검증할 사찰, 북한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재가입 등을 원하고 있다. 이를 협상 초반부터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NYT는 “핵 시설에 대한 검증과 핵 연료 폐기 등 구체적인 검증 단계로 들어가면 미·북 협상이 급속히 교착단계로 빠지면서 질질 끌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수미 테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과거의 비핵화 합의는 모두 검증 문제로 파기됐다”며 검증이 돌출 악재가 될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했다.

미사일 시스템 문제는 동맹국과의 이해 관계까지 겹쳐 북·미 협상을 복잡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2일 인사청문회에서 미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를 먼저 요구해 미국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일본이 즉각 들고 일어섰다. 일본은 중·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생화학무기 폐기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3) 북한 체제 보장 '안전판' 줄다리기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의 대가로 체제보장과 경제제재 완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은 연내 종전(終戰)선언과 기존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 개최를 추진키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판문점 선언’이 나온 뒤 트위터에 “한반도에서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썼다. 17일에도 “남북 간 종전 논의를 축복한다”고 말했다. 중국도 19일 외교부 명의로 한반도 종전 논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지지했다고 종전선언이 곧바로 평화협정과 북·미 수교 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이행 의지와 약속을 확인할 수 있는 실질적 조치가 단시간 내 나오길 바라고 있다.

반면 북한은 비핵화 뒤 체제안정을 보장받을 안전판을 요구하고 있다. 비핵화는 한 번 가면 되돌리기 힘들지만, 체제보장은 언제든 뒤집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북한의 속내다.

문 특보는 26일 “트럼프 대통령이 대동강변에 트럼프타워를 세우거나 미국 대기업들이 북한에 투자하는 것이 미국이 북한 정권에 취할 수 있는 중요한 체제 안전보장책”이라고 말했다.

(4) 유엔 對北 경제제재는 언제쯤 풀릴까

북·미 정상회담에서 경제제재 완화 문제는 핵심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김정은은 지난달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단계적 비핵화 수순을 밟되 유엔 제재 해제와 남북 평화협정 체결, 북·미 국교정상화 등의 반대급부를 함께 얻어내는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추진할 뜻을 밝혔다.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 없이 제재 완화는 없다는 게 확고한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미국은 그동안 북한에 잘 속아왔다”며 과거와 같은 ‘행동 대 행동’ 보상은 없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북한은 즉각적으로 CVID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일단 큰 틀의 합의가 나오면 제재가 풀리고, 국제기구들이 대북 지원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워싱턴DC에서 “정상회담 결과가 나오면 과거 사례를 참고해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북한 지원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5) 北 인권·납치자 석방… '뜨거운 감자' 될 수도

북한 인권문제와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석방, 납치된 일본인 문제도 북·미 정상회담의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다.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지난 17일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3명의 석방문제가 협상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에는 한국계 미국 시민인 김동철, 김상덕, 김학송 씨가 간첩 혐의로 장기 억류돼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8일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북·미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미 국무부는 최근 발간한 인권보고서를 통해 북한을 인권침해국으로 비판했다. 미 의회는 24일 기존 북한인권법을 2022년까지 5년 더 연장하는 내용의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HR 2061)’을 표결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 인권 문제도 정상회담 의제로 오른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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