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죽어도 뇌는 36시간 산다는데…

입력 2018-04-29 19:26   수정 2018-04-30 09:01

세스턴 美 예일대 교수 연구진
죽은 돼지 뇌 생존 실험 성공

"살아있는 뇌 조직 연구
윤리기준 서둘러 마련해달라"
과학계가 먼저 사회적 논의 촉구
美 벤처는 '인간 뇌 백업' 추진



[ 박근태 기자 ]
인간의 뇌는 죽음의 문턱 앞에서 마지막을 준비한다. 심지어 숨이 멎고 심장이 더는 뛰지 않는 신체적 사망판정을 받은 뒤에도 뇌가 작동한다는 결과도 나오고 있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사망한 뒤 5분 동안은 뇌가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최근 큰 고민에 빠졌다. 몸은 죽었지만 이처럼 한동안이라도 살아 있는 뇌를 어떻게 다뤄야 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으로 떠올랐다.

◆돼지 뇌 조직 사후 36시간 살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지난 25일 니타 패러허니 미국 듀크대 교수와 네너드 세스턴 예일대 교수를 포함해 미국의 신경과학자와 법학자 17명이 함께 쓴 논평 하나를 실었다. 미국에서 활동 중인 생명윤리학자 현인수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교수, 신경과학자인 송홍준 펜실베이니아대 교수 등 한국 과학자 2명도 저자로 참여했다. 과학자들은 논평에서 “만에 하나 인간 뇌 기능을 하는 조직을 실험실에서 만든다면 이 조직을 어떻게 보호할지 윤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발단은 3월28일 미국 메릴랜드 미국립보건원(NIH)에서 열린 국제뇌과학윤리회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번 논평에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린 세스턴 교수는 이 자리에서 머리만 잘라낸 돼지 100마리 뇌에 혈액을 순환시켜 뇌 조직을 살아 있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소개했다. 연구진은 이런 방식으로 뇌세포의 생존이 유지된다면 36시간 동안 뇌가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의 궁극적인 목표는 신경 질환을 연구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손상되지 않은 인간 뇌를 유지할 방법을 찾는 데 있다. 새로운 신경 치료 물질을 실제 인간 뇌 조직을 대상으로 실험할 경우 동물 실험보다 부작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스턴 교수는 이런 자신의 연구는 중대한 윤리적인 논란을 수반하고 있다며 윤리 기준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실험 대상이 돼지의 뇌가 아니라 인간의 뇌라면 이를 살아 있는 상태로 인정할지부터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성진 한국뇌연구원 뇌연구정책센터장은 “뇌 연구 대상이 세포 수준을 뛰어넘어 실제 뇌 특정 기능을 연구하는 규모로 커지면서 뇌 연구자 사이에서는 어디까지를 실제 살아 있는 뇌로 인정할지 윤리적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경과학자 17명 “사회 논의 필요” 촉구

이탈리아의 세르조 카나베로 신경외과 의사가 2013년 온라인 학술지 국제외과신경학지에 낸 머리 이식 수술이 가능하다는 논문은 뇌 연구 윤리 논란의 불을 지핀 계기였다. 이탈리아와 중국 연구진은 지난해 시신 2구를 이용해 머리 이식 수술을 하기도 했다. 머리 공여자와 몸 공여자 중 누구를 인정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논란으로 남아 있다. 한편에서는 혈액에서 채취한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이용, 실제 사람 뇌를 대체해 연구에 사용할 뇌 오르가노이드(미니 인공장기)도 개발하고 있다. 과학계는 뇌 오르가노이드가 사람 뇌와 비슷한 의식을 갖거나 기능을 할 경우 이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아직 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뇌 비밀이 한꺼풀씩 벗겨지면서 뇌를 산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도 추진되고 있다. 미국의 벤처회사 넥톰은 인간의 뇌를 백업(저장장치에 보존하는 일)하고 사망한 사람의 의식을 컴퓨터에서 시뮬레이션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패러허니 교수는 “연구에 활용하는 뇌 조직에 의식이 있는지를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대중의 지지를 받아 연구를 발전적으로 계속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내에서도 지난해 뇌과학자와 법학자 15명을 중심으로 뇌신경윤리연구회가 결성돼 머리 이식에 대한 기준안을 마련하고 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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