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EO & Issue focus] 글로벌 완구업체 해즈브로 브라이언 골드너 회장 겸 CEO

입력 2018-05-10 16:21  

장난감에 스토리 입혀 영화·게임으로
완구업계에 새 비즈니스 모델 제시
'해즈브로의 트랜스포머'로 불려



[ 이설 기자 ]
“(장난감 브랜드를) 다시 상상하고, 다시 발명하고, 다시 점화하라(Re-imagine, Re-invent, Re-ignite).” 글로벌 완구업체 해즈브로의 브라이언 골드너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55)는 이 같은 ‘변신’ 전략으로 회사의 미래를 바꿔놨다. 100년 역사를 가진 장난감·보드게임 명가 해즈브로를 영화, TV, 게임까지 아우르는 거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진화시킨 것이다.

단순한 완구 브랜드였던 ‘트랜스포머’를 영화로 제작해 전 세계에 흥행시킨 것이 시작이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술에 밀려 과거로 사라지는 듯했던 완구 브랜드가 그의 손끝에서 새로운 가능성의 원천으로 부활했다. 미 경제전문지 마켓워치가 골드너 회장을 “해즈브로의 트랜스포머”라고 부른 이유다.

완구업계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제시

골드너 회장은 2008년 CEO가 되기 전부터 해즈브로의 엔터테인먼트 사업 확장을 모색했다.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으로 놀이 경험이 다양해진 시대에 전통적인 완구 판매로는 생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미 스타워즈, 포켓몬, 마블 등의 인기 판권을 사들여 이들 완구로 큰 수익을 올렸지만 외부 라이선스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고 있었다. 당시 완구사업부 사장이었던 골드너는 1500개에 달하는 해즈브로의 고유 브랜드 중 트랜스포머, G.I.조, 마이리틀포니 등 10개를 추려 영화, 애니메이션, TV 등으로의 진출을 본격화했다.

2007년 실사영화로 개봉한 트랜스포머가 ‘잭팟’을 터뜨렸다. 사상 처음으로 1억5000만달러짜리 할리우드 영화 제작에 뛰어든 골드너 회장의 모험은 7억달러(약 7500억원) 수익으로 돌아왔다. 이 성공은 총 20억달러를 벌어들인 후속 시리즈 제작으로 이어졌을 뿐 아니라 G.I.조, 배틀쉽 등 다른 블록버스터 프로젝트도 가속화했다.

자신감을 얻은 골드너 회장은 2009년부터 ‘해즈브로스튜디오’를 차려 마이리틀포니, 트랜스포머 등 해즈브로 브랜드의 자체 애니메이션화에 나섰다. 닌텐도, 블리자드 등 유수의 게임사와 제휴해 해즈브로 보드게임을 비디오·모바일 게임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마켓워치는 “트랜스포머의 성공을 계기로 해즈브로가 완구제조사에서 지식재산을 소유한 브랜드 기업으로 변모했다”고 평가했다.

골드너 회장은 “우리는 브랜드 스토리텔링에 투자하며, 우리의 사명은 고객에게 최고의 놀이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라고 즐겨 말한다. 1923년 설립된 해즈브로는 이제 장난감이 아니라 브랜드와 관련된 경험을 파는 멀티미디어 기업이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영화, TV, 게임 등 형태로 끊임없이 재탄생하고 있는 상품들의 기반은 대부분 30~40년 된 해즈브로 고유의 라이선스다. 골드너 회장은 “해즈브로와 함께 자란 어른들은 이제 자녀, 조카와 어린 시절의 일부를 나누고 싶어 한다”며 “우리 브랜드는 이들을 따라다니며 두 번째 삶을 산다”고 설명했다.

장난감·게임 즐기는 아이 같은 어른

골드너 회장이 고객의 놀이 경험을 강조하는 건 자신이 항상 놀이를 사랑해온 사람이어서다. 어릴 적 해즈브로의 ‘우주비행사 G.I.조’ 피규어를 갖고 놀면서 우주여행의 꿈을 키웠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유인우주선을 달에 보내던 때였다.

그는 어른이 된 지금도 아이처럼 각종 게임에 푹 빠져 지낸다. 해즈브로의 전통 보드게임 스크래블을 스마트폰으로 즐기고 존 매든 풋볼, 위(Wii) 테니스 같은 비디오게임으로 여가를 보낸다. 그의 사무실에도 여러 나라 언어로 된 모노폴리 게임, 스타워즈 다스베이더 헬멧, G.I.조 피규어 컬렉션 등 장난감이 가득하다. 골드너 회장은 “이 미친 세상에서 놀이는 유일한 보편적인 진리”라고 놀이의 가치를 치켜세운다.

사회 초년부터 쌓은 마케팅·광고 분야 경력도 남다른 브랜드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줬다. 헬스케어컨설팅 기업의 마케팅 보조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는 레오버넷·JWT 같은 광고회사에서 일하며 샴푸, 베이컨 등 다양한 신제품 홍보 경험을 쌓았다. 특히 JWT에서 일할 때 일본 반다이사가 출시한 파워레인저 완구 마케팅의 성공에 일조해 업계의 주목을 끌었고, 그는 이후 반다이 미국지사로 자리를 옮겼다.

2000년 해즈브로 임원으로 발탁됐을 때 골드너 회장은 이미 준비된 완구기업 경영자였다. 이를 증명하듯 그는 6개월도 안 돼 해즈브로의 완구부문 전체를 이끌게 됐다.

라이벌 마텔 제쳐… 아마존·넷플릭스와 제휴

골드너 회장은 만년 2위였던 해즈브로를 업계 정상에 올려놓았다. 17년 만에 처음으로 해즈브로는 지난해 1분기 ‘바비인형’으로 유명한 라이벌 마텔 매출을 앞질렀다. 적극적인 라이선스 확보 전략의 일환으로 마텔이 60년간 보유했던 디즈니 공주인형 판권을 2015년 빼앗은 게 주효했다. ‘겨울왕국’의 엘사와 안나, 백설공주, 라푼젤 등 11개의 인기 판권이 해즈브로에 넘어갔다.

추세로 봐도 해즈브로는 꾸준한 상승세, 마텔은 그 반대다. 해즈브로 매출은 2014년부터 4년 연속 늘어난 데다 2016년엔 사상 최고인 50억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반면 마텔은 4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골드너 회장은 지난해 11월엔 아예 마텔 인수를 시도했다. 당시 거래는 무산됐지만 시장에선 양사의 합병설이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디지털 전략에서도 해즈브로가 우위에 있다는 시각이 많다. 골드너 회장은 온라인 채널을 확장하고 디지털 콘텐츠까지 흡수하기 위해 아마존·넷플릭스 같은 거대 기술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아마존닷컴을 통해 보드게임 ‘모노폴리’를 독점 판매하고 주문 후 2시간 만에 보드게임을 고객에게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운영한다. 넷플릭스의 인기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상품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의 설정을 가미한 모노폴리를 함께 내놓는가 하면 애니메이션 ‘슈퍼몬스터’를 소재로 한 ‘플레이스쿨’(해즈브로의 아동 교육용 완구·게임 브랜드) 제품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유튜브, 페이스북, 스냅챗 같은 소셜미디어 이용자에 특화된 광고와 콘텐츠도 늘리고 있다. 지난해 웹애니메이션 ‘하나즈키’를 유튜브에 공개해 10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게 대표적이다. 마케팅 컨설턴트 데이빗 딜은 “해즈브로는 미디어 브랜드로 변모했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쪽에서 커뮤니티 구축의 기술을 터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설 기자 solidarit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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