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한 길 사람 속

입력 2018-06-12 18:26  

송희경 < 자유한국당 의원 alpha-song@naver.com >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 드라마 ‘웨스트월드’를 보면 ‘호스트’라고 불리는 인간과 똑같은 모습을 한 휴머노이드(humanoid)가 등장한다. 이들은 인공지능(AI)과 딥러닝으로 프로그래밍된 기계지만, 정교한 기억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 스스로 사고하고 진화한다. ‘터미네이터’ ‘바이센테니얼 맨’ 등 영화 속 기계적 외형의 오류를 종종 일으켰던 옛날 로봇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누가 호스트이고 누가 사람인지 알 수 없어 두려움이 들지만 드라마 속 설정일 뿐이다. 재미로 볼 수 있다.

하물며 ‘한 길 사람 속’을 헤아려 진짜 마음을 구별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많은 후보자 중 백성을 보호하고 사랑하는 진짜 목민관(牧民官)을 구별해내는 것은 재미로 볼 수 없는 중요한 문제다. 목민관은 4년 동안 지방정부의 살림살이를 책임질 지방행정과 생활정치를 실천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제 2년 남짓 중앙정치를 경험하고 있는 초선 국회의원으로서 필자가 생각하는 생활정치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르신들이 식사는 잘 하고 계시는지, 청년들이 취직은 잘 하고 있는지, 아이들이 학교를 안심하고 잘 다니는지 동네 구석구석을 살피고 보듬어 안는 것이다. 행복한 삶의 터전을 만들기 위해 중앙정치의 그늘에서 벗어나 지역의 어른으로서 주민을 섬기고 지역만을 생각하는 ‘지역 바라기’여야 한다.

6월 13일 전국 4000여 명의 목민관이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그런데 국민은 진짜 목민관을 제대로 구별할 수 있을까. 이번 6·13 지방선거는 남북한,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초대형 이슈에 가려 정책이 사라진 역대 최악의 깜깜이 선거라고 불리고 있다. ‘한 표’와 ‘내 삶’을 바꾸는 중요한 선거지만, 언론도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집에 배송된 후보자들의 공보물을 뒤적여 봐도 누가 진짜 목민관인지 알기는 쉽지 않다.

다산 정약용의 생가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다산은 지방 행정관의 탐욕과 수탈에 고통스러워하는 백성들을 보며 《목민심서(牧民心書)》를 저술했다. 목민심서 서문에는 제목에 대한 이유가 적혀 있다. ‘목민’의 마음은 있으나 몸소 실행할 수 없기 때문에 ‘심서’를 붙였다고 한다. 백성을 위해 일하고 싶지만 18년 유배생활을 해야만 했던 다산의 안타까운 심정이 절절하게 묻어 나온다.

9362명의 후보자 중 진짜 다산의 마음을 지닌 사람은 누구일까. 여러모로 미로 같은 ‘한 길 사람 속’을 헤아리기 어려운 선거운동 기간을 거쳤고, 6월 13일 그 결과가 나온다. 내 삶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지역의 미래를 밝힐 일꾼들이 국민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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