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협업’ ‘내실화’ ‘글로벌’ 외식업체 매각 노리는 사모펀드들의 3색 전략

입력 2018-08-24 17:58  

≪이 기사는 08월21일(03:4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실적이 나쁜 것은 아닌데 최저임금은 오르고 트렌드는 빠르게 변하고...몇 년후라도 더 비싸게 팔 수 있다는 확신이 없는 거죠”(한 사모펀드 매니저)

2011~2014년 인수합병(M&A)시장의 인기 매물로 통한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들을 두고 최근 사모펀드(PEF) 관계자들이 고심에 빠졌다. 인수 후 사업확대, 경영효율화 등을 통해 외·내적 성장을 일궈내며 엑싯(투자회수)에 나설 시점이지만 벤치마크(기준)가 될 상반기 외식업체 딜의 결과가 썩 좋지 못해서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비용 증가, 기업 수명이 채 5년을 넘기지 못할 정도로 치열해진 시장 환경이 외식업체의 인수매력도를 낮춘 것. 이에 PEF들은 매각가치를 높이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짜고 있다.

◆'협업' '내실' '글로벌' 매각 위한 세가지 키워드

프랜차이즈 외식업체의 매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은 PEF마다 가지각색이다. 이들 전략의 핵심 키워드는 오래된 브랜드에 신선함을 더하는 ‘협업’, 비용 혁신을 통해 사업의 안정성을 높이는 ‘내실화’, 해외시장으로의 확장을 통해 국가간 시너지를 꾀하는 ‘글로벌화’ 세 가지다.

2011년 한식 외식업체 ‘놀부’를 12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모건스탠리프라이빗에쿼티(MS PE)는 신생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다소 진부해진 놀부의 브랜드를 되살리는 데 열심이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놀부는 최근 2008년 막걸리 전문점으로 시작해 생선회, 돼지구이, 샤브샤브, 두부요리 등 다양한 한식 분야로 브랜드를 확장해나가고 있는 외식업체 ‘월향’과 가칭 ‘서울의 맛’이라는 합자회사를 설립하고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기로 했다.

IB업계에선 놀부의 행보를 진부화된 브랜드 가치를 리노베이션(재혁신)하고, 지난 해의 경영부진(매출 15.7% 감소, 32억원 영업손실)을 씻어내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10개 브랜드, 700여곳 매장을 보유한 놀부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 최신 외식 트렌드를 이끄는 월향의 개성을 결합해 새로운 프랜차이즈 사업 모델을 제시한다는 것이 이번 합자회사 설립의 핵심 과제다. 한 투자은행(IB)관계자는 “한식 프랜차이즈의 특유의 ‘무난함’이 너무 오래가다보면 소비자들에게 ‘식상함’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이번 합작을 통해 놀부가 신선한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다면 향후 매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 매력을 높이기 위해 무리한 사업 확장보단 경영의 안정성을 높여 내실을 다지는 것도 PEF들의 주요 전략이다.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2013년 인수한 프랜차이즈 카페 ‘할리스커피’가 대표적 예다. IMM PE는 2016년 할리스커피 매각을 추진했지만 매각액을 둘러싼 인수 후보들과의 인식차를 좁히지 못해 뜻을 접어야 했다.

첫 매각에 실패하며 “기업가치를 올려 2~3년 후 재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힌 IMM PE는 지난 2년 간 외형 성장보단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먼저 120억원을 들여 경기도 파주에 여간 1700t의 원두를 로스팅할 수 있는 공장을 세웠다. 기존 기흥 공장(연간 1000?규모)을 더하면 연간 3000t의 원두에 대한 자체 관리가 가능해진 셈이다. 이에 더해 ERP(전사적자원관리), POS(판매시점정보관리), CRM(고객관리) 등 IT시스템을 구축하는데도 10억여원을 투자했다. 할리스커피 관계자는 “안정적 원두 공급 및 처리를 통해 비용의 변동성을 줄이는 것이 수익과 직결된다”며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성을 낼 수 있는 기업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 매드포갈릭을 인수한 스탠더드차터드프라이빗에쿼티(SC PE)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SC PE의 인수 이후 매드포갈릭 매장은 35곳에서 40곳으로 5곳 정도만 늘었다. 실적이 나쁘거나 상권이 겹치는 점포 9곳을 정리하고, 광화문D타워, 용산아이파크몰, 서울 합정 등 핵심 상권에 14곳을 새로 열었다. 느리지만 실속있는 경영의 결과 매드포갈릭의 재무적 성과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2014년 각각 557억, 8억원에 불과했던 매드포갈릭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약 797억, 34억원으로 증가했다.

한국을 넘어선 글로벌회사로의 확장 역시 눈여겨볼만한 시도로 꼽힌다. 2016년 VIG파트너스(옛 보고펀드)로부터 한국버거킹을 인수한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는 작년 10월 그전까지 롯데GRS가 갖고 있던 일본버거킹 마스터프랜차이즈 가맹사업권을 따냈다. 일본 시장에서 고전 중인 일본버거킹에 한국식 노하우를 접목해 수익성을 개선시키고, 중장기적으론 최신 트렌드를 주도하는 일본 시장에서의 경험이 한국버거킹에도 시너지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어피니티는 작년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 이후에도 롯데가 보유하던 기존 일본버거킹매장 100여곳에 대한 사업권 인수를 추진 중이다. AEP는 2022년까지 5년 간 500억원을 투자해 점포 200여개를 늘릴 계획이다. 핵심 상권에 위치한 롯데의 일본버거킹 매장과 더하면 300여곳으로, 인수가 성사되면 단기간에 업계 점유율 10위권에서 4~5위 권으로 뛰어오를 수 있다.

AEP가 일본버거킹에 대한 완전한 지배권을 가지면 ‘규모의 경제’효과 뿐 아니라 향후 매각 단계에서 해외 투자자를 유치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M&A전문 회계사는 “2014년 공차코리아를 인수한 유니슨캐피탈이 지난해 공차 대만 본사를 인수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며 “주요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매각 옵션을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고, 글로벌 트렌드를 보다 빠르게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려운 제도적 환경 이겨낼 '혁신'있어야

하지만 PEF들의 다양한 시도에도 최근 외식업체 매각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올 상반기 F&B 매각의 벤치마크(기준)이 될 것으로 여겨졌던 브런치 카페 ‘카페 마마스’는 두차례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도 매각이 무산됐다. 90년대 한국에 TGI프라이데이를 들여온 이지용 JRW대표의 두 번째 패밀리 레스토랑 엑싯(투자회수)로 주목을 끈 멕시칸 레스토랑 ‘온더보더’역시 한 차례 공개매각 시도가 수포로 돌아가며 현재는 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이다.

두 사례 모두 인수·매각 양측의 가격차를 끝까지 좁히지 못한 게 매각 결렬의 주 요인으로 꼽힌다. 매각 측은 대체로 상각전이익(EBITDA)의 8~10배 가량의 매각배수(멀티플)를 인정받길 원했지만 인수측은 5~6배 정도를 고집한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의 M&A에서 적용되는 멀티플은 10배 안팎이다. 12~13배가 인정되기도 했던 2010년대 초반에 비해 시장에서 인식하는 외식업체들의 몸값이 절반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과거 외식업체들이 PEF들의 ‘러브콜’을 받았던 것은 비교적 글로벌 경기의 영향에서 자유롭고, 꾸준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해서였다. 첨단 산업에 비해 ‘혁신’의 허들이 낮은 점도 매력적이었다. 한 M&A 전문 회계사는 “외식업은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지 않고 인수 후 경영효율화와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기 용이한 분야”라며 “해당 산업에 대한 전문성이 전략적 투자자(SI)에 비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PEF들이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분야였다”고 말했다.

실제 PEF들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PEF이 인수한 상당수 외식업체들의 재무상태는 몇 해만에 눈에 띄게 개선됐다. 올해 매물로 나왔거나, 매물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업체들 대부분 영업이익률 8~10% 수준의 흑자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할리스커피는 IMM PE의 경영권 인수 이후 2013년 686억원 수준의 매출액이 지난해 1400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배 가량 늘어 지난해 150억원을 기록했다. 스카이레이크 PE가 2016년 인수한 아웃백스테이크도 2016년 22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73억원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그러나 최근 외식업체 매각을 어렵게 하는 핵심 요인은 ‘숫자’(실적)가 아닌 제도적 불확실성이란 것이 M&A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최저임금이 급속도로 높아지며 파트타임 근로자 등 최저임금을 적용 받는 인력 비중이 높은 외식업체는 고정비 상승이 불가피하다.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추진되는 주52시간 근로제가 외식업체들의 수익성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아직은 의견이 엇갈린다. 미래 현금흐름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니 사모펀드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은 선뜻 외식업체 인수에 나서길 꺼리고 있다. 소위 ‘갑질’ 이슈가 터져나오며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 갈등이 부각되다보니 한때 외식업계 ‘큰손’으로 통했던 대기업 창업주 2~3세들도 외식업체 M&A계에서 자취를 감췄다.

얼어붙은 외식업체 M&A에 물꼬가 터지기 위해선 일단 제도적 불확실성 해소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제도는 개별 업체가 좌우할 수 없는 외생변수기에, PEF 자체적으론 점점 빨라지는 외식업의 유행주기에 맞춰 투자 전략을 짜고 다른 기업 포트폴리오에 비해 외식업체의 매각 시점을 빠르게 잡는 전략이 필요하단 분석도 나온다. 한 외식경영 전문가는 “보통 재무전문가로 꾸려진 PEF들이 유행을 선도하는 전략적 투자에 나서긴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서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싶은 식당에 손님이 몰리듯 유행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만큼, 원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기 위해선 ‘혁신’이란 브랜드 가치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혁신적 투자의 위험성이 크다면 경영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되 매각 주기를 보다 짧게 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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