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과 맛있는 만남] 류덕희 경동제약 회장 "다국적社에 맞서 의약품 국산화… 기부와 나눔이 제 경영철학이죠"

입력 2018-09-28 17:46  

"조개 캐던 소년, 대학 때 학생운동
수 차례 사업실패 후 제약사 차려"

4·19혁명 때 평화시위 주도
시위 전력에 대학원 진학 꿈 포기
늦은 나이에 제약사업에 뛰어들어
원료의약품 합성…새 제품 개발

다국적사 특허소송서 모두 승소
국산약 개발로 수입약 대체하자
다국적제약사들, 소송으로 '견제'
수십억 로열티 제안했지만 모두 거절

사업가 아닌 기업가로 남고파
개인지분 출연…장학재단 설립
2400여명에 배움의 길 열어줘

주인의식 가져야 회사도 발전
임직원에 개인 주식 무상증여



[ 전예진 기자 ]
류덕희 경동제약 회장(80)의 인생은 영화 ‘국제시장’ 같았다. 열두 살에 6·25 전쟁을 겪었고 스물두 살 때 4·19 혁명을 주도했다. 몇 차례 사업 실패 후 서른여덟 살에 500만원으로 제약사를 차렸다. 가진 것이라곤 수입의약품을 국산화해 보겠다는 의지가 전부였다. 다국적 제약사의 견제와 약가 인하의 악재 속에서도 그는 회사를 어엿한 중견기업으로 키워냈다. 민주화와 산업화의 격변기를 거쳐 기업인으로 산 세월이 어느덧 반세기다. 여든의 나이에도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해 회사 일을 챙긴다. 사업가가 아니라 기업가이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에겐 전쟁도 두렵지 않은 소년, 패기 넘치는 대학생, 포기를 몰랐던 청년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조개 잡던 소년, 학생 운동가로

최근 서울 서초동 백합전문점 너와집에서 류 회장을 만났다. 그가 서울에서 맛보기 힘든 백합요리를 택한 이유는 어린 시절 추억과 맞닿아 있다. 1938년 경기 화성에서 태어난 류 회장은 6·25 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 유년기를 그곳에서 보냈다. “예전엔 화성이 수원군에 속했습니다. 해방 이후 1949년 수원군 수원읍이 수원시로 승격하면서 화성군이 분리됐죠. 어렸을 땐 밀물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서해안에서 조개와 게를 잡으며 놀곤 했어요. 그때 생각이 나서인지 백합을 즐깁니다.” 마침 주먹만 한 크기의 백합을 포일로 감싸 증기로 쪄낸 백합구이가 식탁에 올라왔다. 밑반찬으로 새콤한 백합초무침과 계절 샐러드, 백합전도 곁들여졌다. “백합은 다른 조개들과 달리 청정지역이 아니면 나질 않습니다. 국물도 짭짜름하고 시원하죠. 백합살에서 우러나온 국물이 약입니다. 조개껍데기를 잡고 백합살과 국물을 함께 먹으면 별미입니다.”

그가 광희중 2학년이던 때 6·25 전쟁이 터졌다. 피란 중에도 학업의 끈을 놓지 않았다. 성동공고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화학과에 입학했다. 화학이라면 1등을 놓치지 않았던 터라 자신이 있었다. 대학에 와 보니 전쟁통에 제대로 된 화학 전공서적이 없었다. ‘성진회’라는 모임을 만들고 강의록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 이 일로 학생들의 신임을 받아 학생위원장에 당선됐다. 이듬해인 1960년 4·19 혁명이 일어났다. 졸업을 앞둔 대학 4학년 때였다. 류 회장은 당시 이선근 성균관대 총장을 찾아가 평화 시위를 허락해달라고 설득한 뒤 시위대를 이끌었다. 이 일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꿨다. “편한 길보다 올바른 길을 꿋꿋이 걸어가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부끄럽지 않게 살겠노라 다짐했죠.” 류 회장은 민주화에 앞장선 공로로 지난해 ‘4·19 혁명 대상’을 수상했다.

◆의약품 국산화를 향한 꿈

류 회장은 학창시절 단 한 번도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의 꿈은 과학자, 교수였다. 그러나 학생운동 경력이 발목을 잡았다. 대학원에 진학하려고 했으나 교수들의 반대에 부딪혀 좌절됐다. 제약사업에 뛰어든 것은 친구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화학을 전공한 경험을 살려 제약사를 해보자는 제의였다. 서른한 살이던 1969년 선경제약을 설립했다. 선경제약은 한올바이오파마의 전신이다. 회사는 날로 번창했다. 하지만 동업자들과 뜻이 맞지 않았다. 직원들과 함께 성장하고 나누는 회사를 만드는 게 그의 꿈이었다. 6년 뒤인 1975년 류 회장은 고민 끝에 회사를 나와 동료 4명과 유일상사를 세웠다. 어렵게 기반을 다져놓은 회사를 박차고 나온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당시엔 수입의약품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데다 관세가 높아 약이 매우 비쌌습니다. 다국적 기업과 합작하거나 기술제휴를 맺어 약품을 생산하는 일이 많았죠. 의약품 원료를 수입해 국내에서 자체 생산하면 약값을 낮춰 환자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전화 한 대로 시작한 유일상사는 이듬해인 1976년 2월 부도난 한 제약사의 인천 부평공장을 인수했다. 간판도 경동제약으로 바꿨다. 창업의 출발점인 ‘서울의 동쪽’에서 아침 해처럼 솟아오르겠다는 의미다. 류 회장은 공장 인수 후 본격적으로 의약품 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1976년 무좀 진균 치료제를 출시했고 종합비타민제 등 연질 캡슐 제품을 내놨다. 수입에 의존하던 원료의약품을 합성하고 새로운 약물 전달 기술도 개발했다. 해열진통제, 항바이러스제를 국내 최초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혈압강하 주사제 등 새로운 제형도 개발했다. “40년 전엔 우리나라의 의약품 기술력이 떨어져 약을 개발하는 연구원들도 국산화에 자신이 없었어요. 저는 우리가 만든 주사제를 직접 맞으면서 임상을 했습니다. 약품 국산화에 필요한 원료를 구하려고 세계를 돌아다니기도 했죠. 의약품을 수입해 판매하면 훨씬 쉬웠겠지만 직접 발로 뛰어 원료를 구하고 부딪치면서 제제를 연구했기 때문에 지금의 회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실 근면, 창조 개발, 성심 봉사

식사로 뽀얀 백합탕과 샤부샤부가 나왔다. 끓는 육수에 소고기, 채소와 버섯을 데쳐 먹을 수 있도록 커다란 냄비가 상에 올려졌다. 샤부샤부를 먹은 뒤 남은 국물로 칼국수와 흑미죽이 만들어졌다. 류 회장은 계란을 푼 흑미죽을 한 술 뜨며 회사가 기로에 섰던 이야기를 풀어냈다. 경동제약이 개발한 국산약이 수입약을 대체하게 되자 다국적 제약사들이 가만둘 리 없었다. 다른 제조법을 사용했는데도 특허가 만료되지 않은 원료를 썼다며 화이자 일라이릴리 등이 경동제약에 일제히 소송을 걸었다. 김앤장 등 거대 로펌도 가세했다. 경동제약은 16개 품목의 특허 소송 30건에 맞서 모두 승소했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수억원의 수임료를 내고 우린 몇백만원만 가지고 소송을 했는데 모두 승소했어요. 뚝심으로 공깃돌이 바윗돌을 이긴 것이죠. 특허를 양도하면 수십억원의 로열티를 주겠다는 회사도 있었는데 거절했습니다. 우리나라 제약업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신념으로 버텼습니다.”

경동제약은 국내 34건, 해외 23건의 특허를 취득했다. 매출 규모가 비슷한 국내 제약사 중 압도적으로 많다. 원료의약품 제조와 제제 기술 외에 경동제약이 앞선 분야는 또 있다. 사회공헌이다. 경동제약은 올 상반기에만 28억원을 기부했다. 반기보고서에 기부금 지출액이 집계된 상장 제약사 중 1위다. 2002년부터 지금까지 누적 기부액은 288억여원에 이른다. 연매출 1700여억원인 회사로선 적지 않은 금액이다. 그 배경에는 ‘진실 근면, 창조 개발, 성심 봉사’를 회사의 이념으로 세운 류 회장의 경영철학이 있다.

류 회장은 2001년 경동제약 주식 5%를 출연해 송천재단을 설립했다. 송천재단은 지금까지 2417명에게 61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2012년에는 시가 24억원에 달하는 개인 주식 20만 주도 기부했다. 모교인 성균관대에도 1999년부터 현재까지 77회에 걸쳐 91억여원을 내놨다. 직원 복지에도 각별하다. 그는 임직원의 사기 진작을 위해 회사 발전에 기여한 임원들에게 개인 주식을 무상 증여했다.

◆식지 않는 기업가 정신

후식으로 나온 계절 식혜와 과일을 들면서 류 회장은 말했다. “주변에선 저더러 회사가 자선단체냐고 비아냥거리더군요. 저는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사업가가 아니라 기업가가 되려고 합니다. 사업가는 아무나 될 수 있지만 기업가는 아무나 될 수 없어요.”

류 회장이 말하는 기업가는 어떤 사람일까. 그는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나서서 하는 사람, 가치 있는 일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사업가는 돈을 벌고 나면 일을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기업가는 천만금을 준다고 해도 주인 의식을 가지고 일할 수 없다면 하지 않을 사람입니다. 비싼 값에 우리 회사를 사가겠다는 제안을 받았을 때도 기업가 정신을 되새겼어요. 우리는 기업가 정신으로 이 시대를 살아왔고 우리 스스로 그런 일을 해왔습니다. 많은 사람이 경동제약의 가치를 인정하고, 우리 회사로 인해 인류가 행복할 수 있고, 후손들이 기업가가 되겠다는 말을 자랑스럽게 할 수 있도록 좋은 기업을 만들어야지요.”

류 회장에게 앞으로의 꿈을 물었다. “그동안 삶을 돌아보니 좋은 일을 할 때 제 이름으로만 했더군요. 두 달 전 아내를 떠나보내면서 흉상이든, 기부자 명패에 온통 제 이름뿐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늦었지만 이제는 세상을 떠난 아내 이름으로 봉사하려고 합니다.”

■경동제약은…

경동제약은 1976년 설립된 중견제약사다. 창립 이후 수입에 의존하던 전문의약품을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해왔다. 현재 90여 종에 이르는 전문의약품과 원료의약품, 일반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해 일본을 비롯한 10여 개국에 원료의약품과 완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주력 제품은 혈압강하제 ‘로사타플러스’, 소화기관용제 ‘레바미드정’, 항생제 ‘팜크로바정’ 등이다. 2010년 진통제 ‘그날엔’을 출시했고 감기약, 무좀약, 소화제 등으로 그날엔 시리즈를 확대했다. 지난해 가수 아이유를 모델로 기용해 인지도를 높였다. 최근 약 50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해 과민성 방광치료제를 개발했다. 지난해 177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1938년 경기 화성 출생
△1956년 성균관대 화학과 졸업
△1975년 유일상사 설립
△1976년 경동제약 대표이사 회장
△1993~2005년 한국제약협동조합 이사장
△1996~2000년 천주교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회장
△1998년 중앙대 의약식품관리대학원 약학 석사
△2001년 성균관대 명예 경영학 박사
△2001년 재단법인 송천재단 설립
△2002~2004년 중기협동조합중앙회 부회장
△2010~2012년 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


■류덕희 회장의 단골집 너와집
백합 샤부샤부 전문점… 쫄깃한 백합살에 맑은 국물 일품

조개의 여왕으로 불리는 ‘백합’을 주재료로 한 백합 샤부샤부 전문점이다. 서해안 백합을 해수로 해감해 탕, 구이, 무침, 볶음 등 다양한 요리를 선보인다.

2010년 경기 성남 분당 백현점을 시작으로 서울 삼성점과 서초점, 대전 만년점 등 3곳의 지점이 있다. 서초점은 1층에 홀이 있고 2층은 방으로 이뤄져 있다. 회식이나 가족 모임을 하기에 좋다. 평일 점심에 제공하는 잔치특선 메뉴에는 계절 샐러드, 백합전, 백합초무침, 백합구이, 백합탕, 소고기, 채소와 버섯, 칼국수, 흑미죽이 코스로 나온다.

백합구이는 백합살과 조개 자체에서 나온 국물과 함께 먹으면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샤부샤부는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백합으로 끓여낸 맑은 국물이 일품이다. 특허받은 엄나무 추출 육수에서 익힌 쫄깃한 백합살과 소고기, 채소와 버섯을 즐긴 뒤 칼국수와 죽까지 먹으면 든든한 보양식이 된다. 가격은 평일 점심 잔치특선 2만8000원, 백합구이가 빠진 잔치상 2만3000원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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