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꼭 가고 싶던, 세상의 끝을 달리다

입력 2018-11-11 16:47   수정 2018-11-12 09:29

여행의 향기

호주 그레이트 오션 로드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백미 12사도상…헬기에 오르니 한눈에 담겨

도로 여기저기선 바비큐 파티
현지 아웃백 스타일 스테이크
블루치즈 소스를 듬뿍 끼얹어

도로를 따라 야생 캥거루 뛰고
해변은 서핑 마니아들의 천국

호주 멜버른

소지섭과 임수정이 뛰어다닌 멜버른 그 거리…그래피티의 천국이었네

과거와 현재가 농축된 도시
1800년대 벽돌로 지은 공장 위
고층 콘크리트 주상복합 '우뚝'

거리를 다니는 트램은 무료
느릿느릿 시내 관광하기엔 제격
1시간이면 멜버른 외곽까지 돌아

130년 전통의 퀸 빅토리아 마켓
수요일 夜시장엔 산해진미 가득
와인에 디저트 2만원이면 즐겨



[ 이관우 기자 ] 캥거루와 코알라의 나라.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촬영지.
‘호주형(兄)’ 샘 해밍턴과 아들 윌리엄의 고향….
호주는 가깝다. 마음의 거리는 그렇다. 가는 길은 멀다.
서울에서 호주 남동부 멜버른까지 8588㎞. 직항으로 10시간, 경유로 최소 13시간이다.
긴 시간을 견딘 이들이 누리는 휴식은 청정하고 달콤하다.
호주 거주 16년차 가이드는 “호주는 경이(驚異)다. 무엇이든 상상 그 이상”이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유네스코가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비경’으로 선정한 ‘그레이트 오션 로드(Great ocean road)’부터가 그랬다.

감탄사가 이어지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

호주는 거대한 섬이자 대륙이다. 둘레가 3만5000㎞에 달한다. 서울과 부산(442㎞)을 80번 왕복해야 주파할 수 있는 거리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이 거대한 섬의 남동쪽 끝자락에 자리잡은 길이 250㎞의 해안선 도로다.


빅토리아주의 주도(州都) 멜버른 인근의 소도시 질롱을 거쳐 남서쪽으로 1시간 반 정도를 차로 달리면 이 도로의 시작인 시골마을 토키가 모습을 드러낸다. 여기에서부터 서쪽의 워남불(Warrnambool)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해안절벽을 따라 시선을 맡기다 보면 신음 같은 감탄사가 새어 나온다. ‘아!’….

도로는 호주의 전쟁사를 품고 있다. 호주는 제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에게 1919년 오션 로드 건설을 맡겼다. 피흘리고 귀향한 군인들은 일자리를 얻었다. 3000여 명이 참여한 이 도로는 14년여 만에 완공됐다. 그사이 여러 제대군인이 현장에서 죽었다. 촌락마을인 론으로 가는 길에 이들을 추념하는 메모리얼 아치가 들어서 있다. 아치 앞에서 만난 조지프 치어 호주 모나시대 관광학부 교수는 “아픈 역사를 극복하기 위한 전후 정책이 관광의 역사를 만드는 고리 역할을 했다”고 짚었다. 아름다움은 소멸에서 시작하는 것인가. 파도는 수평선에서부터 밀려와 끝없이 절벽에 부딪히며 사라졌다. 거대한 포말이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왔다. 사암 절벽은 수천 년 깎이고 무너져 비경을 남겼다. 가이드는 “수평선 너머로 계속 가면 남극이 나온다”고 했다. 아득했던 남쪽의 끝이 이제는 지척이다.

호주는 해양 스포츠의 천국이다. 세계의 서핑 마니아들은 주로 질롱 근처의 벨스비치로 몰린다. 배우 키아누 리브스와 패트릭 스웨이지가 이곳에서 영화 ‘폭풍 속으로’를 찍었다. 세계적인 서핑 대회인 부활절 서핑 클래식(Easter Surfing Classic)도 매년 여기서 열린다.

골드러시 때 중국 금광노동자 대거 이주

아폴로 베이로 가는 길에 들른 자연농원에서 야생 코알라를 마주쳤다. 하루 24시간 중 20시간을 잠자는 코알라라니, 횡재다. 귀여운 엉덩이를 삼각형 나무 가지에 절묘하게 끼워 균형을 잡은 채 관광객의 소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잠을 청했다. 그들 사이로 알록달록한 앵무새 무리들이 날아다녔다. 코알라는 천적이 없는 ‘해피 애니멀’. 하지만 번식도 느려 개체수가 많지 않은 희귀종이다. 유칼립투스 나무만 먹는데, 딱 18종만 가려 먹는다는 게 가이드의 설명이다. 가이드는 “유칼립투스 나뭇잎의 독성 성분이 코알라를 늘 잠들어 있게 한다”고 말했다. 최대 80~90m씩 자라는 유칼립투스 나무는 120년이 넘어도 썩지 않는 훌륭한 건축자재다. 곧게 자라고 시멘트처럼 딱딱해 해풍이 강한 해안가 전봇대는 모두 이 나무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로 가는 길 곳곳에서 바비큐 파티가 벌어졌다. 고기를 사가기만 하면 무료인 바비큐 캠핑장이 빅토리아주를 비롯한 호주 전역에 널려 있다. 블랙 앵거스라는 흑우의 최상급 부위가 1㎏에 1만5000원쯤이라는 게 가이드의 설명이다. 비슷한 양의 한우가 7만~8만원 정도니, ‘고기천국’이라 불리는 게 이상하지 않았다.

가이드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 주변에 들어선 별장들의 상당수가 중국 부호의 소유”라고 귀띔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80%도 중국권이다. 모든 도로 표지판과 안내문에 중국어가 병기된 이유다. 중국인은 1인당 국민소득 세계 7위(약 6만7000달러) 부국 호주 경제의 큰 줄기. 중국인들은 호주의 금광개발이 한창이던 1800년대 중반 ‘골드러시’ 때 금광 노동자로 대거 이주해왔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백미 12사도상

론의 작은마을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피시앤칩스’가 34호주달러, 한국돈으로 2만7000원이다. 호주가 ‘남반구의 영국’이란 별칭을 얻은 이유가 짐작이 갔다. 해변 마을이다 보니 현지에서 잘 잡히는 생선을 튀겨 감자칩과 함께 낸다는 게 메이플바 식당 여성 셰프의 말. 농어를 주로 쓰지만 어떨 때는 작은 상어류를 사용하기도 한다고 가이드가 귀띔했다.

‘12사도상(예수의 12제자를 의인화한 바위)’은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백미. 첫 번째로 모습을 드러낸 게 포트 캠벨 국립공원 초입에서 만난 깁슨스 스텝이었다. 스스로 절벽에서 떨어져 나간 듯한 기암괴석 두 개가 솟아 있었다. 12사도 중 2개의 바위. 높이 30m쯤 되는 사도상의 표면은 파도의 침식작용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날카롭고 정교했다. 처음 보는 장관에 입을 쩍 벌리자 “벌써 놀라면 안 된다”며 가이드가 웃었다. 1878년 난파선에서 구조된 두 남녀가 이 절벽 밑 계단(스텝)으로 호주와 처음 조우했다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54명이 탄 이민선이 해안선 암초에 걸려 높은 파도에 휩쓸렸고, 54명의 승선 인원 중 52명이 목숨을 잃었다. 살아남은 이는 단 두 명. 귀족 출신 처녀 에바와 평민 총각 톰이다. 이들이 해안가 절벽에 매달려 있는 것을 발견한 이가 깁슨이란 마을 아저씨였다. 해피 엔딩으로 끝났을 법한 두 생존자는 그러나 에바가 영국으로 갑자기 돌아가면서 새드 엔딩으로 끝을 맺었다는 게 가이드의 설명이다.

오후 6시. 12사도상이 몰려 있는 포트 캠벨 국립공원에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비를 머금은 회색빛 구름과 구름 사이로 프리즘처럼 비치는 햇빛, 비늘처럼 반짝이는 파도와 물속에 고립된 사도상들이 어우러지며 장관을 연출했다. 모두 말없이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침묵의 경쟁도 시작됐다. 대자연의 웅장함에 느끼는 경외감 때문일까. 그 와중에도 서로를 배려하는 질서가 생겨났다. 먼저 사진을 찍은 이들은 왼쪽으로 돌아 나가고, 새로 풍경을 담으려는 이들은 오른쪽에서부터 들어섰다. 비경은 평화롭게 공유됐다.

군무처럼 우아하게 달리는 캥거루떼

날이 저물어 숙소로 향했다. 포트 캠벨의 호텔 웨이브. 바와 레스토랑을 겸한 이 호텔에서 처음으로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호주에 오면 꼭 먹어보리라!’고 별렀던 아웃백 스타일 스테이크, 블루 치즈 소스를 듬뿍 끼얹은 스코티시 필레(fillet)다. 호주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맥주 ‘빅토리아 비터’의 알싸한 맛과 블루 치즈 특유의 쿰쿰한 향이 입안을 휘감았다. 음식은 기다리다 지칠 때쯤 나왔다. 가이드는 “서두르지 않는 호주인들의 특성”이라고 했다. 천천히 밀려오는 파도와 느릿느릿한 호주인들은 닮았다. 절경에 홀린 이방인들만 마음이 급했다. 빨리 나올 만한 것들을 죄다 시켰다. 입맛을 돋우는 마늘빵이 7달러, 홍합과 돼지고기로 만든 전채요리가 16달러 안팎. 스테이크가 가장 비싼 39달러.


이튿날 12사도상을 다시 보게 된 건 행운이었다. 전날부터 걱정을 낳았던 회색구름이 끝내 비바람을 몰고왔던 것이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변덕을 자랑한다는 호주 날씨답게 언제 그랬냐는 듯 해가 나고 바람이 잦아들었다. 놓칠 수 없는 기회. 영국의 이민선 로크 아드가 난파한 해변 인근의 로크 아드 고지(gorge)의 협곡과 런던 브리지(런던 아치로 개명), 레이저백 전망대, 해식 동굴들을 빠르게 훑었다. 두 동강 난 런던 브리지는 1990년 갑작스럽게 중간 부분이 무너져 내리면서 해변쪽 절벽이 섬처럼 분리됐다.

헬기장으로 가는 길에도 행운이 겹쳤다. 한 무리의 캥거루 가족이 시야에 들어왔다. 성인 남자의 키보다 더 큰 자이언트 캥거루다. 차를 급히 멈춰 세웠다. “뱀 독이 한창 올라 있어 위험하다. 물리면 10초 안에 죽는 치명적인 타이판들”이라는 가이드의 경고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시속 100㎞로 차들을 피해 도로를 가로질러 관목 숲 쪽으로 내달렸다. 캥거루들이 훨씬 빨랐다. 인기척에 위협을 느꼈는지 일제히 뛰기 시작한 캥거루들은 카메라를 꺼내 겨냥할 겨를도 없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아쉬움을 한가득 담고 돌아오자 가이드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 “캥거루에게 펀치 공격을 당해 전치 8주 상해를 입은 사건이 있었다. 자이언트 캥거루는 성격이 거칠다. 가까이에서 보지 못한 게 오히려 다행이다.”

헬기 투어가 아쉬움을 날려줬다. 약 200m 상공에서 내려다본 그레이트 오션 로드와 12사도상은 숨막혔다. 모든 아름다움의 기준이 단박에 리셋된 기분. 해안을 따라 줄지어선 12사도들과 절벽은 햇빛을 받아 마치 거대한 치즈케이크처럼 빛났다. 145달러로 즐기는 15분간의 호사. 조종사가 말했다. “2015년 12사도상 중 여덟 번째 상이 무너졌다. 남아 있는 건 7개뿐이다.”

150년쯤 지나면 남은 사도들도 세상에 없을 것이다. 사라지는 것은 아름답다.


호주 멜버른에는 목장지대가 끝도 없이 펼쳐졌다. 약 300㎞ 구간의 구릉지대에서는 양떼와 검은 소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 빽빽하게 들어찬 가축과 숨막히는 냄새를 떠올리게 하는 한국의 산업형 목장과는 대조적인 풍경. 가이드의 호주 예찬에 자부심이 묻어났다. “대학에 굳이 갈 이유가 없다. 기술직, 전문직 수입이 오히려 대졸 사무직보다 높다. 카페에서 서빙만 해도 시간당 2만원은 벌 수 있다.”

부모가 아이에게 ‘공부하라!’ 소리를 하지 않는 나라가 호주다. 주말만 되면 가족들은 놀러갈 궁리하기에 바쁘다. 집값을 충당하기 위해 돈을 모으지도 않는다. 잘 정비된 연금시스템이 노후를 보장해준다.

과거와 현대를 빨아들인 ‘시간의 블랙홀’

‘호주의 여유’가 멜버른에 농축돼 있었다. 200여 개국 다민족 국가와 그만큼의 나라에서 온 이방인들이 뒤섞여 보고 먹고 즐겼다. 1788년 영국의 아서 필립이 죄수들을 이끌고 식민지 대륙에 처음 이주한 지 230년, 경제사범들의 유배지로 불렸던 호주는 여유와 안락을 즐기려는 세계인의 힐링 공간으로 변모했다.


도시 멜버른은 과거와 현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다가 어느 순간 멈춰버린 듯했다. 1800년대에 구운 붉은 벽돌로 지어진 염색공장의 천장을 뚫고 고층 콘크리트 주상복합이 우뚝 서 있었다. 그 공장은 아파트로 통하는 입구 역할을 했다. 입구에 들어서면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대식 카페 인테리어가 눈을 자극한다. 안과 밖의 대조. 역사를 지키려는 호주인들의 노력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이곳에선 오래된 건물을 완전히 부술 수 없다. 최소한 외벽은 남겨놔야 하는 게 이곳의 법률”이라는 게 가이드의 설명이다.

골목은 같은 듯 달랐다. 호시어 레인(골목)은 호주의 자유로운 영혼을 모두 불러모은 거대한 캔버스였다. 그들은 어느 때곤 뿌리고 칠한다고 했다. 골목은 새로운 작품으로 늘 태어났고 사라졌다. 형형색색의 그래피티(낙서)가 가득한 ‘미사거리’(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촬영장소)엔 중국인 관광객이 넘쳐났다. 가이드는 “미사거리는 멜버른 호시어 레인의 여러 그래피티 골목 중 하나였는데, 한국 드라마에 나오면서 어느 날 갑자기 떴다”며 “최근엔 유명 외국인 방송인인 샘 해밍턴과 아들 윌리엄이 다녀가면서 다시 한 번 관심을 받는 것 같다”고 했다.

골목의 또 다른 용도는 카페다. 모닝커피를 한가로이 즐기는 이들과 이 풍경을 들여다보는 관광객들이 작은 의자와 테이블에 앉아 휴대폰을 보거나 밥을 먹었다. 상인과 손님들은 자주 시선이 마주쳤다. 그들은 시선을 피하지 않고 웃었다. 그들도 이방인을 관찰하고 즐겼다.

공짜 트램으로 멜버른 한 바퀴

거리에는 트램(궤도전철)들이 오갔다. 시속 30㎞ 안팎, 택시들이 40㎞ 안팎의 속도로 트램을 피해 거리를 누볐다. “호주엔 교통사고가 거의 없다”고 가이드는 말했다. 서울에선 고막을 찢을 듯한 흔한 경적소리가 멜버른에선 귀했다. CCT(city circle tram)로 불리는 트램은 멜버른의 주요 교통수단. 시민들은 물론 먼 이국에서 온 관광객까지 탑승이 무료다. 1시간~1시간20분이면 멜버른 외곽을 따라 주요 지역을 한 바퀴 돌 수 있다. 1800년대 후반에 취역한 1세대 트램부터 전자제품 광고판으로 변신한 3세대 트램이 궤도를 함께 달리는 모습은 진풍경. 트램에도 과거와 현재가 공존했다.

트램의 궤도를 따라가다 보면 한국의 서울역과 비슷한 광장과 역사가 나온다. 플린더스 스테이션 스트리트라고 부르는 명소다. 이 역사의 서편을 연결하는 다리(프린세스브리지)를 건너면 예술의 거리다. 사시사철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빅토리아 갤러리와 뮤지컬 공연이 이어지는 해머홀 등이 빼곡하다. 그중에서도 높이 115m에 달하는 아트센터의 뾰족한 철탑이 눈길을 끈다. 철탑의 아랫부분은 여성의 치맛단을 형상화한 작품. 가이드는 “호주에서 가장 많은 공연장과 전시장이 멜버른에 모여 있다”고 전했다.

프린세스브리지 아래를 흐르는 야라강 하류로 시선을 옮기다 보면 세계 4대 메이저 테니스 대회인 호주오픈이 열리는 멜버른파크가 눈에 들어온다. 근처에는 호주인의 국민 스포츠 크리켓 구장이 자리잡고 있다. 야라강 주변 노천 카페에도 와인과 맥주맛을 즐기려는 관광객이 가득했다. 메뉴판을 보기 위해 다가서면 카페 여종업원이 다가와 ‘니하오’라고 웃으며 인사한다.

‘없는 게 없는’ 퀸 빅토리아 마켓

시장 탐방은 빼놓을 수 없는 묘미. 가장 먼저 들른 곳이 오래된 아케이드다. 1892년 건립된 블록 아케이드와 1878년 세워진 로열 아케이드. 패션잡화와 공예품, 액세서리, 서적, 화장품, 생활용품 가게가 빼곡했다. 무언가를 사려는 이보다 오래된 건물을 감상하려는 ‘윈도 쇼핑객’이 많아 보였다. 건물 중앙으로 들어서자 중정 유리창으로 새어 들어오는 햇빛이 은은했다. 그 사이에 또 다른 골목들이 숨어 있었다. 사람들은 작은 의자에 앉아 오트밀과 베이컨, 계란, 커피를 즐겼다.

도심가를 조금만 벗어나면 전통시장이 나온다. 130년 된 전통시장 ‘퀸 빅토리아 마켓’이다. 명동 거리를 걷다 동대문시장에 갑작스럽게 온 듯한 느낌. 7만㎡ 정도에 세워진 단층 가건물 내부엔 ‘스톨’이라 불리는 노점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 없는 게 없는 한국의 벼룩시장을 떠올리게 하는 풍경이다. 다른 건 식료품과 과일가게 레인이 함께 붙어 있다는 정도. 매주 수요일 저녁은 세계의 산해진미가 가득한 야시장이 열린다. 다양한 꼬치구이부터 국수, 덮밥, 볶음밥, 해산물 샌드위치, 도넛류는 물론 다양한 와인과 커피, 디저트를 5000~2만원 정도면 즐길 수 있다. 야시장은 새벽까지 불야성인 한국과 달리 밤 10시면 문을 닫는다. 가이드는 “퀸 빅토리아 마켓이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노점 특혜 논란이 일었다. 시는 매년 추첨을 통해 노점상을 열 기회를 시민들에게 골고루 나눠주고 있다”고 말했다.

멜버른=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여행정보

시드니와 달리 멜버른은 국적기 직항이 없다. 저비용항공사들이 말레이시아, 중국 등을 거쳐 멜버른을 오간다. 아시아 관광객 급증으로 멜버른 공항도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게 현지 가이드의 설명. 한국만 해도 올해 1~6월 5만7800여 명이 멜버른을 찾았다. 아시아 최대 저비용여행사인 에어아시아는 이런 점을 감안해 아발론 공항을 대체 기착지로 택했다. 다음달 4일부터 취항할 예정이다. 멜버른 시내까지 45분, 그레이트 오션 로드까지 35분이 걸리는 등 접근성이 좋아서다. 한적한 교외라 혼잡함도 덜하다.

인천에서 아발론까지 가는 시간은 대략 20시간(쿠알라룸푸르 경유 5시간30분 포함), 아발론에서 인천까지 오는 시간은 대략 18시간(쿠알라룸푸르 경유 3시간20분 포함)가량이다. 항공사 티켓 세일 정보와 에어비앤비(공유숙박) 등을 잘 할용하면 4인 기준 550만원 안팎(4박6일)의 알뜰여행을 설계할 수도 있다.

교통법규=호주는 교통법규가 엄격하다. 렌터카를 빌렸을 때 주의할 점은 속도 준수와 안전벨트 착용이다. 과속하다 현장에서 걸리면 1000달러가 넘는 과태료를 낼 수 있다. 안전벨트를 매지 않으면 운전자가 300달러를 내야 한다. 속도 측정기가 곳곳에 숨어 있기도 하거니와 사복경찰이 스피드건으로 기습 측정을 할 때도 있다. 또 다른 위험 요소는 ‘로드킬’이다. 야간 운전에는 특히 자이언트 캥거루 등 대형 동물과 부딪칠 가능성이 상존한다. 차량 파손은 물론 교통상해까지 입을 수 있다.

호주 물가=호주의 물가는 난해하다. 밥값은 관광지로 갈수록 1.5~2배 비싸다. 그런데 접시에 담겨 나오는 양을 보면 이해가 갔다. 한국에서 나오는 것보다 적어도 1.5~2배는 큰 크기의 요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햄버거(8000~1만원)도 혼자 먹기가 벅찰 정도로 컸다. 그러니 비교하기 어렵다. 지하철과 버스는 우리돈 2000~3000원쯤 됐지만 트램은 공짜여서 싸고 비쌈을 논하기가 난감하다. 물 한 병이 버스, 전철비 수준이었고 소주가 1만2000원, 맥주가 8000원쯤 했으니 비싸다. 하지만 소, 돼지, 닭고기 등 육류는 절반 이하, 당도 높은 과일값은 한국보다 최소 70%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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