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탐구] 손태승 우리은행장, 고교 때 성문종합영어 15번 독파…통역없이 해외 IR

입력 2018-11-13 18:09  

'외유내강 리더십'으로 최대 실적…지주 회장 '겹경사'

1987년 입행 뒤 32년 '뱅커 외길'
능력 인정받아 최연소 전략기획부장
지주 설립·해체·재출범 모두 도맡아
해외업무만 10년 담당한 국제금융통

3분기까지 역대 최대 순이익 이끌어
"계열사 시너지로 1등 금융그룹 도약"



[ 안상미 기자 ]
손태승 우리은행장(59)은 지난 1년이 화살 같았다고 했다. 너무나 많은 일이 일어났고 큰 변화가 생겼다는 얘기다. 우리은행은 작년 11월 채용비리 의혹에 휩싸이면서 전임 행장이 갑작스럽게 사퇴했다. 손 행장은 미처 준비할 겨를도 없이 행장직무대행을 맡았다. 그리고 한 달 뒤 우리은행장에 선임됐고, 그로부터 1년도 채 안 돼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됐다. 손 행장은 내년 한 해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우리은행장을 동시에 수행한다.

손 행장은 1987년 한일은행에 입행해 지난 32년간 은행 경력을 차곡차곡 쌓아 행장까지 오른 ‘정통 뱅커’다. 이 기간 그는 외환위기로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해 한빛은행(우리은행 전신)이 탄생하고, 우리금융지주가 세워졌다가 해체되고, 민영화 추진으로 계열사가 매각되는 등 많은 일을 겪었다. 그는 전략통이자 글로벌 뱅커로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1년의 최고경영자(CEO) 기간에 타고난 소통능력과 집중력을 바탕으로 우리은행의 조직 불안을 해소하고 사상 최대 실적도 이끌었다.

‘최연소’ 전략기획부장…출퇴근 지하철이 사무실

손 행장은 우리은행의 최연소 전략기획부장이었다. 지주 설립 때 실무를 담당한 공을 인정받아 2003년 부장으로 승진했을 때 나이는 마흔넷이었다. 전략기획부장은 임원 승진 1순위다. 이를 ‘젊은 나이’에 맡았다는 것은 일찍부터 은행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얘기다. 손 행장은 “지주 설립 전례가 없다 보니 관련 규정 하나하나를 새롭게 만들어야 했다”며 “밤새도록 미국 일본 등의 사례를 들여다보면서 맨땅에서 헤딩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손 행장은 최연소 전략기획부장이었지만 전략부터 경영지원, 경제조사, 성과평가, 신사업 등 7개 업무를 모두 맡았다. 업무량이 많다 보니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했다. 하지만 그의 일처리는 한 치의 오차도 없었던 것으로 정평이 났다. 그는 “매일 검토해야 할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였다”며 “평소 업무시간에는 챙겨볼 틈이 없다 보니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 서류업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매일 지하철 4호선을 타고 출퇴근하는 1시간20분이 가장 집중이 잘되는 시간이었다고 귀띔했다.

수준급 영어실력까지 겸비한 ‘글로벌 뱅커’

손 행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글로벌 전문가다. 미국 뉴욕지점과 LA지점장 등 해외지점 근무 및 글로벌사업본부장과 부행장, 글로벌부문장까지 합치면 글로벌 업무만 10여 년이다. 우리은행은 2014년 12월 손 행장이 글로벌사업본부장을 맡은 이후 작년 말까지 해외 총자산은 147억달러에서 215억달러로 46% 늘었다. 영업수익도 2억8000만달러에서 4억1000만달러로 연평균 7.3% 성장했다.

인도네시아 소다라은행 합병, 미얀마 마이크로 파이낸스 인스티튜션(MFI)과 필리핀 저축은행 웰스뱅크 인수, 베트남 현지법인 설립, 인도 지점 개설 등이 손 행장이 추진한 성과물이다. 우리은행은 국내 은행 중 가장 많은 26개국 420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그는 은행이 ‘우물 안 개구리’처럼 국내 영업에만 치중해선 성장할 수 없다고 보고 무대를 글로벌로 옮겼다. 손 행장은 해외 점포 수를 늘리기보다 현지 금융회사를 인수합병(M&A)함으로써 압축성장을 이루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전략기획부터 자금본부, 영업본부, 글로벌그룹에 이르기까지 업무 전반을 두루 거쳤기 때문에 손 행장만큼 우리은행을 꿰뚫고 있는 사람도 없다. 손 행장은 지금도 외국 글로벌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직접 투자설명회(IR)도 진행한다. 통역 없이 직접 설명회에 나설 정도로 영어 실력이 수준급이다. 손 행장은 “고교 시절 친한 친구와 영어 실력을 겨루면서 성문종합영어를 15번 이상 독파한 게 큰 도움이 됐다”며 “회화 실력은 뉴욕지점 근무 때 주말마다 대학을 다니면서 많이 향상됐다”고 전했다.

조직 쇄신·화합으로 7대 취임 과제 조기달성

“합리적이고 침착하게 직무대행을 수행한 데다 조직을 빠르게 안정시킬 수 있는 리더십과 경영능력이 있다.” 작년 11월 우리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밝힌 손 행장의 선임 이유다. 1년도 채 안 된 기간이지만 임추위의 판단은 정확했다. 손 행장은 조직쇄신을 통해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조기에 경영 정상화를 이끌었다. 당시 우리은행 내부에선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계파 갈등이 심했다. 손 행장은 평소 온화한 성품에다 해외지점과 글로벌 분야에 오랫동안 근무해 갈등에서 한발 물러나 있었고, 덕분에 조직 화합을 수월하게 이끌 수 있었다. 이 같은 소통과 화합을 통해 노조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으며 사외이사들의 만장일치로 우리금융 회장에 추대됐다.

조용하지만 강한 손 행장의 리더십은 올해 우리은행을 사상 최대 실적으로 이끌었다. 작년 말 손 행장이 내놨던 7대 수행 과제 역시 조기에 달성하는 추진력을 보여줬다. 당시 제시했던 △지주사 전환 △안정적인 수익 기반 확보 △포용금융 선도 △소통과 화합 △인사제도 혁신 △디지털 금융혁신 기반 구축 △글로벌 진출 등 7개 모두 성과를 냈다는 게 우리은행 측 설명이다.

특히 내년 1월엔 우리은행이 창립 120주년을 맞이하는 데다 4년 만에 우리금융지주로 재출범한다.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의 CEO를 겸직하는 손 행장의 소회는 남다르다. 지주를 두 번 설립하면서 설립과 해체 모두 직접 수행했기 때문이다.

손 행장은 “‘1등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려면 보험, 증권 등 각 계열사 시너지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며 “우선 출범 첫해는 작은 계열사들부터 M&A에 나서면서 안정적으로 지주체제를 구축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손태승 행장 프로필

△1959년 광주 출생
△1978년 전주고 졸업
△1983년 성균관대 법학과 졸업
△1986년 서울대 대학원 법학과 석사
△1987년 한일은행 입행
△2003년 우리은행 전략기획부장
△2006년 우리은행 LA지점장
△2010년 우리금융지주 상무
△2012년 우리은행 관악동작영업본부장
△2014년 우리은행 자금시장사업단 상무
△2015년 우리은행 글로벌사업본부 부행장
△2017년 우리은행 글로벌부문장
△2017년 12월~ 우리은행장


■전국 영업본부 돌며 직원 목소리 경청…"1년 만에 4500㎞ 다녔죠"

경영철학은 '소통과 화합'

손태승 우리은행장(사진)이 추구하는 리더십은 ‘소통과 화합’이다. 소통과 화합은 손 행장이 작년 하반기 혼란스러웠던 우리은행 내부 조직을 빠르게 추스를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손 행장이 취임하자마자 내놓은 슬로건은 ‘우리 다 함께(Woori All Together), 모두 새로운 우리(All New Woori)’였다. 행장직무대행을 맡은 시점부터 조직의 소통과 화합에 그의 역량을 집중했다.

그는 1년여에 걸쳐 전국 지점을 모두 돌며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손 행장은 “전국 46개 영업본부를 돌면서 4500㎞를 다녔다”며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직접 듣고 해소방안을 찾고자 노력한 게 자연스럽게 성과 향상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손 행장이 ‘소통 경영’을 강조하면서 가장 먼저 실천에 옮긴 것이 인사(人事)다. 작년 말 취임 직후 특별방송을 통해 인사의 기본원칙과 방향을 전 직원에게 공개하고, 객관적이고 투명한 인사를 약속했다. 은행 내에서 인사는 가장 민감한 사항이면서 비공개로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손 행장은 직원들과 공유한 것은 물론 직원의 개선 의견까지 수렴했다. 은행 내 소외계층으로 비칠 수 있는 청소·경호·설비 등 용역 직원들의 민원까지 귀담아듣고 처우 개선에 나서면서 우리은행 조직 문화에 소통과 화합이 빠르게 정착될 수 있었다는 게 직원들의 전언이다.

손 행장의 이 같은 경영철학은 취임 1년여 만에 성과를 드러냈다. 올 3분기까지 거둔 순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38% 늘어난 1조9034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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