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느긋하게, 대만의 속살을 만나다…순수한 매력 지닌 ‘장화·루강’

입력 2018-11-21 09:51   수정 2018-11-21 10:04


쌀쌀한 겨울이 다가오면 따뜻한 남쪽 나라가 그리워진다. 그중에서도 인기 여행지 중 하나가 대만이다. 지난해 대만을 찾은 한국인 여행객은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고, 올해도 끊임없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보통 한국인은 수도 타이베이를 중심으로 한 대만 북부지역으로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중부 지역에서도 매력 넘치는 여행지를 발견할 수 있다. 장화(彰化)와 루강(鹿港)은 순수한 현지인들, 인상적인 영화 촬영지, 다채로운 자연경관과 독특한 문화 등 한국인이 좋아할 만한 요소로 가득한 곳이다. 바쁘지 않고 느긋하게 다닐 수 있는 곳, 화려한 거리보다는 좁은 뒷골목이 더 살갑게 다가오는 장화와 루강으로 떠났다.

■아장로우위엔 - 그 시절, 그 기억을 찾아서
“그때 날 좋아해줘서 고마워.” “나도 널 좋아하던 그 시절의 내가 좋아.”
2011년 개봉한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대만을 배경으로 제작된 로맨스 멜로 영화다. 수많은 한국 영화팬의 감성을 자극한 이 영화는 대만 중부의 장화현(彰化縣)에서 많은 장면을 촬영했다. 감독의 고향이기도 한 장화는 타이베이에서 남쪽으로 약 70㎞ 정도 떨어져 있다.

장화를 찾은 영화팬이라면 아장로우위엔(阿璋肉圓)은 필수 코스다. 장화 역에서 도보로 5분이면 닿는 곳으로 영화 속 장면을 추억하고 명물인 로우위엔도 맛볼 수 있다. 골목에 있지만 영화 출연진의 입간판이 있어서 찾기가 쉽다. 교복을 입고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배우들의 모습이 정겹다. 매장 건너편에는 분점도 있는데 영화 배경으로 등장한 이후 인기가 많아져 확장한 것이라고 한다.

장화의 로우위엔은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피 안에 돼지고기와 버섯 등으로 속을 넣고, 찜기에 넣어 익힌 뒤 기름에 튀겨낸다. 현지인들은 쫄깃한 피를 먼저 먹고 그릇에 맑은 육수를 부어 탕처럼 먹기도 한다. 1개에 45대만달러(약 1640원)로 간식으로 먹기에 큰 부담이 없다.

■팔괘산대불풍경구 - 거대 불상과 환상적인 일몰을
장화를 대표하는 여행지는 팔괘산대불풍경구(八卦山大佛風景區)다. 아장로우위엔을 기점으로 삼는다면 차로 10분 거리에 있으니 함께 둘러보기 좋다.

팔괘산 풍경지구에는 높이가 23m에 달하는 대불이 있는데 1961년에 완공된 것이다. 보통 황금색으로 칠한 불상과 달리 검은색이며, 커다란 돌사자, 대형 야자수와 어우러진 모습이 이채롭다. 대불 안으로 들어가면 소원을 비는 곳과 석가모니의 일생을 인형으로 구현한 전시실 등이 있다. 대불 건너편에는 분수와 270도 시야를 제공하는 전망대가 있는데 여기서 보는 일몰이 유명하다. 태양이 장화 시내를 붉게 물들이다 사라지는 장관을 만날 수 있으니 해지는 시간을 알아보고 방문하면 더 감성적인 여행이 될 것이다.

대불상 근처의 팔괘산 스카이워크(Baguashan Skywalk)에서 즐기는 산책도 추천할 만하다. 팔괘산에서 시작해 연꽃 생태 공원, 순교자 신전, 야구 경기장, 장화 예술 고등학교 등을 통과하면서 리빙아트센터까지 이어지며 약 30분 정도 소요된다. 대만에서 가장 긴 스카이워크로 약 1005m 길이에 최대 높이는 16m에 달한다. 숲과 도시를 동시에 통과하는 길을 여유롭고 느긋하게 걷다 보면 장화의 매력을 더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선형차고 – 희귀한 부채꼴 기차 차고의 정취
장화의 명물인 선형차고(扇形車庫)는 1922년에 지어진 것으로 철도 애호가를 위한 꿈의 공간이라 할 만하다. 선형차고란 부채꼴 기차 창고라는 뜻인데 기차를 유지 보수하는 시설이라서 ‘기관차 호텔‘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12칸의 기차 차고 앞에는 턴테이블처럼 생긴 동그란 회전대가 있으며, 그 위에 기차를 올려서 차고에 입고시킨다. 예전의 증기 기관차는 운전대가 한 방향밖에 없었다. 회전대을 통해 방향을 바꿔야만 차고에 들어갈 수 있었기에 이런 독특한 시설이 만들어진 것이다.
대만에서 선형차고가 실제로 운영되는 장소는 이곳이 유일하다. 증기 기관차 전성기 시절에 이런 선형차고가 많이 생겼으나, 이제 기관차가 어느 방향으로든 쉽게 움직일 수 있게 되면서 1990년대 초에 모두 사라졌다. 다행히 장화 선형차고는 시민들이 보존 캠페인을 벌여서 화를 면했고, 지금은 역사적 유물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곳에서는 E100, E300 전기 기관차, R20, S300 디젤 기관차를 비롯해 CK101, CK124 등의 증기 기관차 모델을 볼 수 있다. 창고 지붕에는 24개의 굴뚝이 있는데 증기 기관차가 운영되던 시절에 연기를 배출하던 흔적이다. 월요일은 휴무이며, 평일에는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휴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공개한다.

■루강 라오지에 - 타임머신 타고 과거로

장화에서 서쪽으로 15㎞ 떨어진 루강(鹿港)은 청나라 시대부터 중국과 교역하던 대만의 3대 무역항 중 하나였다. 중국 푸젠성의 한족들이 대거 이주했고 푸젠성의 생활양식이 반영된 건물들이 세워졌다. 전성기를 누리던 도시는 점차 쇠락한다. 항구에 퇴적물이 쌓여 배가 정박하기 어려워지면서 루강은 항구의 기능을 상실했고, 일제강점기 시절에 물자 수송을 목적으로 개설된 철도가 지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번영했던 시절의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골목길은 루강을 고색창연한 도시로 만들고 있다.

그 흔적을 가장 강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은 루강 라오지에(鹿港老街)다. 과거 번화했던 상업거리였던 곳이자 청나라 때부터 건너온 푸젠성 사람들의 건축물이 남아 있어 예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반변정(半邊井)은 담을 경계로 길가에 삐죽 나와 있는 우물이다. 예전에 우물은 부잣집에서나 쓸 수 있었는데, 이 집의 주인이 마을 사람들을 위해 반을 내놓은 것이다. 그 시대에도 따스한 인정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장소.
라오제는 야오린제(瑤林街)에서 푸터우제(?頭街)까지 약 3㎞ 정도 이어지며, 각종 먹거리, 음료수, 의상, 공예품 등을 파는 상점이 많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용산사 - 대만을 대표하는 사찰

루강의 용산사(龍山寺)는 대만에 있는 5개의 용산사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사원으로 현재 국가 1급 고적으로 보호되고 있다. 1653년 본토에서 이주 온 이민자들이 오직 나무만 이용해서 건립했다. 북송 시대의 궁전을 본뜬 건축 양식은 우아하고 독특한 멋을 뽐내고 있으며 미적으로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오문전 천장에 있는 팔괘조정(八卦藻井)은 그 정교한 공예기술 때문에 지나는 사람들마다 목을 뒤로 꺾고 감상하기 바쁘다. 여기서 말을 하면 울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공연이나 연주회도 열린다. 정원에는 수령 200여 년의 반얀트리 두 그루가 대칭으로 심어져 그윽함을 더하고, 정전에는 참배객들이 무릎을 꿇고 진지하게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느긋하게 경내를 거닐며 절의 현판 글씨부터 각종 조각, 고풍스러운 건물, 조각상을 감상하다 보면 오랜 미술관을 방문한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텐허우궁 - 바다의 여신을 만나요

예전 푸젠성에서 이주 온 중국인들은 새로운 환경에서 겪는 어려움을 종교에 의지해 버텼다. 텐허우궁(天后宮)은 바다의 여신 마조(?祖)를 모신 사원으로 대만 전국 600여개의 텐허궁 중에서도 총본산으로 꼽힌다. 현재 대만 각지에 있는 마조신은 모두 여기서 퍼져 나간 것이다. 배를 이용하여 교역하는 화교들은 마조를 열렬하게 숭배한다. 루강의 텐허우궁에 신도들이 일 년 내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텐허우궁에 도착한 날에는 엄청난 굉음을 내며 터지는 폭죽 소리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다른 절에서 이곳의 마조 신에게 문안 온 신들의 행차 장면을 마주친 것. 신이 방문하는 행사를 본 방문객은 신기해서 연신 사진을 찍지만, 신도들은 경건하기만 하다. 대만 민간에서 널리 신봉하는 여신이 어떤 사랑을 받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곳.

■루강 예술촌 - 일본식 건축물 안에 녹인 예술혼

루강 예술촌(鹿港桂花巷藝術村)은 과거 일본 관료들의 숙소로 쓰이던 곳을 리모델링해 예술촌으로 탈바꿈시킨 곳이다.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건물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옛 일본 식민지 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든다. 이곳에서 서예가, 조각가의 작업물을 비롯해 각종 공방, 카페, 갤러리 등을 만날 수 있다.

사자탈을 제작하는 곳에 들어가면 입구에서 무게 100㎏에 육박하는 대형 탈을 볼 수 있다. 화려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탈을 직접 제작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예술적인 감흥을 느끼고, 지인이나 가족을 위한 기념품도 살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모루샹 - 남녀가 스치면 인연이 되는 길
100m 정도의 짧은 골목길인데 최소 폭이 60㎝로 매우 좁은 모루샹(摸乳巷). 과거 많은 집이 빼곡하게 지어졌을 때 화재를 피하고자 이러한 길이 생겼다. 들어갈수록 폭이 점점 좁아지는데 안으로 들어갈수록 답답할 지경이다. 이러다 맞은편에서 사람이라도 오면 당황스러운 일이 벌어진다. 서로 지나가다 ‘가슴이 스치는’ 길이 되어 버리는 것. 낯선 이와 잠시나마 친밀감을 느낄 수도 있어서인지 모루샹에서 남녀가 스쳐 지나가면 인연이 된다는 이야기도 내려온다.

■버섯마을 – 건강과 미식을 챙기는 여행

루강에서 차로 30분 정도 내려가면 버섯마을(魔?部落)에 닿는다. 버섯을 테마로 한 관광형 농장으로 재배 시설 견학 프로그램부터 생태 공원, 어린이 기차, 버섯 전시장, 쇼핑점 등이 운영 중이다.
가이드를 따라 다양한 종류의 버섯을 키우는 공장 내부를 견학할 수 있는데 온도, 습도를 제어하는 전자동 시설에서 까다롭게 버섯을 관리하고 재배하는 현장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버섯은 커피, 화장품, 음료, 스낵, 면 등으로 가공돼 판매되며, 내부에 마련된 식당에서 버섯 피자, 전골 샤브샤브 요리 등도 먹을 수 있다.

전골 요리는 매운 홍탕이나 맑은 백탕을 기본으로 갓 생산한 각종 버섯, 채소와 고기를 넣어 먹는 것으로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반까지 식당을 운영한다.

■여행정보
타이베이 역에서 고속철을 타면 장화 역까지 1시간 16분 정도 걸린다. 장화에서 루강은 택시나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장화 역 맞은편에 있는 버스터미널에서 루강까지 가는 6936번 버스가 다닌다. 장화에서 루강까지는 약 30분이 걸린다. 루강에는 호텔, 백패커스, 게스트하우스 등이 있는데 호텔도 평일에는 1박에 10만원 대로 머물 수 있어 합리적이다.

대만 장화=텐아시아 김명상 기자 terr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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