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이탈하고, 中企는 도산 위기…脫원전에 무너지는 원전 생태계

입력 2018-11-28 17:52  

한수원이 개발한 한국형 경수로
美서 승인…완공 후 가동도 못해

두산重 인력 1년새 265명 줄어
"10여년 내 인력 1만명 사라질 것"



[ 조재길 기자 ] 한국수력원자력이 개발한 한국형 가압경수로 ‘APR1400’은 지난달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서 표준설계승인을 받았다. 2014년 승인을 신청한 지 약 4년 만이다. 원자로를 다각도로 평가한 결과 안전 요건을 모두 갖췄다는 게 NRC 측 설명이다. APR1400의 NRC 승인은 미국 외 원전으론 최초다.

하지만 이 설계를 적용한 신고리 4호기는 작년 10월 완공됐는데도 아직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규제당국의 심사 절차가 완료되지 않아서다. 하루 손실액만 약 2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국내 모든 원전에 대한 안전성 조치가 대폭 강화됐다”며 “이대로라면 신고리 4호기는 내년 8월 가동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원전산업 곳곳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명이 4년 이상 남아 있는 월성 1호기 원전을 조기 폐쇄하고, 수천억원이 투입된 신규 원전의 건설을 백지화한 게 직격탄이 됐다는 분석이다. 원전업계에선 우수인력 이탈이 가시화하고 있는 만큼 ‘설계-시공-운영’의 가치사슬이 와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원자로 제조업체인 두산중공업의 발전부문 인력은 작년 9월 4715명에서 1년 만에 265명(5.6%) 순감했다. 두산중공업은 그동안 5000억원 이상 투입해 원자로와 증기 발생기, 터빈 발전기 등 원전 주요 부품을 생산해왔다. 정부가 신한울 5·6호기마저 최종 백지화하면 이 회사의 원전 인력 1000여 명이 실직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국내 유일의 원전 운영업체인 한수원, 설계업체인 한전기술 등의 전문인력 감축도 불가피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과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은 최근 발표한 ‘원전산업 생태계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수출이 없으면 올해 약 3만9000명의 인력이 2030년 2만6700명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병기 한수원 노조위원장은 “자체 분석 결과 2022년부터 한수원에서만 매년 300명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며 “일감이 갈수록 적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원전 협력업체들의 사정은 훨씬 좋지 않다”고 말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탈원전 정책으로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하는 원전 중소기업의 도산이 현실화할 수 있다”며 “원전 수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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