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냉난방 걱정 無"…전원주택 안부러운 패시브 농막

입력 2018-12-02 07:00  

김경래의 전원생활 문답 (14)



산골짜기 아침볕이 유리알처럼 맑고 상쾌하다. 김장하는 날이다. 이재철 안순이 씨 부부는 배추를 다듬고 양념을 준비하느라 어제부터 바빴다. 도우러 멀리 서울서 언니가 왔고 가까이 사는 작은 어머니도 새벽부터 와 조용하던 집이 오랜만에 왁자지껄하다.

소금에 숨이 죽은 배추 잎을 뒤집어 늦가을 햇살에 버무려진 김치 속을 넣는다. 보는 것만으로도 맛나고 싱그럽다. 귀농 첫 해 농사지은 배추로 담그는 김장이다.

충북 제천 봉양읍 옥전리는 오지로 유명하다. 구학산 자락에서 흘러내리는 옥전천을 따라 마을의 집들이 띄엄띄엄 보인다. 조선말 천주교 박해를 피해 교인들이 은둔했던 배론성지가 바로 옆에 있다. 화를 피해 온 사람들이 살던 외진 마을에는 오래 전 화전민들이 살았지만 지금은 도시서 귀촌한 사람들의 집이 더 많다.

마을 입구에는 ‘한방명의촌’이 있고 가장 안쪽 골짜기에는 과학체험교육을 하는 ‘별새꽃돌과학관’이 자리 잡고 있다. 모두들 청정한 자연환경을 따라 들어온 시설들이고 사람들이다.

마을의 가장 안쪽 산 밑에 이재철씨가 태어난 본가 터가 있다. 이 씨는 이곳서 살며 마을 입구에 있는 초등학교와 읍내에 있는 중학교를 걸어 다녔다. 세 시간 넘는 길이었다. 그런 오지 중의 오지다 보니 마을의 젊은 사람들 대부분은 일찌감치 도시로 떠났다.

이 씨도 열일곱 나이에 대구로 갔다. 그곳서 결혼을 하고 사업을 하며 살만해 졌을 때 고향 생각이 났다. 부모님이 남겨 놓은 천 여 평의 밭이 있어 관리를 위해 드나들다 자연스럽게 귀농을 결심했다. 작은 산골짜기 마을이라 모두 친인척이고 친구라 불편함이 없었다. 그렇게 고향으로 돌아오는 데 40여년의 시간이 걸렸다.

귀농을 준비하며 밭 가장자리에 비닐하우스를 짓고 표고버섯을 길렀다. 올해는 들깨를 재배했는데 이것저것 빼고 나니 손해다. 큰 재미를 볼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지만 그래도 섭섭하다. 농사지어 이익을 낸다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실감한다.

손에 잡히는 것이 있으면 지금이라도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아예 옮겨올 판인데 아직 그걸 찾지 못하고 있다. 본격 이사 오는 것을 미루고 도시와 오가며 살고 있다. 대구에 있는 집을 정리하지 않고 아내 안순이 씨가 직장생활을 하는 아이들과 살고, 남편 이 씨만 우선 귀농해 일 년간 농사를 지었다. 살 집을 지으려했던 계획도 보류하고 자신의 밭에 임시거처를 위한 농막을 설치했다. 개발행위허가나 농지전용허가 등을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집 짓는 것보다 훨씬 쉬웠다.

말이 농막이지 실제는 패시브하우스다. 농막의 용도는 주택이 아닌 농사용 창고다. 농사를 짓는 사람이 자신의 농지에 간단한 신고만으로 설치가 가능하다. 대신 바닥면적이 20㎡를 넘지 않아야 한다.

이 씨 부부는 농막을 짓기 위해 여러 주택 업체를 찾아다녔다. 이동식주택을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곳부터 동네에 있는 컨테이너박스로 지은 집도 보았다. 그런 것들은 가격은 싼데 자재의 사용이나 단열 등이 많이 부실했다. 견고성도 떨어졌다.

나중에 대구 생활을 정리하고 이곳으로 이사하면 살림집을 지어야 하는데 그 때는 별채로 사용할 것까지 생각해 짓는 농막이다 보니 신경을 많이 썼다. 그러다 만난 곳이 패시브하우스를 전문으로 짓는 주택업체다.


업체에서는 농막을 패시브하우스처럼 지으면 비용이 많이 든다며 이동식으로 지어 파는 집을 구입 설치할 것을 권했다. 집 별채 용도까지 생각한다 하자 '패시브농막'을 지어주겠다 했다. 패시브하우스가 아닌 패시브농막은 선택부터 그런 정성이 들었다.

폭 3m, 길이 6.5m 크기의 이 농막은 난방설비를 하지 않아도 실내 온도를 20℃ 정도로 유지할 수 있는 패시브하우스의 공법과 자재, 기능을 그대로 따랐다. 단열재는 물론 창에 많은 신경을 써 3중 유리로 된 독일식 시스템 창호를 채택했다. 열회수환기시스템도 달아 냉난방은 물론 실내공기질 관리도 가능토록 했다. 요즘처럼 미세먼지가 많을 때 아주 유용하게 사용한다.

이동식으로 지었지만 기초부터 다르다. H빔과 철골로 틀을 만든 위에 다시 목재로 베이스를 깔아 단열 후 바닥을 만들고, 그 위에 경량목구조를 세웠다. 일반 이동식주택들은 대부분 전기필름난방을 사용하지만 이 집은 건식온돌로 가스보일러를 쓴다.

땅 바닥에서 높게 설치했다. 나중에 집을 지었을 때 기초할 것을 생각해서다.

층고도 4.8m로 일반적인 이동식주택보다 높다. 복층으로 8.3㎡(2.5평) 정도의 다락을 넣었는데 성인 2명이 잠을 자기에 충분하다. 농막의 전체 사용면적은 28㎡(8.5평)이다. 이렇게 설치하는데 총 비용은 3900만원 들었다.


농막의 전면창을 크게 내 실내에 있어도 답답하다는 느낌이 없다. 저녁에 누워 있으면 큰 창 때문에 하늘이 훤히 보인다. 달도 뜨고 별도 뜨고 진다. 열 평도 채 안 되는 작은 농막이지만 그 속에 하늘이 있고 자연이 가득하다.

이재철 씨는 “내가 무슨 복이 있어 이런 행복을 누리는가?”를 생각하며 잠들고 깰 때가 많다고 한다. 시골에 살며 느끼는 조그만 농막에서의 행복이다. 도시에서는 어림도 없었던 기쁨이다.

* 전원생활 문답

[문] 농막은 어떻게 설치할 수 있나요?

[답] 농사용 창고인 농막은 주택이 아니기 때문에 건축법에 따른 건축신고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됩니다. 농지(지목이 전, 답, 과수원인 경우)에만 설치가 가능하고 농지전용허가(신고)나 개발행위허가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면사무소(주민센터)에서 가설건축물로 신고는 해야 합니다. 면적이 20㎡로 제한돼 있으며 전기나 수도 가스 등의 시설을 할 수 있습니다. 2017년 7월부터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도 농막 설치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화장실 사용이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데 지자체들마다 다르지만 최근에는 농막에서 정화조 설치도 가능하게 하는 분위기입니다.

[문] 농막으로 사용하다 나중에 주택으로 사용해도 되나요?

[답] 농막으로 사용하다 나중에 정상적인 집이나 주택의 별채 등으로 사용할 계획이라면 몇 가지 고민을 해야 합니다.

우선은 농막이 앉혀 있는 상태에서 개발행위허가과 농지전용허가를 받을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농막은 농지에 설치한 것이라 나중에 집으로 준공을 받아 사용하려면 농지전용허가와 개발행위허가 절차가 필요합니다. 이때 농지에 농막이 있는 상태로 농지전용허가나 개발행위허가가 가능한지를 지자체와 협의해야 봐할 것으로 보입니다. 농막을 치운 상태에서 주택지로 허가를 받고 허가 완료 후 다시 설치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또 건축법에 따른 주택의 단열규정을 지켜 지은 농막이라면 나중에 주택으로 준공을 낼 수 있겠지만, 단열규정을 맞추지 않고 단순히 농막용으로 지은 건물이라면 단열보완 등의 추가 공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농막은 땅바닥에 고정하면 안 되기 때문에 바닥에서 떨어뜨려 놓습니다. 하지만 주택인 경우에는 바닥에 고정돼야 하므로 농막으로 사용하다 주택으로 변경을 하려면 이런 공사도 해야 합니다.

글=김경래 OK시골 대표
정리=집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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