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PEF의 밸류업 사례탐구] 1. IMM PE의 한독 투자

입력 2018-12-06 11:06  

≪이 기사는 11월19일(15:2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14년 5월15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한독(옛 한독약품) 본사는 온종일 IMM 프라이빗에쿼티(PE)가 띄운 공지 한통으로 술렁였다. 전체 임직원들에게 IMM PE가 보유한 주식의 5%(17만주)를 주당 2만원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IMM PE는 한독 지분 30%를 가진 2대주주였다. 기업이 직원들에게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주는 경우는 드물지 않지만, 2대주주가 보유주식을 인센티브 차원에서 내놓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한독의 영업이익이 매년 늘어나고 있었던데다 IMM PE는 2014년 영업이익이 2012년과 비슷한 수준만 유지해도 행사를 보장하기로 해 ‘사두면 무조건 돈이 되는’ 옵션이었다. 2015년 옵션 행사기간 동안 한독 주가는 2만3400~4만600원에서 움직였고 옵션을 샀던 직원들은 약 24억원을 벌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IMM PE는 ‘인센티브 옵션’을 통해 임직원들의 의욕을 북돋우는 효과를 내는 동시에, 보유지분의 5%를 인수가(주당 1만5450원)보다 29% 높은 가격에 팔아 ‘사전 엑시트 효과’도 낼 수 있었다.

○업계의 위기는 한독에 기회

IMM PE가 한독의 2대주주가 된 건 2012년 10월. 김영진 한독 회장이 60년간 지켜온 가업을 이어가느냐 아니면 매각하느냐를 고심할 때였다. 합작파트너였던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아벤티스는 보유지분 50%을 팔아 제휴관계를 정리하려 했다. 김 회장이 독자적으로 인수하기엔 부담스러운 규모였다. 마침 한 글로벌 제약회사가 ‘사노피와 김 회장의 지분을 전부 인수하겠다’고 제안해 왔다. 하지만 김 회장은 부친(김신권 명예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가업을 접기가 못내 아쉬웠다.

M&A 전문 로펌인 KCL이 IMM PE를 소개한 게 이 즈음이었다. 당시 투자업계에서 제약업은 ‘본전만 건져도 천운’으로 여겨지던 분야였다. 400여개의 중소 제약업체가 이익률이 떨어지는 제네릭(복제약) 의약품 시장에서 이전투구식 경쟁을 벌였다. 2010년 11월부터 리베이트 쌍벌제(금품을 주고받는 쪽을 함께 형사 처벌)가 시행됐고, 2012년 정부가 건강보험재정 건전화를 목적으로 약가를 20% 낮추기로 해 업황도 최악이었다.

하지만 제약업 투자경험이 많았던 송인준 IMM PE 대표는 업계의 위기가 오히려 한독에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한독은 국내 제약사로는 드물게 리베이트 없이 성장해온 회사였다. 50년 가까이 글로벌 제약회사와 합작으로 운영되면서 엄격한 내부통제기준을 유지한 덕분이었다. 약가가 일괄적으로 20% 낮아지는 것도 한독에는 호재였다. 송 사장은 “모든 제약사들의 매출이 한 번에 20%씩 줄어들면 리베이트로 연명하던 영세 제약사는 도태되고 한독같이 깨끗한 회사가 부각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PEF와 손잡고 사업다각화 성공

2012년 9월26일 한독과 IMM PE는 사노피아벤티스로부터 지분 5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다. 한독이 20%를 사서 총 47.2%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되고, IMM PE가 나머지 30%를 사들여 2대주주가 되는 구조였다.

합작사 시절 한독은 아벤티스의 약품을 수입해 국내에 유통하는 전문의약품 회사였다. 김 회장과 IMM PE는 일반의약품(OTC), 제네릭의약품, 바이오의약품 등 3가지 시장에 진출해 한독을 종합 헬스케어 업체로 변신시키기로 했다. 전문 의약품 회사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회사이름도 ‘약품’자를 떼고 ‘한독’으로 바꿨다.

한독과 IMM은 천생연분이었다. 합작파트너와 동거경험이 50년에 달하는 한독은 파트너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중시하는 기업이었다. 덕분에 세 가지 사업다각화 목표를 일찌감치 모두 달성할 수 있었다. 2013년 이스라엘의 글로벌 제약사인 테바와 합작법인(JV) 형태로 한독테바를 설립해 제네릭의약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2014년에는 태평양제약의 제약사업부 인수(575억원), 바이오의약품 개발사인 제넥신 투자(총 350억원)를 통해 일반의약품(OTC) 사업 강화와 바이오의약품 시장 진출도 한꺼번에 달성했다. IMM PE는 한독의 전환사채(CB) 200억원어치를 사들여 태평양제약 사업부 인수자금을 지원했고, 제넥신의 유상증자에 200억원을 투자해 연구·임상자금을 마련해 줬다.

협업의 성과는 주가로 나타났다. 2012년 10월 IMM PE가 1만5450원에 사들인 한독 주가는 2년 만인 2014년 7월 2만5000원을 넘어섰고, 2015년에는 4만원 초반대에 이르렀다. IMM PE는 2014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4차례에 걸쳐 한독 지분을 장내매각했다. 평균 매각가격은 2만5070~3만5100원이었다. 760억원을 투자해 5년여 만에 1527억원을 벌어들여 27.3%의 내부수익률(IRR)을 올렸다. 엑시트를 완료했지만 송 사장은 김 회장의 요청으로 2019년까지 한독의 사외이사로 남기로 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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