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유럽의 두 기둥, 프랑스·영국

입력 2018-12-11 17:40   수정 2019-01-10 00:30

佛, 마크롱 개혁 '중대 기로'

'노란 조끼' 요구 수용했지만 "개혁 후퇴 없다"

나랏돈으로 최저임금 8% 인상…노동·공공·교육개혁은 지속
노란 조끼 "절반의 승리" 평가



[ 설지연/유승호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노란 조끼’ 시위대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월 최저임금을 100유로(약 12만8000원) 인상하기로 했다.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백기를 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러나 “개혁 드라이브에 유턴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류세(탄소세)와 사회보장기여금 인상 계획을 철회했지만 부유세 부활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취임한 뒤 추진해온 개혁 정책들이 중대 고비에 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는 노동 유연성을 높이고 기업 활력을 북돋는 정책을 펴왔다. 지난 4주간 시위 참가 인원은 70만 명을 넘어섰고,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21%까지 곤두박질쳤다.

마크롱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오후 8시부터 진행된 대국민 연설에서 “40년간 쌓여온 문제가 표면화된 것”이라며 “시위대의 분노는 정당하고 타당한 근거를 갖고 있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러면서 내년 근로자의 월 최저임금을 100유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최저임금은 현재 세전 1498유로(약 193만원), 세후 1185유로(약 153만원) 수준인데 이를 8%가량 올리겠다는 얘기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분을 기업이 아니라 정부가 떠안겠다고도 했다. 앞서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내년부터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자동 인상분 외에 정부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를 뒤집었다. 내년부터 초과 근무수당에 대해선 과세하지 않기로 했다.

시위대를 분노케 한 저소득 연금생활자에 대한 세금 인상 방안도 취소했다. 프랑스 정부는 월 2000유로(약 256만원)를 버는 은퇴자에 대해 내년 1월부터 사회보장기여금을 1.7% 올리기로 했지만 이를 백지화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정치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해 양보 카드를 잇따라 꺼냈지만 “개혁 노선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세금을 더 신속하게 내리고 정부 지출을 통제하는 등 강력한 조치로 사회·경제적 위기에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부유세를 부활시키라는 시위대의 요구도 거부했다. 마크롱 정부는 집권 후 투자 촉진을 위해 부동산, 주식, 보험, 사치품 등 모든 자산에 적용하던 부유세를 부동산자산세로 축소했다. 이 때문에 ‘부자들의 정권’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여기서 뒤로 물러나면 프랑스는 약해질 것”이라며 “우리는 (투자를 촉진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부유층의 조세 회피에 대해선 강력히 대처하는 동시에 “대기업들이 사회보장에 더 기여할 수 있도록 기업인들을 불러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노란 조끼 시위대 안팎에선 ‘절반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뒤집어 말하면 마크롱의 개혁 정책이 크게 후퇴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후 공무원 감축, 노동개혁, 법인세 인하, 교육 개혁 등을 추진해왔다. 이번 노란 조끼 시위에는 고교생들도 가세해 대학의 학생 선발권을 강화한 대입제도 개편을 요구했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이에 대해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는 역사의 분기점에 서 있다”며 “관심은 오로지 성공뿐이며 나의 전투는 프랑스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많은 국민의 분노가 있었는데 이 분노가 프랑스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英, 브렉시트 '시계 제로'

메이, 의회 표결 철회…파운드화 20개월 만에 최저

EU와 합의안 일부 수정 시도…실패 땐 메이 총리직 사퇴 위기
최악의 경우 '노딜 브렉시트'


내년 3월29일 밤 11시(런던시간 기준) 이뤄지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유럽연합(EU)과 합의한 브렉시트 방안에 대한 의회 표결을 10일(현지시간) 전격 연기했다. 부결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지만, 표결을 연기한 뒤의 후속 절차는 오리무중이다.

영국과 EU가 협상을 다시 하거나 영국이 브렉시트를 놓고 재차 국민투표를 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의 위험도 커졌다. 이 경우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은 상당한 충격을 받는다. 메이 총리가 사임하거나 조기 총선을 치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금 상황에서 브렉시트 충격을 최소화할 방안은 영국과 EU가 합의안을 일부 바꿔 의회 승인을 받는 것이다. 영국 하원은 정부의 합의안 의견 결정 시한인 내년 1월21일까지 표결을 실시할 것이라고 메이 총리 대변인이 11일 밝혔다.

메이 총리는 이를 위해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을 만났다. 13~14일엔 EU 정상회의도 예정돼 있다.

메이 총리가 EU와의 기존 합의 중 영국이 내년 3월 EU에서 탈퇴한 뒤에도 유럽 관세동맹엔 남는다는 조항을 일부 수정해 의회 표결에 부치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U와의 완전한 단절을 주장하는 강경 브렉시트파는 표결에 앞서 이 조항을 크게 문제 삼았다.

하지만 EU 지도부는 “재협상은 없다”고 못 박았다. 외신들은 다만 영국의 관세동맹 잔류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부속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있다고 전했다. 투스크 의장은 이날 트위터에 “재협상은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영국 의회 비준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준비는 돼 있다”고 밝혔다.

영국과 EU가 합의안 변경에 실패한다면 메이 총리에 대한 강한 사임 압박과 함께 조기 총선 요구가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는 “메이 총리는 사안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다”며 사임을 요구했다.

브렉시트를 둘러싼 영국의 혼란이 지속되면서 ‘제2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브렉시트 후폭풍을 실감하게 된 만큼 찬반을 다시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메이 총리는 의회 표결 연기를 요구하면서 “제2 국민투표는 나라를 또 분열시킬 것”이라며 부정적인 뜻을 나타냈다. 반면 뉴욕타임스(NYT)는 “메이 총리에게 플랜B가 없다면 제2 국민투표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지난 9일 “영국이 브렉시트 결정을 일방적으로 철회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영국이 국민투표를 다시 해서 EU 잔류 여론이 우세하면 EU에 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외신들은 의회 표결 연기로 아무런 안전판 없이 영국과 EU가 결별하는 노딜 브렉시트 위험이 높아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투스크 의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딜 브렉시트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잉글랜드은행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노딜 브렉시트 때 “영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내년 국내총생산(GDP)이 8% 감소하고 주택 가격은 30% 급락할 것으로 추정됐다.

파운드화 가치는 영국 의회의 브렉시트 표결 연기 소식이 전해진 10일 장중 1.2507달러까지 떨어지며 지난해 4월 이후 20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시장 불안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는 의미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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