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 당론' 뒤엎고…택시 집회서 박수받은 나경원

입력 2018-12-21 17:46  

현장에서

"생존권 말살 정책 반대" 주장…야유받은 與의원과 '다른 대접'
한술 더 뜬 조경태 "'출퇴근 시 승용차 동승 허용' 조항 폐지"
3년 만에 '카풀 입장' 돌변…"표만 의식한 포퓰리즘" 논란

하헌형 정치부 기자



[ 하헌형 기자 ] 전국 택시기사 4만 명(경찰 추산)이 카풀(승차 공유) 영업 금지를 요구하며 대규모 집회를 연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집회 현장을 찾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사진)가 연단에 섰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택시업계 종사자 여러분”이라고 운을 뗀 그가 “택시 생존권을 말살하는 문재인 정부 정책을 그대로 둬선 안 된다”고 하자 집회 참가자들의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에 앞서 연단에 오른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택시·카풀 태스크포스 위원장)에게 욕설을 하고 물병을 던지던 것과는 사뭇 다른 ‘대접’이었다.

나 원내대표의 뒤를 이어 마이크를 잡은 조경태 한국당 의원(국회 4차산업혁명특위 위원)은 한술 더 떠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독소 조항인 81조 1항을 반드시 폐지하도록 앞장서겠다”고 했다. 이 조항은 ‘자가용을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면서도 ‘출퇴근 시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고 예외를 두고 있다. 이를 두고 택시업계는 “‘업무에 따라 출퇴근 시간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카풀은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조항 자체를 없앨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조항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6월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신산업 성장을 막는 규제는 일단 물에 다 빠트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당정에 형성된 시기였다. 카풀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중 하나로 꼽혔다.

그랬던 한국당의 원내 사령탑이 3년여 만에 180도 바뀐 당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당론이 어떤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뒤바뀌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법이 잘못됐다면 3년 전엔 왜 국회에서 통과시켰던 것인지 진지한 고민은 해본 걸까.

민주당은 “81조 1항에 대한 본질적 책임은 한국당에 있는데도 카풀 문제를 모두 문재인 정부 탓으로 돌리는 게 말이 되느냐”고 즉각 반발했다. 나 원내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 회의에서 “우리 당은 미래 산업인 공유경제에 대해 매우 적극적이지만, 문재인 정부의 카풀 정책은 일방적으로 이뤄진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상생형 카풀 정책’으로 선회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지만, 상생형 카풀이란 게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정치권에선 한국당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뚜렷한 정책 방향 없이 눈앞의 표만 의식한 ‘표퓰리즘’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당은 지난달에도 ‘소득 상위 10% 가정을 빼고 아동수당을 주자’던 기존 입장을 뒤엎고 ‘모든 가정에 지급하자’는 주장을 내놔 ‘보편 복지’에 반대하는 유권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이런 식이라면 국민은 한국당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합리적으로 풀어내면서 규제 개혁을 하는 창의적인 해법은 찾지 않고 표만 구걸하는 식의 정치로는 어떤 혁신도 이뤄내기 어렵다. 한국당이 책임 있는 공당이 되려면 정책 하나하나에 더 치열한 고민과 현실 인식을 담아야 한다.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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