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내로남불'과 정언명령

입력 2019-01-10 17:24  

'내로남불'식 정치행태 탓 갈라지는 사회
차별입법으로 파멸적 정실주의 조장 말고
자유·시장경제·법치로 열린사회 나아가야

민경국 < 강원대 명예교수·자유철학아카데미 원장 >



문재인 정부 정치 행태의 특징 중 하나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사무관이 폭로한 기획재정부의 민간기업 사장 인사 개입 혐의에 대해 여권에서는 “매우 가상한 일”이라는 말이 나왔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했기 때문에 칭찬받아 마땅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전직 대통령과 경제수석은 사기업 인사 개입 의혹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전 정권이 하면 범죄가 되는 일이 이 정권이 하면 ‘가상한 일’이 된다.

이런 내로남불 정치 행태의 예는 차고 넘친다. ‘최순실 사태’를 촉발한 내부고발자 고영태와 노승일에 대해서는 “의롭고 착하다”고 했다. 그런데 권력을 잡은 뒤에는 돌변해 청와대의 적자국채 발행 압박을 폭로한 내부고발자를 “사기꾼”이라며 쏘아붙인다. 국내에선 위험하다는 이유로 탈(脫)원전을 추진하면서 외국에는 안전하니까 사라고 애걸하는 탈원전 논리는 내로남불 행태의 백미다. 어떤 나라가 모순된 논리 속에서 허우적대는 나라에 자국의 원전사업을 믿고 맡기겠는가.

내로남불은 ‘나와 내 편은 행동준칙에서 예외로 한다’는 뜻이다. “나와 내 편을 예외로 하지 말고 타인들과 똑같이 취급해야 한다”는 임마누엘 칸트의 장엄한 목소리(정언명령 1)가 들리지 않는가. 칸트에게 가장 사악한 건 신분사회에서처럼 자기나 자기편을 예외로 만드는 일이었다. 내로남불에는 나와 내 편은 늘 옳고 정의롭다는, 그래서 행동준칙에서 예외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우생학적 전제가 깔려 있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는 것은 언론에서 조장한 ‘경제 실패 프레임’ 때문이라는, 그래서 정부가 ‘가짜뉴스’를 단속해야 한다는 여권의 인식도 그런 전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 유전자에는 애초에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한 마리” “6급 주사” 등 최근 내부고발자들을 향한 청와대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내로남불은 특정한 계층을 편애·차별하는 입법으로 구현된다. 규제, 소득이전, 보조금 등 차별과 특혜로 얼룩진 복지·분배정책이 대표적인 예다. 차별입법 금지가 자유주의의 정치적 이상으로서 유서 깊은 법치(法治)가 아니던가. 가장 부도덕하고 나라답지 않은 나라는 시민들을 내 편과 네 편으로 갈라 차별하는 국가다. 그런 게 좌파정권이 사람들을 천민과 양반으로 가르는 신분사회만큼 악질적인 이유다.

좌파정권이 부도덕한 또 다른 이유는 인간을 어떤 보상도 없이 타인들의 복지를 위한 수단으로 취급한다는 점에 있다. 내 편의 후생을 위해 다른 편을 수단으로 삼는 건 내로남불의 극단적인 행태다.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자영업자나 카드회사를, 심지어 납세자까지도 어떤 보상 없이 희생시키고 있다. 태양광산업의 우대 정책과 탈원전으로 인한 천문학적인 인적·물적 희생은 언급하기조차 두렵다. 공정경제라는 목표를 위해서라며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도대체 “타인을 수단으로만 취급해서는 안 되고 목적으로도 대우하라”는 칸트의 경고 목소리(정언명령 2)가 들리지 않는가.

정치적 내로남불의 근저에는 ‘우리’와 ‘그들’을 엄격히 구분하는 진영논리가 깔려 있다. ‘그들’에 속하는 다른 진영은 적폐 대상일 뿐이다. ‘우리’ 진영은 자기편에 유리한 규제와 국가예산편성, 그리고 자기편 사람 채용 등 정실주의로 구현된다. 경제 각 부문에서 빨대를 꽂고 불로소득을 즐기는 건 정권 사람들, 노동조합, 좌파 시민단체, 좌파 지식인들이다. 우리 사회를 양극화와 실업의 주범인 정실사회를 향해 끌고 가는 게 좌파정권의 목표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내로남불의 진영논리에 깔려 있는 폐쇄된 감성의 도덕은 호모 사피엔스의 심리와 본능이 형성되던 ‘석기(石器)시대’의 산물이다. 내로남불이 진화가 덜된 반(反)지성, 반이성의 산물이라고 하는 이유다. 내로남불의 정치화는 오늘날과 같이 수천만 명이 사는 거대한 열린사회를 아주 작은 집단을 이뤄 지도자의 명령에 따라 수렵 채취로 살던 원시사회로 되돌려 놓는 무모한 길이다. 그것이 이 정부가 말하는 가 보지 못한 길이란 말인가. 우리의 이성을 등장시켰고 척박한 원시적 삶을 극복할 수 있게 한 것은 칸트의 도덕률에 합당한 자유, 시장경제 그리고 법치라는 걸 직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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