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1절 100주년, 진정한 극일(克日)의 새 출발점 삼자

입력 2019-02-28 17:56  

3·1절 100주년을 맞았다. 1세기 전 오늘, 망국의 처지에서도 대한독립 만세는 방방곡곡에 희망처럼 널리 퍼졌다. 식민지배라는 극한적 상황에서도 인류평등과 세계평화라는 보편적 가치를 외친 것은 장하고 가슴 벅찬 인류사적 대사건이었다. 자유와 평등, 비폭력과 반(反)패권주의, 민족자결의 숭고한 3·1운동 정신은 우리 한국인을 ‘근대인’으로 재탄생시켰다.

3·1운동은 대한민국 자주독립의 기원일 뿐 아니라 인류 진보에도 기여했다. 우리 사회의 극심한 좌우·보혁 갈등과 현대사에 대한 인식 차이로 3·1운동의 자리매김에 대한 견해 차이도 있지만, 100년 전의 그 외침은 세계 보편적 가치의 추구였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100주년 3·1절을 맞아 지금 우리를 돌아본다. 대한민국은 완전한 자주 독립국으로 인류공영을 주도하는 선진국 대열에 당당히 자리잡고 있나. 고착된 분단 속에 아직도 요원한 북한 핵문제만이 아니다. 정치부터 혼란과 갈등을 부채질하며 피로 지켜온 자유민주주의와 헌법의 가치를 제대로 수호하지 못하고 있다. 사법부까지 정치에 휘둘리면서 사회 곳곳에 갈등과 분열, 퇴행적 진영 할거주의가 퍼져 가고 있다.

경제 쪽도 문제가 심각하다. ‘1인당 소득 3만달러, 교역 1조달러.’ 폐허에서 기적처럼 쌓아 올린 이런 성과를 스스로 폄하하는 일이 부쩍 늘어났다. 후발국 한국은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 발전’이라는 인류 발전의 두 바퀴를 성공적으로 돌려왔다. 그런데도 한국식 성장 모델을 깎아내리는 자기 부정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여야를 넘나드는 반기업정서와 기업가정신 죽이기는 도를 넘어섰다. 친노조, 큰 정부 등 세계사의 흐름과 거꾸로 가는 좌경적 모험 정책도 넘친다. 길거리 가짜 민주주의가 발호하면서 경제의 성장엔진이 식어가지만 위기의식도 없다. 잠재성장력이 지금처럼 훼손되면 향후 100년은커녕 5년 뒤, 10년 뒤도 장담하기 어렵다.

과거를 성찰하되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언제까지 ‘반(反)일본’ ‘친일청산’만 외칠 것인가. ‘인촌로’라는 도로명이나 바꾸면 극일(克日)인가. 문화혁명 등으로 중국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 마오쩌둥을 ‘공칠과삼’으로 평가하며 미래를 지향한 덩샤오핑의 포용을 돌아볼 여유가 필요하다. 그런 소통이 개방·개혁을 담보하며 중국을 번성의 길로 유도했다.

이제 ‘민족’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스스로 역량을 키우고, 인식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 굳이 ‘일본을 이기자’고 외칠 이유도 없다. 우리가 우뚝 서면 일본과 중국이 자연히 우리를 배우려 들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과연 이성적·합리적·과학적 현대인인가’를 거듭 자문하자. 정체된 경제만 문제가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인가 아닌가, 안전하고 튼튼한 나라인가, 과연 미래로 나아갈 의지가 있는가. 3·1절 100주년을 기념하며 번영의 새 100년을 준비하려면 이런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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