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피해에 대해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 할 수 있어야"

입력 2019-03-05 18:35   수정 2019-03-05 19:02

대한변호사협회 연구논문서 신현호 송담 변호사 주장
"헌법상 환경권있지만 법원은 국가책임 인정안해"
미국,일본,네덜란드는 모두 승소...한국만 패소
입증책임 피해자 전가는 잘못...과학적 분석통해 中압박해야



법조계가 보는 미세먼지 해법은 무엇일까. 먼저 미세먼지 피해에 대해 일반 국민도 손배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국내 법령을 정비하고, 대법원도 유연한 판결을 내려야한다는 지적이다. 또 편서풍을 타고 서해를 넘어 날아오는 중국발(發) 미세먼지를 잡기위해 다양한 국제법적 대응도 모색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아무도 책임안지는 한국 미세먼지

대한변호사협회가 최근 발간한 책자에 ‘손해배상 청구를 통한 미세먼지 억제’관련 연구논문을 기고한 신현호 법무법인 송담 변호사는 “대법원이 미세먼지의 피해에 대해 전향적인 판결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그동안 법원은 헌법 35조1항에 나온 ‘환경권’은 인정하면서도 국가가 환경을 지킬 법적 의무에 대해선 소극적인 판결을 내려왔다”며 “법률 정비를 통해 국가의 미세먼지 관리에 대한 보호 의무를 명확하게 정해줘야 정부도 발벗고 미세먼지 방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선진국에선 미세먼지 배출 소송 관련 원고측 승소 사례가 많은 반면 한국은 거의 없는 배경이기도 하다.

99명의 일본 도쿄 시민들은 1996년 일본 정부, 도쿄도, 고속도로공단과 자동차회사들을 상대로 미세먼지배출에 따른 손해배상 및 오염물질 배출금지 청구를 제기했다. 2002년 도쿄지방재판소는 일본국립환경연구소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대기오염과 천식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정부와 도쿄도,공단 등은 일부 피해자에게 1인당 330만~2750만엔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2000년 일본 아마가사키 지역의 호흡기 질환자들이 정부와 공단, 칸사이전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재판부로부터 원고 거주지에 대한 미세먼지가 일정 수준을 초과하지 못한다는 판결을 받아낸 것이다. 소송은 대기오염 규제 강화를 이끌기도 했다. 미국 메사추세츠주는 미국 환경청을 상대로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라고 행정소송을 냈고, 2007년 연방대법원을 이를 받아들였다. 네덜란드 한 환경단체가 자국 정부를 상대로 “기후변화 대응 의무에 소홀하고 있다”고 소송을 내자 2015년 네덜란드 헤이그 지방법원은 “네덜란드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기존보다 늘리라”고 판결을 내렸다.

◆입증책임 피해자에게 전가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법령 미비로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면 손해 배상을 해야한다는 판례가 없는 상황이다. 호흡기 질환자들이 정부와 서울시, 자동차회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및 대기오염물질 배출금지 청구를 제기했지만 2010년 서울중앙지법은 “각 질병과 자동차 배출가스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법원은 “대기오렴 관련 규제 규정은 공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규정에 불과하지 그 규정으로부터 구체적인 사법상 권리가 도출된다고 보기 어렵다”판시했다. 신 변호사는 “현행 대기환경보전법상 국가의 의무가 명확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요건에서 미세먼지 피해가 누락되는 이유”라고 소개했다. 대법원은 1995년 “사법상의 권리로 환경권이 인정되려면 명문의 법률규정이 있어야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신 변호사는 “미세먼지는 우리의 호흡 즉 생명과 직결된다”며 “구체적 입법이 없더라도 국가에 손배청구 할 수 있게 해야”라고 지적했다. 또 “환경 소송에서 인과관계 입증을 피해자에게만 요구하는 것은 큰 부담이고 가해자측의 화해압력에 쉽게 굴복할 수 있게 된다”며 “인과관계 입증위해 고도의 자연과학적 지식이 요구돼 이를 도울 공적 조사기관도 나와야한다”고 강조했다.

◆과학적분석 통한 외교적 압박 필요

법조계에선 국제법을 활용한 다양한 외교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는 오래전부터 수마트라와 칼리만탄 밀림에 팜나무를 심기위해 산림을 벌채하고 불을 놓아 토지를 개간해 왔다. 이렇게 불을 놓는 과정에서 연무가 발생했고 이 연무는 바람을 타고 싱가포르 대기에 악영향을 줬다. 싱가포르 등 인도네시아 주변 국가들은 1990년부터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고, 2002년 월경성 연무 오염에 대한 협정을 채택했으나 인도네시아는 계속 거부했다. 싱가포르는 인도네시아가 12년째 협정 비준을 거부하자 2013년 독자적으로 강력한 월경성연무오염법을 제정했다. “싱가포르 밖에서 발생한 연무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오염관련자는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고, 이에 불응하는 경우 최대 5000싱가포르달러의 벌금이나 금고형을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결국 인도네시아는 백기를 들고 만다.

신현호 변호사는 “싱가포르가 월경성연무오염법을 제정하며 인도네시아를 압박할 수 있었던 것은 객관적 과학자료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넘어왔다는 객관적 자료가 없어 중국미세먼지 관련 법률 제정 쉽지 않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공업지대에서 북대서양 해류와 편서풍을 타고 날아온 오염물질로 산성비 피해입은 스웨덴의 외교적 해결 사례도 주목하고 있다. 1967년 스웨덴의 과학자 오덴은 자국내 산성비에 따른 호수의 산성화 피해가 월결성 대기오염물질의 축적 때문이라는 과학적 근거 제시했다.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등 피해국은 공동으로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만들어달라고 영국 독일 등에 요구했다. 결국 10여년 후인 1979년 월경성 대기오염위한 협약(CLRTAP)이 체결된다. 이는 구속력을 갖는 최초의 국제환경협약이다. 권오현 법무법인 수호 변호사는 동북아 환경협력도 이 사례를 참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매년 한중일 환경장관회의를 통해 미세먼지 등에 공동 대응하자고 선언하지만 실질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중국의 적극적인 태도를 요구해야한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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