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긍정하는 '나나랜드', 미술관 속으로

입력 2019-03-17 10:54  

사비나미술관 '나답게 산다'展


[ 김경갑 기자 ] ‘나나랜드’는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의 기준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려는 취향을 뜻한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할리우드 영화 ‘라라랜드’에서 영감을 얻어 자신의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 소개한 신조어다. 자신을 긍정하고 사랑하며 타인의 ‘다름’을 존중하는 나나랜더들은 취미와 일상의 경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문화소비층으로 등장하고 있다. 미술계에서도 이를 반영한 기획전이 마련돼 눈길을 끈다.

서울 진관동 사비나미술관이 올해 처음 기획한 ‘나나랜드-나답게 산다’전이 그것.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기준이 ‘나’로부터 나온다는 점에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과도 연결되는 아트 트렌드여서 더 주목된다.

지난 14일 개막한 이번 전시에는 사진작가 노세환을 비롯해 구혜영, 고재욱, 김승현, 김준, 김화현, 박영숙 씨 등 30~50대 작가 21명(팀)의 회화, 사진, 설치, 영상, 조각 등 64점이 나와 있다. 작가들은 자신과 마주하고,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자신을 찾고, 혼자로서의 삶을 모색하는 이야기를 다채로운 시각예술로 다양하게 펼쳐 보인다. 기존 고정관념을 흔들고 질문을 던지며 적극적으로 자신을 발견하라고 부추기기도 한다.

젊은 작가 구혜영 씨는 현란한 설치 작품 ‘작명쇼’를 들고나왔다. 로또 기계처럼 작명의 우연성과 즉흥성을 강조한 게 흥미롭다. 관람객들은 그동안 고착된 것으로 여겨온 이름이란 대상을 곱씹어 보고, 나아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

2인조 아티스트 그룹 ‘쁘레카’(신재은·최진연)는 2016년부터 촬영한 1인 가구 사진과 설치 작업 ‘1인 가구 사진관’을 내놓았다. 관람객 혼자 또는 어느 대상과 함께 사진을 남길 수 있게 꾸민 게 기발하다. 설치작가 고재욱 씨는 1인용 동전 노래방 형식의 ‘다이 포(DIE for)’를 선보인다. 진짜 노래방기계가 설치돼 관람객은 혼자 앉아 노래를 부를 수도 있다.

남성과 여성을 규정하는 사회 고정관념을 깨주는 작품도 있다. 문신문화를 회화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김준 씨는 신작 ‘젠더 뉴트럴(gender neutral·성 중립)’을 통해 남성도 여성도 아닌 중립성을 지향하는 새로운 이미지를 내보인다. 사진작가 윤정미 씨는 국내 처음으로 사진 속 장면을 설치작업으로 만든 ‘핑크 & 블루 프로젝트’에서 젠더의 경계를 오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구현했다. 전시는 오는 7월 7일까지 이어진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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